Vedi Napoli e poi muori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
이탈리아 나폴리는 18세기부터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도시다.
이번 전시는 나폴리의 생활상과 여성, 그리고 반짝이는 지중해의 풍경까지... 이탈리아 남부의 일상, 그리고 그 속에 고스란히 깃든 담백한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사진기도 없던 시절, 괴테가 극찬한 나폴리를 그림을 통해 생생히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 전은 아시아 최초로 카포디몬테 미술관이 소장한 19세기 회화 77점을 소개한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에 대하여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이탈리아 남부 최대 규모의 국립 미술관으로, 중세부터 현대까지 약 47000점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컬렉션 규모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주요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1734년, 나폴리 왕위에 오른 카를로 디 부르봉이 어머니 엘리자베타 파르네세로부터 물려받은 미술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지은 왕궁에서 유래되었다.
인상 깊었던 작품 3가지에 대한 감상평을 남겨보려 한다.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
그림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사실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사진이 아닌, 움직이는 영화적 효과처럼 느껴졌다.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물을 둘러싸며 샤방샤방 빛나는 꽃 효과처럼 말이다. 마법에 걸린 듯한 꽃이 수녀의 카리스마를 만들어주는 장치 같았다. 흔히 수녀 하면 떠오르는 수수하고 단출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그림은 강렬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수녀의 초롱초롱하면서도 굳센 눈빛, 그리고 불타오르는 촛불이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주는 것 같다. 평화롭고 조용한 방에서 기도하는 수녀라기 보다는, 사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주를 기획하고 있는 마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엌 내부>
이 작품은 현실적이면서도 만화 그림 같다. 나는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사물을 하나하나 관찰하는 재미가 컸다. 물체의 질감이 기가 막히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벽에 걸려 있는 냄비나 바닥에서 뒹구는 양동이는, 손으로 ‘똑똑’ 치면, 양은을 칠 때 나는 특유의 ‘통통’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짚신으로 만든 빗자루와 바구니도 촉감이 상상되었다. 막걸리 색의 꼬질꼬질한 물도, 빛 표현이 대단하다. 문 위의 꾸깃꾸깃한 종이부터, 거친 벽돌까지 뜯어보며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멀리서 보면 구도가 특이하다. 인물이 천장 높이 그리고 물건에 비해 굉장히 작다. 그래서 더 귀엽게 느껴진다. 특히 종이배 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는 정말 귀엽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흰색 컬리플라워도 귀엽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그림이지만,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자연스럽게 퍼지며 중앙 구간을 밝혀준다.
<카사칼렌다의 풍경>
이 작품은 한적한 시골 마을, 카사칼렌다의 중심 거리를 그린 것이다. 비록 멈춰있는 그림이지만 장소의 현장이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잘 표현된 것 같다. 사진을 찍어놓은 것처럼 사실적이지도 않고 인물도 피규어 장난감처럼 표현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이 어떠한 느낌일지 바로 와닿았다. 특히 선선한 여름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공기감이, 하늘과 배경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만 보아도 전해진다. 큼지막한 돌로 이루어진 거리를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히 내디디며 마을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는 가본 적이 없지만,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가 떠올랐다.
그림의 왼쪽 아래에는 흑돼지가 보인다. 옆으로는 살짝 더위를 먹은 듯, 피부가 핑크빛으로 달아오른 아저씨가 모자를 벗은 채 딱딱한 돌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그 뒤로는 다리의 난간이 이어지고, 또 그 뒤로는 지그재그로 건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층층이 겹쳐진 구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쁘다’라는 감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