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톱이 매우 짧다.
그래서 젤 네일을 예쁘게 하기 위해선 손톱을 열심히 길러야 한다.
기억도 잘 안 나지만 한 10개월 정도를 젤 네일을 위해 열심히 손톱을 길렀을 거다.
그런데 워낙 짧다 보니 보기 싫은 흰색 부분이 유독 길게 자랐고, 영양제도 꾸준히 발랐지만 손톱은 잘 깨졌다.
주변 사람들은 '관리를 안 하나?' 속으로 욕했을 거다. 심지어 친한 사람들은 “제발 좀 잘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버티며 길렀지만, 손톱은 하나씩 번갈아 가며 다 완성될 때쯤이면 꼭 망가졌다.
결국에는 젤 네일을 포기하고 아예 짧게 잘라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하이디라오에서 네일을 받게 되었다.
손톱이 짧았기 때문에 완성 후에도 그닥 예쁘지는 않았지만, 비용을 지불 한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두꺼운 젤이 아래 손톱을 보호해 주면서, 고작 2주라는 짧은 시간 만에 내가 그토록 바라던 ‘길게 자란 손톱’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완벽하지 않으면 소용없어’라는 생각 때문에,
5만 원이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고 미뤄왔던 네일을,
그냥 했더라면 굳이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아도 됐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서, 조금 아깝다는 이유로 몇 개월을 미뤄왔던 일이 사실은 그냥 하면 단번에 해결되는 문제였던 것이다.
평소에도 완벽한 준비란 없다는 걸 알기에,
두렵더라도, 남들이 한심하게 볼까 걱정되더라도
스터디든, 콩쿨이든, 지금 실력과 맞지 않아 보이는 기회든
일단 뛰어들고 보는 편이었는데 이게 네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줄은 몰랐다;
음... 요즘은 다시 겁쟁이가 되어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계속 미루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다시 해보려 한다. 흑.
하여튼, 우리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선택이
사실은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도 있고,
'조금만 더 투자하거나 준비하면 완벽해질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전혀 가까운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돌이켜보면, 열심히 기른다고 믿었던 시간이 오히려 손톱을 심각할 정도로 얇게 만들고 있었다.
그 상태를 계속 고집했다면 나는 자기관리도, 네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렀을 것이다.
때로는 성실하고 정직한 준비가 나를 앞으로가 아닌, 뒤로 보내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아둥바둥 노력하는 것보다, 그 목표보다 더 큰 목표를 세우거나, '본 무대'와 같은 큰 도전을 일단 저지른 후, 깨지면서 배워나가는 게 훨씬 더 가성비 좋은 선택이라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