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더욱 반짝이게 하는
'여름'은 소중한 계절이다. 햇빛을 좋아하고, 추위를 많이 타기에 길고 긴 한국의 겨울은 매해 만나도 적응이 안 되는 계절이다. 지겨운 겨울이 끝나고 답답한 미세먼지의 계절을 지나면, 드디어 여름을 만날 수 있다. 내게 여름은 옷과 수영의 계절이다. 무겁고 움직이는 것이 둔해지는 느낌이 나는 겨울옷과 달리 여름옷은 참 가볍다. 춥지 않기 때문에 소재와 디자인도 다양하다. 민소매 디자인의 상의나 원피스가 체형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여름에는 옷을 입는 즐거움이 크다. 이미 옷장에는 다른 계절의 옷보다 많은 양의 여름옷이 있음에도 브랜드들이 여름옷을 출시하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브랜드들의 룩북을 미리 보면서 여름옷 쇼핑을 계획한다. 세상에는 예쁜 옷들이 끝이 없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예산 안에서 마음속 가장 높은 순위의 옷을 구입한다. 최근에는 날씨가 빨리 더워지면서 5월 말에도 여름 컬렉션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졌다. 아직은 겉옷이 필요한 날씨여서 여름옷을 개시하지는 못하지만, 옷장에 걸어놓고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에 입는 상상을 하며 여름날을 기대한다.
여름을 상상하며 겨울부터 만드는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여름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유튜브의 알고리듬을 열심히 탐험하며 청량한 날씨에 듣는 음악, 비 오는 날에 듣는 음악, 덥고 힘든 날 에너지를 올릴 수 있는 음악들로 열심히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한다. 매해 플레이리스트 곡들은 달라지는데 변하지 않고 리스트에 들어가는 음악 세 개는 사라 강의 'Summer is falling in love' , Volunteers의 'Summer', 92914의 'Summer'다. 이 세곡을 플레이하면 계절에 상관없이 여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타는 듯이 뜨거운 태양과 습한 날씨 때문에 여름이 너무 싫다고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날씨 덕분에 야외 수영의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히는 더위에서 수영장에 들어갈 때 온몸으로 퍼지는 짜릿한 쾌감은 여름만이 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야외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다둥이 카드를 써서 2,5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한강수영장이 있기는 하지만, 한강수영장은 개장날을 제외하고는 수질이 많이 아쉽다.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경기도의 수영장도 너무 좋지만 다녀온 뒤 꼭 걸리게 되는 접촉성 피부염 때문에 자주 가기는 꺼려진다. 여름 수영의 꽃은 야외수영인데, 깨끗한 수질을 위해서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기에는 붐비는 이용객도 가성비도 아깝다. 그래서 6월 말에 개장하는 한강수영장의 개장일을 스케줄러에 꼭 기록해서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개장날의 한강수영장의 수질은 두 눈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투명하고 깨끗하다. 집과 가까운 여의도 한강수영장을 가게 되는데, 수영장의 넓이도 굉장히 넓고, 한강 쪽으로 숲이 둘러져있는 아름다운 수영장이다. 한강수영장의 개장날에 입수하는 순간 '드디어 여름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여름 속으로 풍덩! 다이빙하는 느낌이다.
여름을 가장 만끽할 수 있는 곳은 겨울에 여행 가는 동남아다. 두꺼운 롱패딩을 공항까지 입고 있다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훅하고 느껴지는 높은 온도와 습도는 행복이다. 가격과 상관없이 어느 호텔을 가도 대부분 좋은 수영장을 가지고 있고, 수영장은 항상 붐비지 않아서 머무는 일주일 내내 수영을 하며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풀사이드바에서 시켜 먹는 음식과 칵테일은 여름이 끝나지 않는 여름 나라들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권 같다.
봄, 가을, 겨울은 여름을 위해 존재한다고 느낄 정도로 내게 여름은 계절의 중심축이다. 하지만 사계절이 있기에 여름을 더욱 특별하게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어쩌면 나머지 세 계절이 여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계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