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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Apr 07. 2022

체온계? 그렇다면...

코로나 확진, 자가격리 일주일

나의 덩치도 코로나를 피할 수 없었나 보다.

나는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되었다.

지정 의료기관의 1일 2회 전화 모니터링과 체온, 맥박, 산소포화도, 임상증상 등 건강정보를 기록했다.

 

병원에서 신속 진단 키트로 확진을 받고 집에 돌아와 자가격리, 더 정확히 안방 격리를 위한 준비물을 챙겼다. 제일 먼저 먹거리를 쟁여놓을 듯 쓸어 담고 나서 노트북과 읽을거리를 찾아 넣었다.

격리 기간 동안 할 일이 없으니 많이 읽고, 글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약을 먹고 나면 잠을 많이 잤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밥 먹고, 약 먹고 돌아서면 또 밥 먹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확진자의 삶이 펼쳐졌다.

동거인을 위해 방에서 절대 안 나가려고 했다. 남편의 안위가 중요한 것은 그가 유일한 음식 제공처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없... 

그래도 가끔 방 밖으로 나갈 일이 생겼다.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확진자 옷은 따로 빨아야 하는데... 챙기지 못한 물건도 있고...

동거인이 출근하면 조용히 움직였다.

방 밖으로 나갈 때마다 반드시 비닐장갑을 꼈고, 마스크를 꼭 착용했다.

남편이 가끔 내가 방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생각건대 긴 꼬리는 꼬리 치기 위해 있다기보다... 밟히라고 있는 거다.  

그는 놀라자빠질 정도의 경악함을 숨기며 최대한 동요하지 않은 듯, 그렇지만 심하게 흔들리는 목소리로


내 손이 닿은 곳은
빠짐없이 소독약을 뿌렸냐고 했다.
 

아니~ ~암 어이가 없네!

비닐장갑을 꼈대도! 

마스크를 빈틈없이 했대도!

그리고 이 체급에서는 불가능한 그 힘들다는

빛의 속도로 움직였대도!


이 모든 것은 그에게 아무 소용없다.

거기에 더하여 소독약도 뿌렸냐가  중요했다~

그래서 나의 음식물 제공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


구석구석, 두 번씩.
빠짐없이 소독약을 뿌렸다고 했다.

동거인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내 양심 조금을
구겨서 내다 버렸다.

나의 방구석 사수,  철저한 위생관리(호흡기에 상당히 좋지 않다는 소독약 뿌리는 것만 빼고) 덕분에 가족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꾸준히 따뜻한 음식을 제공받았다. 그리고 남은 음식물 처리의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남기지 않고 다 먹는 희생도 감수했다.

격리기간부터 상실된 미각과 후각은 격리가 해제된 뒤 이주일이 지나도록 70% 정도만 회복된 듯하다.

그럼에도 그 웬만해서 피할 수 없다는 확찐자가 되었다.

허기와 약 때문이다. 허기는 그 성치 못한 미각과 후각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약은 빈 속에 먹으면 안 된다는 내가 꼬~옥 지켜내는 불문율이 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으로 얻은 2가지가  있다. 앞서 말한 몸무게와 남편의 생일이 그 기간 내 있었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자~ 굳이 확진자가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겠다고 방을 벗어난다면 저 예민한 동거인이... 하얗게 질려 뒤로 넘어가실 수...

그도 자신의 생일과 제삿날이 같은 날이 되길 바라지는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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