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생 Apr 13. 2021

4-5. 임금협상

국립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공무원을 제외한 나와 같은 대학 회계 직원은 매년 임금협상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임금을 결정하게 되어 있다. 개인별로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고 대학 내 대부분의 대학 회계 직원이 포함되어 있는 대학노조를 통해서 본부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취업해서 연봉제 직원으로 3년 정도 근무했을 때는 동기 3명과 함께 매년 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임금을 정했었다. 3년간 거의 임금 인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 포함 4명이 본부를 상대로 의견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본부를 설득해서 연봉을 상승시키는 일을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이후 대학 회계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이후에는 노조에서 임금협상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급여 인상은 물론 각종 수당과 복지혜택까지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조차도 아직 부족하다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노조에서 활동했던 선배들이 최대한 노력을 해주고 희생해 주어서 지금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노조에 간부로 일을 하게 되고, 임금협상에 직접 참여를 해보니 대학 회계직 안에서도 너무 차별적으로 구분되어 급여 및 수당 등이 지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간부를 하기 전에는 내 월급에 내가 만족을 하니 임금협상이 크게 의미가 없는 형식적인 절차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잘 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사무직은 같이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의 보수 수준에 거의 100% 근접해 있기에 협상 시 크게 요구할 사항도 그렇다고 반대로 본부 측에서 주장할 내용도 별로 없기에 협상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학 회계직에 소속되어 있는 청소, 시설, 경비를 담당하시는 분들이나 몇 년 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책적으로 시행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정규직으로 진입해서 들어오신 직원들은 동일직종의 동일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임금협상의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은 이 분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 쓰였다. 결론적으로는 최근 3개년간 참여한 임금 협상에서 임금 인상이나 새로운 수당을 만들어서 지급되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실제 급여를 지급받고 있는 분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본부 측의 입장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학생들 정원은 계속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등록금 수입도 감소하기에 인건비를 크게 올려주는 게 쉽지 않다는 건 같은 직원으로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건비 상승 여력이 전혀 없다는 학교 말은 믿음이 전혀 가지 않는다.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굳이 이런 예산을 배정해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나 싶은 것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을 사용하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임금협상 시 본부 측에서는 무조건 '돈이 없어서'라는 말만 반복을 한다. 학교가 영리 기관이 아닌 이상 돈이라는 게 충분히 있는 게 아닌 건 노조 측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기업처럼 1년에 몇십 프로씩 올린다거나 성과급을 수백 퍼센트씩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물가 상승률보다도 작은 공무원 인상률에 그동안 고생한 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했던 청소직과 경비직 등 육체 노동직에 대한 처우를 조금만 더 개선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 돈이 없으니 상급자들의 치적을 위한 건물 짓기, 불필요한 보도블록 갈아엎기, 화분에 꽃 심고 나무 심는 일보다는(이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 일을 수행하는 직원들을 우선하여 생각해달라는 거다.


현재 모든 대학이 위기라고 한다. 실제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학생정원 감축에 따른 위기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잘 지어진 건물이나 꽃이 활짝 핀 캠퍼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옆에 함께 있는 사람들만이 그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힘이 '힘내자',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된다', '어차피 학교가 없어지면 지금 월급조차도 못 받는 거 아니냐' 같은 반 협박성 멘트에서 강제적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의 노사관계는 수직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사용자는 노동자를 내가 돈을 주고 언제든 부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벗어내야 한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하여 대학발전, 평생학습,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유연화된 노동정책 등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당연히 노조도 이를 추진하기 위해 무조건 투쟁이라는 강압적인 협상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리더십을 배우고 갖춰 나가야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