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대에서의 즐겁고 행복했던 직장 생활은 2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어느해 상반기 정기인사 때 발령이 났고, 이번 발령지는 본부 사무국의 총무과였다. 일반 직원 거의 대부분은 발령 공문이 접수가 될 때까지 본인이 발령이 나는지? 난다면 어느 부서로 가게 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발령 시점에 나는 노조 간부였고, 학교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상문에 간부를 발령낼 때는 사전에 협의를 하게 되어있었다.(노조일을 할 수 없는 부서로의 발령을 사전에 방지하여 노조 활동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조항) 하지만 총무과 인사팀에서는 이러한 협약서 내용 및 절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발령을 내버렸다.
당황스러웠던 나와 노조 지부장은 함께 총무과장을 만나 노조와 본부가 협의하여 체결한 단체협상 내용을 어기는 건 노조를 굉장히 무시하는 처사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진 않기에 인사 발령을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노조 간부 업무를 하는 것에 어떠한 방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전달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결론은 지었으나 실제 업무를 함에 있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업무를 처리할 때는 총무과 직원들과 함께 일을 추진하지만, 노조의 임금협상, 단체협상 또는 별도 요구 사항을 요청할 때에는 담당하는 총무과 팀장이나 과장과 얼굴을 붉혀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불편함으로 인하여 1년 만에 다시 발령이 날 수밖에 없었다. 노조 관리 감독 업무를 총무과에서 맡고 있음에도 총무과와 협상을 수행하는 노조 측 주요 간부중 한 명을 총무과로 발령을 냈다는 건 지금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배려해줘서인진 총무과 소관의 3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별도의 작은 사무실에 있었기에, 총무과 직원들을 매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행스러웠다.
일을 함에 있어 신뢰라는 건 정말 중요하다. 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함에도, 세상을 살아감에도 가장 중요한 게 신뢰이다. 그리고 그 신뢰라는 녀석은 약속을 지킬 때마다 아주아주 조금씩 쌓여가지만, 단 한 번이라도 약속을 어기면 바로 제로가 되어버린다. 더 나아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타인에게 신뢰를 얻는 건 어렵고, 잃는 건 너무 쉽다. 대학본부가 노조에게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신뢰를 저버린 거. 모르고 한일이라고 해서 신뢰를 잃지 않는 건 아니다. 본부 직원이 바뀌고, 노조 집행부가 바뀌면 또 다른 상황들이 발생하고 신뢰도가 높은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잠시 밑바닥에 숨겨져서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결국 과거의 잘못이나 실수는 수면 위로 튀어 올라오게 되어있다.
그렇기에 나 자신과의 일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맺게 되는 모든 일들을 행할 땐 항상 조심하고 긴장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너무 편한 친구나 동료라 생각해서 오로지 내 기분, 내 생각으로만 대하면 결국은 신뢰는 무너지고 사이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 모두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란 걸 항상 떠올리며 행동해야만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