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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May 14. 2021

5-1. 민원 처리

민원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총무과에서 담당한 업무 중 가장 중요하면서 어렵고 하기 싫은 업무는 민원 담당일이었다. '민원'의 사전적 의미는 '주민이 행정 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민원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 요구 사항'만은 아니다. 각 부서나 담당자에게 일차적으로 요구를 하였으나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해결이 되지 않았을 시 담당 직원의 상급자나 모든 부서의 민원을 총괄하는 부서에 제기하는 것들도 민원이라고 표현한다.


총무과 민원 담당인 나에게 전화가 오는 경우의 99%는 이미 담당부서나 담당자와 일차(또는 수차례)적인 문제 제기와 답변(본인이 원하는 답변이 아닌 답변을 말함)을 듣고, 더 이상 같은 부서의 직원과는 말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을 때 전화가 온다. 그렇기에 모두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나에게 전화를 한다. 그렇기에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긴장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의 말투나 전체적인 내용이 아닌 단어 한마디에 민원이 더 커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민원 내용을 민원을 제기하는 쪽이 아닌 접수받는 쪽의 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모든 민원이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민원의 절반 정도는 학교 측의 잘못이나 실수 또는 규정의 미비라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 반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들에 대한 본인의 이기심과 억지스러운 내용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학교 측의 잘못으로 인한 민원 제기 시에는 오히려 쉽게 해결이 된다. 잘못을 사과하고, 실수를 수정해서 처리하면 불편했던 상황들은 우선 차지하더라도 대부분 문제가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원인의 억지에서 나오는 민원 내용이다. 그중 가장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민원이 직원의 불친절 내용이다. 여기서 불친절의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게 큰 문제이다. 당연히 학교의 모든 직원이 친절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실제 성격은 이기적이거나 불친절하더라도 일로써 민원인을 대할 때는 기본적인 말투가 딱딱할 순 있지만 누가 봐도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태도를 견지하는 직원은 극소수이다. 본인의 밥줄이 걸린 일을 하는 건데 누가 징계받을 정도의 불친절한 태도로 민원인을 쉽게 대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친절 민원이 많이 접수가 된다. 하지만 막상 불친절하다고 신고되는 경우 대부분은 본인들이 원하는 업무처리나 행동을 직원이 해주지 않았던 걸 불친절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직원의 착오나 업무미숙으로 처리해줘야 하는 업무를 제때 해주지 않았을 때는 불친절이나 직무유기로 민원을 제기하는 게 타당하다. 그렇지만 민원인이 기간을 놓쳐서 접수하지 못했거나(홈페이지나 문자로 여러 번 공지가 된 상황), 법률과 규정상 안 되는 일을 본인만 특별하게 처리 해달 라거가(이러한 민원은 교수들이 종종 함)하는 민원들은 당연히 처리해 줄 수가 없다. 또한, 민원을 제기했다는 건 답변을 받기 위해서일 텐데 직원이 법률이나 규정을 찾아서 답변을 하면 본인을 가르치는 거냐며 화를 내기도 있다. 그렇다고 세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또 불친절하다고 한다.


이러한 민원이 나에게 접수가 되면 반절 정도는 나와 대화하고 상황을 알아본 후 다시 통화하면 전화상으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총무과에서 정식으로 감사를 진행한다. 정말 직원이 불친절했고 처리해줘야 하는 일을 해주지 않았을 때는 징계를 시행한다. 하지만 처리해 줄 수 없는 일에 대한 그리고 답변 내용이 원하는 답변이 아니었기에 불친절하다고 신고된 건에 대해서도 대부분 직원의 사과와 전체 직원들에 대한 친절교육 시행 등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렇다고 민원인이 제기했던 민원이 처리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들어줄 수 없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단순 민원인의 감정풀이 대상이었을 뿐인데도 사과를 하고 교육을 받아야 할 때는 억울한 면이 있기도 하다.


'민원'이라는 단어를 글로 쓰는 것만으로도 그 당시의 기억 때문인지 스트레스가 올라오는 것 같다. 직원이든 민원인이든 어떤 말을 하고 태도를 취할 때 몇 초쯤이라도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민원인은 차분하게 본인의 일을 설명하고, 직원은 우선은 '처리해줘야 한다'라는 마음을 전제로 들어주면 '무조건 안된다'라는 마음으로 대할 때와 다른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본인의 감정만을 쏟아부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당장이야 본인은 할 말을 다했으니 속이 시원할 수 도 있겠지만, 타인에게 바늘처럼 찌른 말은 본인에게 더 큰 칼로 돌아온다는 걸 알고 상대방을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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