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생 Jan 06. 2022

나의 작은 헌책방(다나카 미호)

일주일에 책 한 권 - 첫 번째

누군가처럼 나 또한 새해엔 항상 많은 계획을 세운다. 누군가처럼 그 계획을 제대로 지켜본 적은 없다. 그래도 또 새해가 밝았기에 이번에도 계획을 세워본다.


그 계획 중 하나는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그에 대한 서평을 쓰는 계획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시간이 나면'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반드시 실행해보고자 한다. 진심으로 이 마음이 오래가길 바란다. 


올해 처음 내 손에 잡힌 책은 '나의 작은 헌책방'이라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새해 첫날 아내와 함께 앞으로 살아갈 목표를 정하기 위해 만다라 차트라는 걸 활용해 서로 작성하고,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앞으로의 목표에 비슷한 지점이 많았다. 


나는 5년 이내 은퇴를 정하면서 올해를 그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면서 은퇴하기 전 준비해야 하는 것 중 '공간'이라는 걸 썼었다. 그 '공간'에 작은 책방과 카페, 그리고 동호회나 동네 모임에 공간 대여를 하며 소소하게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는데, 와이프도 이러한 계획을 써놨던 것이다. 오래 같이 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삶의 지향점도 비슷해지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찾다 보니 '나의 작은 헌책방'이라는 제목이 너무도 크게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일본식 헌책방 운영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책방 운영 실무에 관해서 무언갈 얻거나 즉각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배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다만, 책의 부제처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시 한번 상기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는 헌책 <벌레 문고>의 주인이자, 작가이자, 이끼 연구가이다. 스물한 살 되던 해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날 헌책방을 열기로 결심해서 20여 년 넘게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회사라는 조직에 맞지 않는다는 걸 너무 어린 나이에 깨닫고, 그 길로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모아 오래되고 작은 건물을 하나 얻는다. 그리고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몇 백 권의 책으로 헌책방을 시작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된다. 


당연히 장사는 안된다. 그래서 책방을 운영하는 초반 10년 동안은 우체국 등에서 야간이나 새벽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겨우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직장일이 맞지 않아 책방을 하기로 했는데, 책방 일에 직장인 스트레스까지 같이 느껴야 하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책방 운영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책방을 운영하며, 작은 공간이지만 음악회도 열고,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이끼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살다가 이끼를 주제로 한 책을 출판하게 된다. 그다음에는 거북이에 관한 책도 쓰고 책방 운영 20년이 넘어가며 이 책을 쓰게 된다. 


이 책의 초반에 '아마도 사람은 스스로 계속 움직여야 여러 가지 일이 되는 타입과 가만히 있어야 일이 되는 타입, 대략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후자'라는 내용이 쓰여있다. 


직장인으로서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이른 나이에 포기하고 돈을 벌기가 하늘에 별따기일 게 분명한 헌책방을 선택한 저자는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앉아 머물러 있는 게 본인의 영혼에게 어울리는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러한 성격 덕분에 좁은 헌책방을 20년 넘게 지키고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나는 아직도 나의 정확한 성격과 취향, 좋아하는 거 또는 싫어하는 걸 정확히 구분 짓지 못하겠다. 진짜 좋아하는 건지 좋아하는 척하는 건지 아니면 좋아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순응하는 건지.


그래서 이 저자가 부럽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용기가 부럽다. 그렇다고 일찍 은퇴하고 책방을 갖고 싶은 꿈은 있지만, 이 책이 저자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퇴직 하고 책방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노력은 해보려고 한다. 꿈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나도 저자처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본 어디쯤에 자리한 시골 헌책방 <벌레 문고>에 흐르는 정적이지만 부드럽게 흐르는 시간 위로 펼쳐진 소박한 일상들에, 조급함과 터무니 없이 허황된 꿈을 흘러 보내며 겉으로 '보여지는 나'가 아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