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홀리곰 Nov 08. 2022

실천하는 독서

책후기

 책과 가까이 하기 위해 온라인 책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 거금을 들여 전자잉크 테블릿도 구매하고 읽을 책을 200여권 담아두었다. 이제 책을 열심히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우연히 메모를 하는 독서법에 대한 책을 발견하였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무조건 많은 책을 읽는 것은 한권의 책을 정독하며 읽는 것보다 못하다.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거 같다.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현재 기억에 남는 문구나 책의 제목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 나이 탓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책에서 주장하는 효과없는 독서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기억하지 못한다. - Not Memorize  


    생각하지 않는다. - Not Think  


    글을 쓰지 않는다. - Not Write  


    행동하지 않는다. - Not Act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 - Not Create  



효과있는 독서는 이와 반대일 것이다.


  

    오래 기억한다. - Memorize  


    생각하는 독서를 한다. - Think  


    글을 쓰게 한다. - Write  


    행동을 이끈다. - Act  


    창조적인 일을 한다. - Create  


위 5가지 기준에서 보면 난 그동안 효과없는 독서를 꾸준히 해왔다.

정말 맞는지 저자가 주장하는 방법들을 더 파보기로 했다.


 이 책에서 내세우는 근거는 잘 읽는다는 것은 빨리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읽는 것음을 실천한 위대한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도 정독과 함께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발췌하여 옮겨 적는 '초서'의 기법과 떠오른 생각과 깨달음이 달아나기 전에 재빨리 종이에 메모하는 '질서'의 스킬을 이용했다. 그래서 책을 읽고 해야하는 5가지 의무사항을 소개한다.


  

    책에 밑줄을 치며 메모하기  


    책의 중요한 부분을 독서 노트에 옮겨 적기  


    책의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독서 마인드맵을 작성하기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독서 노트 습관 만들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 노트를 만들어 기록하는 것이다. 책이 나무라면 메모는 꽃이란다. 그리고 가장 공감되는 말은 좋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보통 작가는 수천 일의 시간을 고민하며 자기의 모든 것을 끄집어 내지만 독자는 이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고작 10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이건 시간의 투자이익률로 계산하면 1000배가 넘는 장사이다. 이것을 시간의 레버리지 효과라고 말한다.

 

 보통 여행을 가서 멋진 풍경이나 맛집을 찾아 음식을 먹기 전에 꼭 사진을 남겨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 견주어 볼 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전에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독서도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이 그랬고 다윈 또한 여행하며 메모한 기록으로 종의 기원을 썼다고 한다.


 다음 스텝으로 마인드맵이란 방법도 소개하는데 독서노트는 책 속의 일부분, 문장 하나에 더 초점을 맞춰서 음미하는데 적합하고, 독서 마인드맵은 책 전체 구성과 내용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적합하다고 한다. 마인드맵은 개발시 종종 사용하던 툴이라 사용법은 잘 알지만 독서노트에 활용한다라... 이건 직접 써봐야 감이 잡힐 거 같다.


 그리고 다음 4가지로 독서한 것을 통해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책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여기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 위해 고려할 만한 두가지를 제시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 때 나의 관심사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과 반드시 교집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히트상품의 비밀인 MAYA(Most Advanced Yet Acceptable)가 글쓰기에도 적용되어야 하며 사람들은 친숙하면서도 놀라운 것에 반응한다고 한다.


책에 실린 유명한 작가인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의 한 단락을 보면

"처음부터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끝까지 책상을 넘기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 되려면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그들의 행동이나 주변 환경이나 대화 내용 등이 독자들에게 어쩐지 낯익는 것들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의 내용이 독자 자신의 삶과 신념 체계를 반영하고 있을 때 독자는 이야기에 더욱 더 몰입하게 된다."


이 친숙함과 놀라움은 다른 말로 하면 대중성과 진정성이다.  친숙하면 대중에 전달(Transfer)이 잘 되고 놀라운 진정성이 있으면 대중을 변화(Transform)시킨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제부터 읽은 모든 책은 독서노트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이 밀려왔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이게 정말 가능할까? 자칫 독서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돌덩이를 매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희망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닌 짐을 하나 더 실어주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책이 아닌가. 그걸 의식한 듯 저자는 책의 일부부만 정리해서 옮겨 적어도 충분하다 말한다. 영리한 저자이다. 아마 독서 노트를 습관화하려는 미끼일 수도 있지만 책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말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분명 손해는 아닐 것이다.

 

저자는 다시 한번 나쁜 독서에 대해 상기시켰다.


  

    책을 읽는데 시간을 많이 쓰려고 하지 않는다.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만 한다.  


    책을 깊이 읽지 않는다.  


    책의 요점만 빨리 파악하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인지부터 먼저 따진다.  



 아무튼 저자가 하도 좋다고 하고 나이탓인지 정말 나의 독서방식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 책을 필두로 처음으로 독서노트를 썼으며 이렇게 글쓰기까지 시도했다. 그리고 정작 해보니 달라진 것은 확실히 있었다.

 첫째 정말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스치듯이 지나갈 내용들을 밑줄 치고 다시 읽을 때 노트까지 작성하니 정말 머리에 각인이 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 하나 타이핑보다는 노트에 수기로 작성하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타이핑보다 수기가 학습 및 기억에 더 좋다는 연구결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은 진도가 느리고 손이 아프다. 그래도 한자씩 쓰는 것이 머리에 더 각인되는 건 확실하다. 그리도 독서노트만 다시 보면 30분 내도 전체 내용을 복기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책을 정말 천천히 읽게 되었다. 다작보다는 정독에 초점을 맞추니 한글자 한글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정독이 주는 마음의 안정도 함께 얻었다. 빨리 읽어나가며 완독횟수만 높이려는 오기와 왠지 모를 불안감을 잠재워주었다.

 세번째, 한 권의 책에 들이는 시간이 많다보니 좋은 책을 선별해야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읽고 쓰고 실천하고 습관화해서 삶에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가져오려면 정말 좋은 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목차를 꼼꼼히 보아야 하며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분명 얻은 것이 있기에 우선 이 방법대로 꾸준히 해보려 한다. 그리고 독서에 대한 재미를 선사한 책이라 추천한다. 그리고 모든 늦바람이 무섭다지만 누구에나 독서에 대한 이런 바람은 언제든 환영일 것이다.


"독서는 무지의 확장입니다. 메모 독서가 저를 겸손한 독자로 만들었습니다."  - 책 말미에 남긴 저자의 고백 중  

작가의 이전글 한산 - 용의 출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