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막 내린 ‘프로듀스 101’을 보고..
많은 관심과 논란을 받았던 101명 소녀들의 데뷔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 바로 어제 데뷔할 11명을 확정지으며 막을 내렸다. 누군가는 그저 어리고 예쁜 소녀들이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즐겁게 방송을 봤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이 방송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을 수도 있다. 나는 ‘프로듀스 101’이라는 방송이 많이 불편했고, 현재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거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거울 같아서 불편함을 느낀 것 같다. 20대에게 현재 우리 사회 모습은 맘에 들지 않으니까.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유의해주기 바란다.)
초반 연습생들의 실력을 검증해보기 위해, 춤과 노래를 보고 심사위원들은 연습생들에게 A부터 F, 각자에 맞는 등급을 매겼다. A등급을 받은 연습생은 자신의 티셔츠 앞에 A라는 스티커를, F등급을 받은 연습생은 F스티커를 붙인 모습이 방송에 나왔다. 등수를 발표할 때마다 툭 치면 바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기다리는 어린 연습생들의 표정은 보는 시청자들도 안타깝게 했다.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모습. 몇 등 안에 들지 못하면 탈락하는 룰. 실력이 아닌 외모로 인기를 얻는 연습생. 이 모든 것이 불편했다.
사실 '프로듀스 101'이라는 오디션은 작은 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는 실력보다 빛나는 외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 있다. 우리 사회에도 외모로 많은 걸 얻어가는 사람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등수는 연습생(참가자)에게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까지 등수는 살아남는데 매우 중요하다. 성적부터 외모까지 등수로 매겨지는 세상이다.
우리는 경쟁하고 또 경쟁한다. ‘프로듀스 101’에 나온 101명의 연습생들은 100명이라는 같은 처지의 연습생과 경쟁하느라 마음고생, 몸고생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11등이라는 꿈같은 등수 안에 들기 위해 경쟁해서 그 등수 안에 들어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프로듀스 101’ 안의 경쟁보다 더 각박하고 심한 아이돌 그룹들 간의 경쟁이다. 나아가 대중음악 전체에서의 경쟁이고, 모든 연예계에서의 경쟁이다. 결국 경쟁을 벗어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경쟁이다. 사는 것도 똑같다.
‘사회’라는 아주 큰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많은 것들을 갖춰야한다. 영어실력, 공모전 수상, 해외봉사, 외모, 대외활동, 학점 등.. 이 모든 것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스킬이다. 이런 스킬 없이도, 경쟁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스킬을 키우기에 일분일초가 바쁘다. 안타깝고 맘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스킬을 키울 수 밖에 없다. 나는 '프로듀스 101'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경쟁 사회의 현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