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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 NOTE Nov 06. 2024

V2_NO.8 천조국의 문단속, 우방국을 향한 러브콜

굳건했던 천조국의 빗장이 열린다.



○ 꿈의 무대. 천조국 진출의 빗장이 열린다.


세계 최대 군사 강국 미국은 글로벌 방산업체에게 그야말로 꿈의 무대일 수밖에 없다. K-방산 역시 중동과 유럽시장을 대상으로 눈부신 수출 성장을 보였으나 아직 미국 수출 사례는 없어 여전히 꿈의 무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압도적 국방예산의 뒷받침으로 언제나 고고할 것 같았던 천조국 미국, 고독한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했던 미국이 어지러운 세계정세를 타파하기 위한 묘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우방국에게 빗장을 여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미국 조선업 상황을 살펴보자. 



○ 조선 역량을 잃은 세계 최강 美 해군

1970년대까지 미국은 해군력 뿐만 아니라 해군력의 기반이 되는 조선업까지 넘볼 수 없는 세계 1위였다. 오늘날 미 해군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조선업은 자생능력을 잃으며 19위까지 내려앉았다. 미 조선업이 자생 능력을 잃게 된 주요한 이유 두 가지는 ① 1920년 존스법(Jones Act, 연안무역법) 제정과 ②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보조금 중단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존스법은 美 자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만 미국 연안 운송을 하도록 제한하는 법으로 글로벌 조선사의 미국 진출에 큰 허들이 되는 동시에 미국 조선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냉전시대를 겪으며 미국 조선업 Supply Chain은 붕괴되었고, 신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졌으며 심각한 수리/정비 지연으로 해군 전투역량이 빠르게 자연 소실되고 있는 뼈아픈 상황에 봉착했다.




○ 턱 끝까지 쫓아온 中 해군력, 우방국 통한 조선업 재건을 꿈꾸는 美 해군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정부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조선산업을 육성하였다. 그 결과 세계 1위 조선업 역량을 갖추게 되었고 해군력은 세계 2위로 빠르게 올라섰으며 이미 양적으론 미 해군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급해진 미국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컬럼비아급 잠수함 4척, 버지니아급 잠수함 9척,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10척 등 총 57척이라는 공격적인 전함 건조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모든 신규 함정 납기가 1년에서 3년이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조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동시에 200척 이상의 美 전투함의 MRO(유지·보수·정비) 수요를 해결하는 것은 자력으론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궁지에 몰린 美 정부가 선택한 조선업 재건 방법은 바로 ‘조선 기술과 방산 경쟁력’을 동시에 만족하는 우방국조선사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2024년 2월 美 MRO 위탁 사업 추진의 핵심 인물인 해군성 장관 카를로스 델 토로는 직접 우리나라의 조선사 두 곳을 방문하여 美 조선시장, 특히 함정 MRO 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였다. 


러브콜을 받은 우리나라 조선사 두 곳은 수개월 뒤인 2024년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MSRA(함정정비협약)를 체결하며 美 MRO 사업 입찰 자격을 얻어냈고, 그 다음 달인 8월엔 4만 톤 규모의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연간 약 20조원 규모의 美 MRO시장에 진출하는 결과를 얻었다. 


美·中의 해군력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고 시기상 중국의 대만 침공 이슈와 맞물려 있기에 미국이 느끼는 조급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세계 방산시장의 라이징스타로 등장하고 있는 K-방산과 함께 K-조선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잠재력이 기대되는 바이다. 



○ 미국의 새로운 안보 구상 – 일부 거점 우방국 중심에서 '격자형 구조'(lattice-like)로


또 한발 더 나아가 시각을 넓혀 살펴보면 ‘미국의 빗장 열기’가 비단 조선업에만 한정된 단편적 일이 아님에 주목해야 한다. 시대의 주적主敵을 특정할 수 없는 세계정세 속,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우후죽순으로 자라나고 있는 전쟁의 씨앗을 모두 대응하기엔 기존의 ‘거점 중심’ 동맹 구조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산재해있는 치명적 4개국(북·중·러·이)이 각자의 지역에서, 또 공동의 이해관계로 끈끈해진 연대를 만들어 나가며 국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군사력을 빠르게 팽창시키고 있으며 무력 침공을 통한 대만 흡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미국에게 강력한 견제가 필요한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이슈 중심의’ 촘촘한 격자형 구조로 새로운 안보 구상을 현실화해 나가고 있으며 美 조선업의 변화 역시 이러한 큰 흐름 속 하나로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격자형 안보 구상’의 핵심은 ‘보호’가 아닌 함께 ‘분업’하며 실질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맹국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확보하는 것이다.




○ 미국이 능력 있는 동맹국을 확보/육성하는 방법


‘능력 있는’ 동맹국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세계 최강국 미국에는 큰 도전일 수 있다. 애초에 미국과 모든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강대국과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고민할 것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미국이 원하는 지형학적 위치에서 미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국방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극소수 동맹국 한정 ‘빗장 열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심 적국이었으나 현재 핵심 동맹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며 K-방산이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보자.



오커스(AUKUS) – 무기 기술 수출 통제 해제까지, 강력한 안보 파트너십 합류 가능성이 열린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1'에 이어 해저·양자기술·인공지능(AI)·사이버·극초음속·전자전 무기 등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2’에 일본과 한국이 합류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더욱이 2024년 8월 16일 있었던 오커스(AUKUS) 정상회담에서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적용 대상 기술 70%와 미국 수출 통제 규제 대상 80%에 대해 무기 기술 수출 통제 대부분을 해제하기로 3국간 합의가 이뤄진 바, 합류 시 동맹국 간 강력한 파급력이 예상되는 바이다. 


오커스(AUKUS) :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미국 3자 방위 파트너십



美 생산량 한계 극복 위한 미사일 공동생산 

계속되는 전쟁으로 생산력에 한계를 느낀 미국. 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호주 등 동맹국과의 미사일 공동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4년 4월 美·日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록히드마틴의 PAC-3 미사일을 일본 기업들이 공동 생산하는데 합의가 이뤄진 것에 이어 7월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 암람(AMRAAM) 공동생산도 합의되었다. 이번 합의는 단순 공동생산을 넘어 일본이 생산한 해당 미사일을 타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광의적 차원의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본은 2023년 10월, 일본에서 생산된 무기를 미국에 이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력을 이용한 공동개발부터 전략무기 중요 부품 수출까지

일본은 대형 플랫폼 수출보다는 첨단 기술 및 부품을 선진국과 공동개발하거나 이를 수출하는 것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이어나가 美 신형 함선 및 전투기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미국 방위산업계와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2024년 3월 신형 함선에 장착될 록히드마틴 SPY-7 레이더에 후지쓰가 중요 부품을 공급하기로 하였으며, 2024년 7월엔 호위함과 항공모함에 설치될 SPY-6 계열 레이더에 미쓰비시 전기가 중요 부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록히드마틴 SPY-7 레이더



美 조선업에도 대한민국보다 한 발짝 더 먼저, 더 깊이 들어간 일본 

사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일본 조선소에 MRO 참여를 독려하였다. 일본은 요코스카시에 美 7함대 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유사시 조선소 핵심시설을 보호할 수 있는 방공망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공간적 이점이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美 시장에 진출하였고, 추가적으로 2023년 12월 양국은 추가적으로 미국과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을 창설하여 일본 내 美 전투함·공군기 수리 추진 등에도 합의하였다. 그 결과 美 제7함대 소속 USS 로널드 레이건(CVN-76) 항공모함과 미사일 구축함까지 MRO 범위를 넓힌 상태이다. 아직 비무장 지원 선박에 대한 MRO 자격만 인정받은 우리보다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간 모습이다.


요코스카항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그렇다면 우리는? 국제정세 변화와 미래전장 축의 변화 모두 주목하라.


1945년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며 항복을 받아내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이뤄낸 지 80년이 흘렀다. 그동안 냉전시대, 글로벌 시대, 다시 新냉전시대를 맞이하며 韓·美·日을 포함한 국제정세는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국제정세와 맞물려 판을 뒤바꾸고 있는 변화 요인은 AI, 무인체계 등이 만들어내는 미래전장 축의 변화이다. 하나의 예로 美 해군은 2016년 12월 군함 355척을 달성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전력 구조 목표를 발표하였으나, 2023년 6월 해군 전력 구조에 무인함정 135척을 새로이 포함하며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한 바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최근 전쟁 양상을 보더라도 시장의 기회는 무인체계, 유·무인 복합체계에 유연성을 부여할 임무장비, 생산력을 기반으로 한 소모성 무기체계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미국 동맹국 중 유일하게 RDP 협정을 맺지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미국 방산시장으로의 변화의 잠재력이 큰 상태이다. 특히 지난 7월, FCT(美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유도로켓 비궁의 경우 미 해군의 무인함대 진입 가능성을 열었다. 유도무기를 미국의 무인수상정 플랫폼에 탑재하는 새로운 시도다. 더욱이 우리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생산력까지 갖춘 상황이기에 기회요소는 다각도로 열려있다. 

치명적 4개국의 위협과 결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질 것이 예상되는 바, 미국이 일본과 만들어놓은 ‘현재’ 사례들보다 더 큰 변화와 새로운 기회들이 우리의 ‘미래’에 찾아올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변화할 미래에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는 우리가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에 선제적 준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L NOTE


[Vol.2] ISSUE NO.8
굳건했던 천조국의 빗장이 열린다.
치명적 4개국에 대응하라! 천조국의 문단속과 우방국을 향한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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