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북·이, 역대급 악의 공조가 시작되었다.
○ 다시 돌아온 신냉전 시대? 불길한 결탁과 불가피한 연대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 양국이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두고 세계가 떠들썩하다. 군사동맹 조약에서나 있을 법한 ‘전쟁 시 상호 군사 및 기타 원조 제공 조항’이 등장한 것이다. 냉전 이래 가장 강력한 협정이며 결국 ‘군사동맹’이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과 함께, 나토는 정상회의에서 IP4(Indo-Pacific 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와의 밀착 공동대응 필요성을 제기, 협력 강화에 나섰다. 러우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서진(西進)만 경계하고 있던 나토가 북·러 조약 체결에 따라 위험 반경이 한국을 포함한 인태 지역으로까지 확장 되었음을 인정, 한국을 포함한 인태 국가들과 북·중·러 포위망 구축을 추진하고자 함이다. 다시 돌아온 신냉전 시대의 서막일까? 도대체 세계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러우전쟁의 장기화, ‘필요’에 의한 전략적 밀착의 시작
북·러협력의 근본적 원인은 ‘러우전쟁’ 에서 출발한다. 사실상 러우전쟁은 러시아 대 서방국 구도로 전개, 미국 주도의 서방국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을 거론하며 고강도의 제재를 가했다. 예상보다 장기화 된 전쟁, 전방위적 제재로 러시아의 전력 자원엔 한계가 발생했고 경제 시장엔 새로운 변화가 요구됐다. 결국 러시아만의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 북한·중국·이란 등과 국방/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반미전선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의 밀착은 기회주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일시적 협력 관계로 보인다. 다만 북한 내 첨단 군사기술 이전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 구축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을 강력히 내보이고 있다.
중국과의 밀착은 복잡미묘하다. 러시아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이중용도 품목이자 국방 산업에 기반이 되는 반도체와 기계 장비,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군수 물자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는 유지하지만 북·중·러 연대 부각으로 이어지는 행동은 경계한다.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을 자극하는 새로운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밀착을 보여주고 있는 국가는 이란인데, 직접적인 무기 교류는 물론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유라시아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국제적 협력
지난 7월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북·중·러·이의 밀착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안보 전선에서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음을 암시하며 인태지역 파트너들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P4(Indo-Pacific 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들과 별도의 회동을 통해 ‘올해 안 각 국의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5자 협력 제도화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비슷한 시기 열린 IP4 정상회의에서는 ‘러북 군사협력 규탄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중점협력사업' 추진을 통해 나토와 제도적 협력 기반을 강화키로 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유럽과 아시아가 함께 안보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판단, 군사장비 공동개발 등을 목표로 아시아 최초 한국, 일본과 각각 안보·방위 파트너십 체결을 제안했다. 더 나아가 한·미·일 3국은 군사훈련을 정례화하는 안보 협력각서까지 체결했다. 불길한 결탁에 대응하는 불가피한 연대, 짙어지는 진영화의 그림자일까?
○ 짙어지는 연대와 결속, 우리에게 드리워질 위협은?
러우전쟁으로부터 출발한 단순한 연대와 결속은 종전 시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문제는 전쟁의 장기화, 그리고 미국 주도의 제재와 압박, 역내 안보 연대에 대항하는 ‘공동의 이해’ 관계 라는 점이다. 이는 분명 강력한 구심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당장의 이익만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넘어, ‘공동의 이해’를 위한 심화된 경제적·군사적 동맹의 단계로 접어들 경우 눈 앞에 펼쳐질 위협의 수준은 다를 것이란 건 자명하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최악의 안보 위기까지 우려할 수 있는 우리는 다가올 위협을 좀 더 다각도로 바라보며 유연하고 선제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경제 전선, 북·중·러 경제블록화와 공급망 위협
미·중 공급망 경쟁의 심화와 러우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서방 간 무역 단절의 골이 경제 블록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러우전쟁 발발 후 블록 간 무역은 블록 내 국가 간 무역 대비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7월부터 중국이 항공·우주 구조 부품과 초고분자 폴리에틸렌 섬유 등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국내 방산은 지속적인 국산화 추진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파장은 적었다. 하지만 이번의 ‘수출 통제’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소부장이란 점은 우리에게 중요한 경각심을 안겨준다. 경제 블록화의 가속이 부품·소재·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경향을 짙게 만들며, 이는 상대 국가의 무기체계 개발·운용에 직접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적인 예시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당장 공급망이 차단되어도 큰 문제가 없을 ‘공급망 다각화’와 ‘국산 자립화’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산화가 잘 이루어져있는 방산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특히 최근 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드론’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공급망 위험성을 감지하고 군용드론에 대한 중국산 부품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 관련 규정이 없으며 업체의 기술개발을 유인할 정책이나 제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사 시 부품 공급망이 불안해지면 당장의 제조는 물론 유지보수도 어려워 우리 군의 드론 운용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경제블록화는 여러 산업에 다양한 형태로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다만 국가 안보에 가장 직결 될 수 있는 방위산업에 대한 위협이 가장 치명적일 것,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직접적 위협, 예측 불가한 북한의 무기체계 변화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 위협은 역시나 주적인 ‘북한 무기체계의 변화’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북한 ICBM 완성의 최종 관문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탑재-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고 핵연료를 사용하여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전략핵추진잠수함’이다. 둘 다 게임체인저급 기술로 북한의 요구에 러시아 기술이전이 현실화될 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안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최종병기’인 셈이다. 이 밖에 ‘군 정찰위성 발사 기술’과 ‘우주발사체 엔진 기술’에 대한 이전도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물론 러시아 입장에서 이 모든 기술을 이전해줄 만큼 상응하는 이득이 있는지가 미지수고, 지나친 북·러 밀착을 경계하는 중국의 반발 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은 ‘노후한 방공망 개선 등’ 낮은 단계의 군사협력부터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사실 더 무서운 건 북한의 변화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북한이 수직 낙하해 방어에 취약한 탱크 상부를 공략하는 새로운 ‘자폭형 무인기’를 공개했다. 러시아가 안보리의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에 자폭 드론을 건낸 후 1년 만의 일이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를 하루빨리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며 “앞으로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AI)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과업과 방도를 직접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칭전력에만 힘을 쏟던 북한이 러우전쟁의 교훈과 러시아의 기술을 토대로 신속히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는 자폭형 무인기 전력의 중요성을 파악, `22년부터 도입했지만 여전히 전력화 된 ‘국산’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북한 전력의 강점은 독재적인 리더십이 이끄는 ‘신속성’에 있다. 즉 강력한 군사적 헤리티지를 보유한 러시아, AI와 같은 첨단 기술 강국 중국, 수많은 분쟁과 전쟁의 격전지로 매일이 무기 테스트베드인 이란과 군사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순간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예측 불가한 위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가히 무기체계만이 아닌 전술적 진화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북한이 만약 이란의 이스라엘 혼합 공습처럼 자폭 무인기와 미사일을 섞어 ‘제파식 공격’을 자행할 경우, 우린 이런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될 것임은 분명하고, 이 모든 것이 근시일 내에 벌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까지 인지한다면 현 대응 체계의 신속한 검토와 재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 사안일 것이다.
예측 불가한 위협, 한 발짝 앞서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대응하라
치명적 4개국의 연대, 예측 불가한 위협에 어떤 대응을 준비해야 할까? 외교적·구조적 차원의 대응 마련은 당연, 업체의 관점으로 좁혀 보자면 도전적인 과제 제안과 다각도의 협력 구조 구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더 이상 주적의 공격체가 북한의 기술만으로 정의되지 않고, 러시아·중국·이란의 기술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 우리의 현 방어체계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업체들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전반을 모니터링, 적극적인 과제 제안으로 예측 불가 위협을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대응할 수 있는 기틀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다각도의 협력 구조들을 시도하여 기술개발과 공급망 운영의 유연성을 확장하는 것도 방어체계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중요한 노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변화의 속도보다 더 ‘빠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위협의 변화를 지켜보며 정책이 변하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민간업체와의 혁신적 협업, 자체 투자 등 업체가 할 수 있는 발 빠른 대응 방식들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짙어지는 진영화의 그림자, 신냉전의 도래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과거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연대와 달리 철저히 각 국의 편익과 이익 기반의 실용적 결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예측불가하고 위험성 또한 높을 것, 신속 유연한 선제적 준비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Vol.2] ISSUE NO.7
역대급 악의 공조가 시작되었다.
치명적 4개국(Deadly Quartet;러시아,중국,북한,이란)의 발칙한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