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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Dec 18. 2019

너희를 보내기까지, 겨우 2주.

어느 봄날 우리 집에 찾아온 범, 봄, 빰. 

 소중한 아침이다. 햇살은 적당히 뜨겁고, 대기는 고요하고 카펫에 똥도, 토 자국도 없이 흩뿌려진 모래 정도만 있는. 어쩌면 다른 날보다 조금 더 평화로울 거라고 예상되는.. 아니 조금 더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다른 날처럼, 평소처럼 안온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그런 오전의 시간. 


 오늘은 꼭 청소기를 돌리겠다는 마음을 먹고 바닥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위로 올려두느라 잠시 소파 앞에 무릎을 꿇고 기대 앉은 순간 쪼르르 내 곁으로 모여든 아기고양이 세 마리. 호로롱 호로롱 아기 새 같은 숨소리를 내는 빰아, 곧 우리 곁을 떠날 너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떠올리고 그리워하게 될까. 발 주위를 빙글빙글 맴도는 어리광쟁이 봄아, 네 푸른 잿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밤중 수유를 하던 순간을 난 아주 오래 기억하고 추억할 거란다. 순둥한 얼굴로 온갖 부산을 떠는 귀여운 범아, 네가 나이를 먹으며 네 몸 이곳 저곳에 크고 작은 점들이 생기겠지. 보리가 자라며 그랬듯이. 그래도 난 네가 아주 아기였던 순간부터 네 콧잔등 위에 있던 작은 점을 잊지 않을 거란다. 


 '이런게 작은데 걸을 수 있다니!' 싶도록 작았던 너희들이 이제는 거의 날다시피 집안을 누비고 다니게 된 지난 한달. 너희가 세상을 넓혀가고 열심히 노는 모습을 지켜본 모든 순간 순간들이 어쩐지 슬프고 아름다웠단다. 어쩐지 또 눈물이 날 것 같은 아침. 너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이지만 할 수 없으니, 얼른 청소기를 돌리고 나서 그냥 또 너희를 안고 쓰다듬고 괴롭혀야겠다.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보내자 우리.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은 이제 겨우 2주 남짓이니까. 정말로, 이 순간이 너무너무 그리울 것 같아.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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