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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Dec 20. 2019

사랑을 아는 고양이

우리 집을 거쳐갔고, 거쳐갈 고양이들을 생각하며

사랑을 아는 고양이


사람이 자신을 올려드는 일이 아프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아주고 쓰다듬어 주기 위해서라고 천진하게 믿는 고양이. 

그래서 사람의 손이 닿기도 전에, 어쩌면 사람의 눈길이 닿는 그 순간부터 그르릉 대기 시작하는 고양이

뽀뽀하고 끌어안는 일은 싫지만 그게 사랑의 표현인걸 알아서 몇 초 정도는 기꺼이 견뎌주는 고양이

쿵쿵 거리는 발걸음에 겁을 조금 먹더라도 궁금하고 신기한 게 더 많아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고양이

느긋하게 배를 드러내고 깊은 잠을 자는 고양이.


우리 집에서 자라나는 고양이들을 그렇게 키워내고 싶다.

어쩌면 사람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도 사람에게 '믿는 구석'을 두는 고양이가 되길 바란다.


사람이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건 모르게 하고 싶다. 

독한 악의를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른다는 경계심은 그들이 삶에 없어도 되기를. 

아픔을 주는 손길이 아니라 다정하고 포근한 손길만 아는 고양이가 되기를.


우리 집에서 자라나는 고양이 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그러하기를. 

길어야 이십년 남짓 할 짧은 삶을 사랑을 받는 일에만 익숙한, 조금은 버릇없고 매우 당당한 고양이로 살기를. 




아보 / 카도 (2017.03.06 태어나서 2017.04-05월 우리집에 머물렀다. 우리의 첫 보틀 베이비)


깜깜 / 꼼꼼
동실 / 북실 / 복실 / 포실


흑미 / 현미 / 백미


감 / 귤 / 밤


오레 / 레오 / 크림


누가 / 누구 / 니니


범 / 봄 / 빰


큰공 / 작은공


찐빵 / 호빵 / 만두 / 라비 /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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