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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Jan 17. 2020

길에서 태어난 다섯 고양이

호빵, 찐빵, 만두, 라비, 올리

2019/12/18의 일기


 꼬질꼬질한 올리가 내 품 속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다. 

10월 15일에 태어났을 걸로 추정되는 찐빵, 호빵, 만두, 라비, 올리는 요즘 상자 밖에서의 삶을 배우는 중이다. 새벽부터 아침까지는 거실의 커다란 상자 안에서 다섯이 사이좋게 잠을 자지만 다른 시간에는 캣타워에서, 소파에서, 의자 위 담요 안에서, 가방 위에서 각자 또는 몇몇이 함께 모여 잠을 잔다.


 어제 아침에 라비와 올리가 다시 왔다. 우리가 처음에 다섯 마리 중 세 마리만 데려오고 난 뒤, 남은 두 마리도 금방 임보처를 찾아갈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그러지 못하고 센터에 남아 있단 이야기를 듣고 남은 둘도 데려온 게 약 한 달 전. 그러다 며칠만에 재채기를 하고, 숨을 쌕쌕거리는 증상을 보여 다시 센터에 치료를 맡겼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라비와 올리는 태어난 지 겨우 7주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그중 6주 하고도 반을 길과 센터에서 지냈다. 우리 집에서 며칠 지내다 보낼 때만 해도 분명 깨끗하고 몽실몽실했는데 다시 만난 어제는 세상에, 이렇게 꼬질 하고 냄새나는 꼬마들은 처음 봤다. 데려오는 차와 집 안이 꼬릿 꼬릿 한 냄새로 가득 차고 라비와 올리를 한번 쓰다듬거나 안고 나면 손과 옷에도 냄새가 배었다. 다시 감기에 걸릴까 씻기지도 못하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빵빵두가 이유식을 유난히 못 먹는다 싶더라니 라비와 올리도 못지않았는지 얼굴은 물론이고 손, 가슴팍, 귀 뒤쪽까지 온통 맘마가 말라붙어 있었다. 열심히 먹으려고 했을 테니 그 꼴이 되었을 텐데, 마르기는 얼마나 말랐는지 그 포동포동하던 라비 마저도 눈이 때꽁했고 등을 쓰다듬어보니 척추와 갈비뼈가 드르륵 하고 손에 걸린다. 태어난 지 7주나 된 고양이가 이렇게 작고 마를 수 있다니. 


 보낼 때에는 이렇게 긴 시간이 흘러서야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얼마나 아프기에 아직도 레뷸라이져를 하고 있다는 건지, 왜 아직도 다시 데려가란 연락이 없는 건지 궁금해하다 결국 3주 만에 다시 라비와 올리를 데려올 수 있었다.


 겨우 며칠 함께 있다가 보내서 낯을 가리진 않을까 걱정했던 라비와 올리는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빵빵두와도 너무 잘 놀고 사람들에게 너무 잘 안긴다. 오히려 센터에 있는 동안 사람 손이 너무 그리웠는지 잠투정도 심하고 자꾸 안기려 든다. 나와 수빈이 역시 그동안 안아주지도 쓰다듬어주지도 못했던 라비와 올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무릎에 올린 채로, 품 속에 넣은 채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8주 차인데도 겨우 1파운드 남짓인 꼬꼬마 녀석들. 덕분에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것 같지만 다시는 그 누구도, 어디도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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