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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Jan 20. 2020

만두를 보내기 한 시간 전

만두야, 우리 꼭 다시 만나. 

만두야, 올 때는 제일 작았는데 이젠 가장 커져버린 우리 만두야.

다섯 중 유일한 남자아이인데도 가장 작아서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별 탈 없이 잘 자라준 우리 만두야.

이제 한 시간이 지나면 너를 케이지에 넣고 차에 태워 네가 왔던 센터로 다시 간다. 

꼬물이 아가 시절 너의 하얗던 얼굴과 반은 희고 반은 까맣던 예쁜 코를. 하얀 발을.

벽으로 돌진해 정말 크게 '쿵'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박아 걱정했던 어느 날을. 

맘마에 얼굴을 박고 숨도 겨우 쉬며 먹다 고개를 들었을 때의 우습고 심란한 너의 얼굴을. 

나는 잊지 못할 거란다.


뭘 자꾸 물고 다니고, 공이라면 다 좋다고 이리저리 몰고 뛰어다니던 바쁜 만두. 

하도 열심히 노는 독립적인 고양이라 얼굴 마주할 새는 잘 없었지만 그래도 거실에 튼튼해 보이는 애가 우다다를 하고 있으면 그건 십중팔구 너였지. 

한 손에 올라오도록 작았는데 이제 한 손으로 들기도 버거워진 우리 왕만두. 


오늘 널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열흘이나 보름쯤 지나면 남은 넷 과도 이별해야 할 텐데,

그래도 너는 이미 새 가족을 찾았으니 너무 슬퍼하지 않을게. 아마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도 왜 이렇게 슬픈 걸까 만두야. 


만두야, 오늘 밤은 낯설고 무서울 거야. 늘 셋 아니면 다섯이 함께 지내다가 오늘 밤은 낯선 철창 속에서 조금은 춥게 자야 할지도 몰라. 네가 너무 무서워하지 않기를. 그냥 좀 심심할 뿐이라 태평하게 긴 잠을 자는 밤이 되기를 바라. 가끔 널 꼭 끌어안고 있으면 네가 내는 '이거 풀어줘, 내보내 줘-' 하는 울음을 오늘 밤에 너무 많이 내지 않기를. 

내일은 낯선 손이 너를 잠재우고 일어나면 어딘지 모르게 몸이 조금은 아파서 놀기 어려울지도 몰라. 목에 이상한 카라를 씌워서 맘마 먹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런 힘든 시간이 너무 길지는 않을 거야. 너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한 분들이 금방 너를 데리러 올 거란다. 그 집은 여기보다 넓고, 여기에서 받았던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게 될 거야. 


바라건대, 우리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보러 갈게. 만두의 새 집에. 

만두야, 아마 지금 소파 아래에서 자고 있는 녀석이 너겠지. 차마 너를 깨울 수가 없어서 얼굴을 못 보겠네.

있다가 차 타고 가는 길에는 우리 꼭 껴안고 가자. 우선 푹 자렴. 우리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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