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아주아주 많이 지나면, 엄마나 보리에 대해 과거형으로 말하게 될까?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난 아직도 수빈이와 대화를 나눌 때 '이거 엄마가 좋아하는거잖아' 라거나,
'엄마가 보면 기겁한다 ㅋㅋㅋㅋ' 하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엄마가 좋아'했다' 라거나, 엄마가 '봤으면' 이 아니라. 그냥 어딘가에 엄마가 잘 있는 듯이.
보리는 말처럼 뛰'었던'게 아니라- 여전히 말처럼 '뛰고',
보리가 똑똑해서 말대꾸를 자주 '했던'게 아니라- 말대꾸를 오지게 '하고'
보리가 닭고기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닭고기를 좋아'한다' 고 말한다.
비교적 얌전하고 자그마한 고양이 둘만 남은 이 집에서, 문단속을 대충 하는 나를 발견 할 때마다
보리가 집에 없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적응했구나, 싶어 내가 미워지고 싫어지고
문단속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그 틈을 타서 나가버리던,
현관 문이 열린 다음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어디선가 빼꼼히 나타나 문을 열어보던,
하얗고 두툼해서 아주 실한 망고스틴 같은 발로 방충망을 톡톡 건들던 보리가 너무 많이 보고싶다.
내가 새로 만든 캣타워에서, 보리는 어떤 자리를 가장 좋아했을까.
힘 세고 날쌘 보리가 우당탕탕 뛰어도 괜찮도록 튼튼히 만들어 두었는데,
달래와 구름이는 조심스레 긁던 스크래쳐를 보리는 다 뜯어놓을 기세로 열심히 써 주었을까.
삼줄 단단히 감아둔 기둥을 멋진 컴프레션으로 단숨에 올랐을까.
나는 잘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달래와, 가장 예쁜 구름이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사랑을 주지만
가장 든든하고 멋진 보리가 없어서 조금 허전한 이 집에서 내가 언제나 너를 그리워 하고 있다는걸,
우리 보리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