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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Jul 24. 2024

우리집 보리

구름달래에겐 비밀이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고양이. 

2016년 2월 3일에 만난 보리

엄마를 아는, 엄마가 사랑한 유일한 고양이 보리.

내가 욕조에 들어가 있으면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들어와 날 구해주려고 시도(는) 하는 보리.

싸구려 맘마를 너무 좋아해서 걱정시키는 보리.

덜 좋아하는 맘마도 손바닥에 주면 그럭저럭 먹어주는 보리.

구름이를 조지는 보리.

그래도 예뻐하는 동생은 오직 구름이인 보리. 

동생들에게 맘마를 양보하는 보리.

하지만 내 배 위에서의 자리는 양보하지 않는 보리. 

우엉 하고 우는 보리

간식을 꺼내면 웃는 입으로 까까까 하는 소리를 내는 보리

잘 뛰는 보리

중식도 하는 보리.

중식도 하다가 커튼박스 부셔먹은 보리

이케아 종이 조명도 다 부셔먹은 파괴왕 보리

작은 소품서랍을 열어제끼는 보리

눈 마주치면 안하는 척 하다가 내가 다시 고개를 돌리면 서랍 열기에 열중하는 보리

내가 거울로 지켜보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르다가 서랍 와장창 하던 보리

유리 물병도 하나 해먹은 보리

비닐봉지 공을 제일 좋아하는 보리

어쩌다 생긴 레몬 사탕도 좋아해서 한 상자를 사게 만든 보리

소파 위에 누으면 으앙? 하고 뛰어 올라오는 보리

7키로까지 나갔던 돼지고양이 보리

벌러덩 누워있던 보리

아기 때 캐리어 밖으로 한 발 나오는데 30분 걸린 보리

처음 만났을 때, 임보하시는 분의 패딩 모자 속에 들어있던 보리

만난 첫 날, 바로 침대로 뾰롱 올라와 내 옆에서 잠들었던 보리

식탁 부셔먹을 듯이 뛰어다니는 보리 

비닐봉지 정리할 때 꼭 옆에서 기다리다 공을 하나씩 얻어가는 보리

고등어구이를 물고 도망친 보리

닭을 삶으면 꼭 자기거인줄 알고 주방 앞에서 우는 보리

돼지 수육도 잘 먹는 보리

더위를 많이 타는 파주 고양이 보리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구경하는 보리

비 냄새 바람냄새 맡는 보리 

나와 빙수의 의자를 좋아하는 보리

깃털 장난감을 따라 날아다니는 보리

리클라이너에 앉으면 종아리 옆에 누워있는 보리

벽장에서 알아서 장난감과 간식을 꺼내는 보리

눈치 보면서 살금살금 벽장을 여는 보리

밤에 벽장 문으로 시끄럽게 하는 보리

말발굽처럼 다그닥 다그닥 뛰어다니는 보리

코와 입술에 생긴 점도 예쁜 보리

낯선 사람을 좋아하는 보리

에어컨 기사님 장비 가방을 뒤지던 보리 

천둥번개는 안 무섭지만 8살이 되도록 청소기는 무서운 보리

치카 잘하는 보리

피아노 치면 옆에 있는 보리

테라스에서 꽃 냄새 흙 냄새 맡으며 널부러진 보리

말대꾸하는 보리

나와 기싸움은 하지만 뒤끝은 없는 보리

왕 크고 하얀 발 찐빵을 먹는 보리

콧잔등에 세로 주름이 가는 보리

뽀뽀를 견뎌주는 보리

가끔은 먼저 뽀뽀를 해주는 보리

팔과 옆구리 사이에 누워 가슴팍에 턱을 괴고 눕는 보리

찌부찌부 샌드위치를 견뎌주다 푱 뛰어나가는 보리

거의 아무런 냄새도 안나는 보리

하얀털 갈색털 아주가끔 까만털이 몇 개 있는 보리

수염이 멋진 보리

이불 건조대에서 자다가 떨어진 보리

냉장고위 아지트의 보리

보리삼거리의 보리

아기 시절 이불과 커텐에 오줌싸고 쫄아있던 보리

이사하느라 정리 못한 화장실 비닐 위 모래 한줌에 쉬 싸려던 보리

초코 프로틴 쉐이크 좋아하던 보리

당근 뽕에 취하는 보리

당근을 하도 물고빨아서 턱에 당근물 든 당근보리

현관 문이 열릴 때마다 탈출을 꿈꾸는 보리

에리카가 너네 고양이 밖에 있는 것 같다고 알려줘서 연행해 온 보리

탈출해 봤자 바닥에서 뒹굴뒹굴 하는게 고작인 보리

얼마 안가 템테이션에 유혹당해 잡혀오는 보리

택배상자는 꼭 들어가는 보리

밤에 빙수가 방에 들어가려 하면 아기처럼 소리 안내고 우는 보리

눈뽀뽀 해주는 보리 

아기때는 말을 못하는 고양이인 줄 알았던 보리

나중에는 말이 너무 많아진 보리

화장실 높은 창가에 올라가는 보리

냉장고 위 벽장을 탐방하는 보리

그래서 발 뒤꿈치가 꼬질꼬질한 보리

리클라이너 가로 폭에 꼭 맞게 누워있는 보리

신이나서 총총총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보리

식탁 창가에서 보이는 주차장 아저씨에게 인사하던 보리

몬스테라 새순에 코 끝을 긁는 보리

리리를 머리 위에 얹은 아기보리

엄마가 아빠를 위해 데려오자고 해서 만나게 된 보리

갑자기 찾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우리 옆 동네에 살고 있었던 보리

우리 가족이 힘들 때 많이 웃게 해 준 보리

고작 6주 아가였는데 커다란 집에서도 길 잃지 않은 똑똑이 아기 보리

습식 캔을 안 먹어서 몇일이나 손바닥 위에 떠서 먹여야 했던 보리

웃기는 옷을 입은 라면가게 사장님 보리

달래에게 하루 스무번의 하악질을 하던 보리

내가 어디서 뭘 하던 새로운 게 보이면 궁금해서 장난치러 오는 보리

왕머리 볼살 뚱뚱 보리

아기처럼 안겨주는 보리

작은 상자에도 발 두개는 꼭 넣어보는 보리

늘 머무는 집인데도 자주 구석구석 순찰하는 보리

망설임 없이 높이 뛰는 보리

접시에 남은 크림을 싹싹 먹어치우는 보리

등을 바닥에 대고 길게 누워 곤히 자는 보리

이름을 들으면 귀찮아도 꼬리 인사는 해 주는 보리

귀의 장식털이 멋진 보리

새로운 아기고양이가 오면 캐리어에 쏙 들어가는 보리

아기고양이 사료 먹고 살찐 보리

다른 고양이가 와도 별 생각 없이 캐리어나 탐내는 보리

아주 가끔 아기고양이 그루밍을 해주는 보리

그러다 한번은 4주차 아기 고양이에게 그루밍을 당하기도 한 보리

나홀로 집에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티비 앞에 앉던 보리

7개월 때 평균 성묘 체중을 돌파해서 나를 놀라게 한 보리

의사 선생님에게 뚱뚱한 건지 물어봤더니 얘는 그냥 큰 애라고 했던 보리

침대에 같이 누워서 시간을 보내주는 보리

캣잎을 따오면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다리는 보리

몬스테라 새순에 코를 긁던 보리

궁금한게 너무 많은 보리

캠핑 다녀와서 냄새가 많이 바뀌었어도 바로 치대는 보리

비행기 타고 미국까지 온 보리

소파에 누워있으면 꾸륵? 하고 사뿐히 뛰어 올라오는 보리

손을 잘 쓰는 집요한 보리

더운 여름, 화장실에서 물 비닐봉지를 가지고 놀던 아기 보리

집에 오는 사람마다 크다고 놀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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