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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기 임보 시작

by 녀미

아기 고양이들이 왔다.

4주차랬나, 나이가 4주랬나 여튼 첫째 바람이는 꽤나 묵직한데 아직도 배변유도를 해 줘야 쉬야를 한다.

21기 임보의 시작을 맞아 오랜만에 지난 임보의 역사를 훑었는데, 거의 70마리나 되었던 아기고양이들 중에 가장 화장실을 빨리 가린 친구는 역시 우리의 셋째이자 20기의막내 (아마도) 달래였다고, 2주 반의 나이에 혼자 쉬도 잘 못 하는 나이에 그마저도 혼자 배변패드 한 구석에 화장실을 정해놓고 거기에만 쉬를 하더라는. 우리의 임보 역사에 영원한 전설로 기록될 이야기를 질리지도 않고 또 했다.


아들이 서른 마흔이 되고도 '얘는 가르친적도 없는데 네 살에 한글을 읽더라니까' 하고 이야기를 하는 영원한 팔불출 부모처럼, 아마 달래가 스무살이 되어 치매가 오고 화장실을 못 가리게 되더라도 우리는 그 순간을 생생히 떠올리며 이야기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히 자랑할 구름이의 이야기는 무얼까. 오는 아기 고양이들마다 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고 혼낸 적도 없어 순둥이인 줄 알았는데 뱅이가 오니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 것. 그렇다. 구름이의 평생 자랑거리가 될 후보중 하나는 아마 뱅이를 조졌던 그 날들 일 거다.

보리는.. 뭐가 너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될, 가장 웃기고 남다른 일화는 아마 변기를 부순 일이지 않을까?


보리 같은 고양이를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혼내면 절대 지지 않고 말대꾸를 하고, 구운 고등어를 갖고 도망치고, 사고를 치는 와중에도 눈이 마주치면 능청맞게 딴청을 부리는. 쓰다듬어주는 손이 좋은 척 우리를 감동시키면서 국그릇 안의 고기 국물을 취하는 연기력 원탑 고양이.

나는 보리가 너무 보고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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