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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A Apr 11. 2022

낮버밤반(낮에 버럭, 밤에 반성)

버럭하고 반성하는 육아맘, 육아빠의 일기


잠자리에 누웠을 때, 죄책감과 후회의 감정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있다. 육아맘이라면, 누구나 이런 날이 있다. 아이에게 버럭한 날 자책을 하며, 곤히 잠든 아이를 쓰다듬는다. 


4살인 아이는 부쩍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떼가 늘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일단 앙~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본다. 더 크게 더 길게 울수록 자기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마련이다. 처음엔 타이르다가 아이가 말을 안 듣고 계속 떼를 쓰면 점점 화가 나기도 한다. 참고 참다가 폭발해 "그만 울어!" 라고 소리쳐 버린다. 그 소리에 아이는 더 울어 버린다.


남편도 요즘, 떼가 는 아이를 감정적으로 대하는 게 느껴진다. 외출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이가 장난감을 만지고 논다. 예전엔 잘 타일러 외출준비를 도왔던 남편이지만, 요 며칠 "이제 나가야해. 계속 장난감 만지면, 장난감 버릴거야."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아이도 지지 않는다. 세상 순수한 얼굴을 하고 "이거 쓰레기 아닌데요?"라고 반문한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그만 울어!"라며 소리 지르는 엄마와 아이가 장난감을 계속 만져서 "지금 안 나가면 장난감 버릴거야."라는 아빠. 버럭과 협박으로 얼룩진 육아다.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잠든 아이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훈육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나에게 "참고 참다가 폭발하는 건 좋지 않다."고 훈수를 둔다. 나는 남편에게 "~하지 않으면 장난감 버릴 거야."는 훈육이 아니라 협박이라고 훈수를 둔다. 각자 자기가 잘못하는 건 못 알아차려도, 서로가 잘못하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파악하고 있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서로 지적해주면 되니까 말이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훈육에 대한 육아서를 읽었다. 육아서를 읽을 때마다 '그렇지.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배우면서도, 일상에서는 금방 잊고 감정적으로 훈육하곤 했다. 이번에는 남편과 내가 기억하고 적용하면 좋을 만한 구절을 정리해서 식탁 옆에 붙여두었다. 매일 한번씩 읽어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겠지 기대하면서. 아침을 먹기 전에 남편도 읽어 보더니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한다. 대단한 내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말고, 가르칠 것은 일관되고 단호하게 말해주라는 내용이다. 


점심을 차려놓았는데, 아이가 과자 하나만 먹고 밥을 먹겠다고한다. "딱 하나만, 딱 하나만" 하다가 바닥에 엎드려 울어버린다. 어제의 나라면, '그래 딱 하나만 먹고 밥 먹자.'라고 시작했다가 아이가 계속 과자를 먹겠다고 떼를 쓰면 결국 화를 내면서 상황이 종료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우는 아이 맞은 편에 앉아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울음을 그쳤을 때, '과자는 밥 먼저 먹고 후식으로 먹는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화내지 않고. 그랬더니 아이가 그 말을 듣고 바로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닌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역시나, 아이의 떼를, 울음을 키웠던 건 오락가락 감정적으로 육아했던 나였구나 싶다. (물론, 그렇게 해서 안 되는 경우도 많음을 알고 있다. 아이가 오늘은 저렇게 한 번만에 밥을 먹었지만, 내일은 또 다른 방식으로 떼를 쓸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육아를 하면, 아주 높고 단단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특히 그런 느낌이 든다. 엄마, 아빠는 처음이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역할에 대해 배워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리라. 앞으로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면, 이렇게 하나씩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해야겠다. 물론 모든 상황에 대한 정답이 책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님을 안다. 하지만 반성을 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부모로서 성장할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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