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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A Apr 11. 2022

옳음보다 공감을

부부 대화에서 꼭 필요한 한 가지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헤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다. 다정하고, 성실하고, 내눈에 1등 신랑감이었던 남자친구에게 부족한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공감 능력이다. 내가 직장에서 동료와 있었던 갈등으로 힘들었을 때다. 나는 억울했고,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원래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거야? 네가 미리 자료를 줬어야하는 거 아니야?"라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는데, 이 남자는 내 편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종류의 일이 몇 번 더 있었고, 나는 내 편이 아닌 사람과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내가 앞으로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조언하고 싶었다나? "앞으로 다신 그러지 마."라는 나의 말에 남편은 소설 동백꽃의 주인공마냥 뭘 안그러겠다는 건지 모르는 채로 "다시는 안 그럴게"했다. 역시나 그때 남편은 뭐가 문제였는지 몰랐나보다. 결혼한 후에도 종종 내가 바깥에서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시시비비를 따지려 들었다. 나는, 서운해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마음을 억누르며 "그냥 내 편 들어달라고."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생기면 남편은 언제나처럼 공명정대하게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따지려고 한다.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서 세미나를 하다가 동료에게 지적을 당했다고 열을 올렸다. 공명정대한 관점으로 보자면, 그 동료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남편처럼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 이야기할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뭐야, 예의 없게 그렇게 얘기했다고? 오빠 진짜 기분 나빴겠다. 오빠 말이 맞는 것 같은데, 그 사람 이상해. 지적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이네."라며 남편보다 더 열을 올려 그 사람을 같이 욕했다. 남편은 내 말에 신이 나서 그 사람에 대해 더 이야기했다.


우리 부부는 유치하게 한참을 그 사람에 대해 욕을 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은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풀렸는지, 짜증섞인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나에게 사과를 했다. 이렇게 자기 편을 들어주는 걸 보니, 내가 억울할 때 내 편을 안 들어줘서 미안했다며.


속으로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제 드디어 우리 남편에게도 공감 능력이 생기는 건가? 옳고 그름은 회사에서나 따지고,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서로의 편이 되어주자는 내 마음을 이해했구나 싶었다. 하지만, 공감 능력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 후에도 남편은 내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공감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조언을 말한다. 그게 남편의 사랑 방식인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서운하다. 당장 내가 필요한 건 공감이라서,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마음'을 거부당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밑바닥에 있는 마음까지 다 쏟아내고 공감을 받고 나면 부정적인 마음은 누그러지기 마련이다. 그러고 나면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문제의 원인과 해결까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은 마음을 이야기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편은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고 싶어하는 걸! 그래서 이제는, 꼭 먼저 말한다. "일단 내 편 들어주고, 그 다음에 조언해줘." 생일날 받고 싶은 선물을 뀌띔해줄 때처럼, 대화에서도 내가 원하는 걸 이야기해줘야 한다. 원하지 않는 선물을 주고 받을 때처럼 서로 난감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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