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확보하기
피터티엘(Peter Thiel)의 제로투원(Zero to One)이 출시되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가 없었다.
다른 플레이어가 따라하지 못할 독점 혹은 과점 서비스가 가지는 힘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역설적으로 나 스스로가 경쟁이 치열했던 시장에서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에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불가능한 혹은 진입장벽이 높은 서비스는 대체로 비즈니스의 수익성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margin이 20% 이상만 되어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태생적으로 독특한 서비스로 사용자를 단기간에 많이 모으는 경우, 서비스가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이미 플레이어가 있는 시장에서 조금 차별화된 서비스로 점진적인 발전으로 진입장벽을 높이기도 한다.
서비스의 진입장벽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두터운 고객층이 될 수 있고, 카피가 쉽지 않은 기술로 진입장벽을 만들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기 쉬운 구조가 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흔치 않다.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게 비즈니스의 사활을 결정한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서비스가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가격'에서의 경쟁력은 아주 아주 중요하다. '가격'은 그 자체로 차별화된 강점을 갖기 때문이다. 같은 상품이면 가격이 싼 곳으로 고객들이 모이고, 같은 상품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품이라도 가격이 싸면 역시 고객들이 모인다. 이 원리는 고객이 일반 소비자인 B2C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고객이 기업인 B2B 비즈니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행 서비스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많은 서비스들의 각자의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구현했다. 항공 메타 서비스인 스카이스캐너, 호텔 메타 서비스인 호텔스컴바인, 글로벌 숙박 예약 서비스인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아고다, 국내 숙박 예약 서비스인 야놀자, 국내 당일 호텔 예약 서비스인 데일리호텔, 액티비티 투어 서비스인 클룩, 마이리얼트립, 패키지부터 자유여행까지 종합 여행사인 하나투어, 모두투어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구현했다.
B2B 비즈니스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는 서비스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시장이 여행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이 쪽을 사례로 들자면, B2B 비즈니스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 여행 상품을 생산하는 Operator 에게 많은 예약을 넣어줄 수 있는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홍콩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를 예로 들자면 테마파크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많은 예약을 가져다 주는 업체에게 가장 좋은 상품 가격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는 고객이 가장 많은 지역, 시장에 점유율을 높게 가지고 있는 서비스가 홍콩 디즈니랜드 티켓을 가장 좋은 가격에 공급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소싱해오는 업체는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이는 더 많은 판매로 이어진다. 많은 판매, 더 좋은 가격 경쟁력, 더 많은 판매로 규모의 경제는 '가격' 면에서 기업에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준다.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라면, 상품을 적시에 좋은 가격에 공급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별로 어떤 파트너가 최적인지를 판별하려면, 우리가 원하는 상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파트너가 누구인 지를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