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면
막연하게 평생 함께할 반려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만 가지고 살다가, 진지하게 결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서른이 될 무렵이었다. 먼저 결혼한 언니의 소박하면서도 다사다난한 삶을 관찰하면서 문득 나를 길러주신 우리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조언자인 엄마에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던 적이 있다.
"엄마, 엄마가 지켜본 나는 어떤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라는 딸의 물음에 엄마는 우선 내가 원하는 배우자상이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철든 사람'이라고 대답하였고, 딸의 답을 들은 엄마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철든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으면 배우자의 나이를 포기하거나 결혼을 포기해야 돼."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어찌저찌 시간이 흘러 최고의 남편을 만났고, 남편의 성향과 성격과는 별개로 나는 결혼 이후 새로운 세계에 입성한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초중고 시절과 대학 시절이 다르고 취준생과 직장인의 삶이 다르듯, 미혼에서 기혼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속담처럼, 지나치게 깊게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의 방향 전체가 바뀔 수 있는 게 결혼이라면, 다양한 각도에서 나의 결혼을 바라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지금 나는 나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지금까지 살면서 내린 결정들 중에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했다.
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항상 힘든 일 없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면 어떤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이야기해줄까를 고민하다
결혼 전 내가 고민했던 것들과, 결혼 후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소재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시작으로 그동안 머릿속을 맴돌기만 했던 내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학창 시절에 그랬듯 막힘없이 줄줄 글을 써내려가는 끄적이로서의 삶을 시작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