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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Oct 07. 2021

나의 엄마 세종, 이화선

<잘 될 인터뷰 시즌2> 프로 활동러들의 이야기

지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경기도 안산에서 꽤 오랜 시간 살아온 필자에게 ‘안산’은 몸의 일부인 것 같다. 그리 많은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닌지라 이렇게 말하는 게 조금 웃기기도 하지만 내가 안산이고, 안산이 나인 느낌이 든다. 


여기에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 부모님, 조부모님까지 세종시에서 줄곧 살아오며 이곳과 깊은 인연을 맺은 이화선님이다. 그는 어떻게 지역을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20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에 참여 중인 모습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 년 넘게 세종시 조치원읍에 거주한 이화선이라고 합니다. 



세종시에는 몇 살 때부터 사셨는지, 어떤 학교를 나오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4 살 때부터 조치원읍 신안리 조형아파트에 살았어요. 어머니도 그렇고 조부모님도 계속 사시던 곳이라 조치원은 저에게 고향 그 이상의 의미예요. 초등학교는 상봉초등학교, 중학교는 조치원 여자중학교, 고등학교는 세종여자고등학교에 다녔어요.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생활하셨는데 화선님의 시선에서 세종시는 어떤 곳인가요? 


엄마같이 제일 편안하고 친숙한 곳인 것 같아요. 마음의 고향이라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지역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제가 세종시에 애착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공기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화선님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


세종시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사신만큼 지역 활동도 다양하게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지역 축제에 가거나 학생으로서 봉사에 참여하는 등 수동적인 활동만 해왔어요. 그런데 2019 년에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6 기 링크원으로 참여하고 나서부터는 제가 스스로 지역 활동을 찾아서 했어요. 



세청넷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세청넷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됐는데 알고리즘 때문이었는지 제 피드에 세청넷 링크원 모집 공고가 뜨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세종시에도 이런 게 있어?’하며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호기심에 신청하고 합격 문자도 받았는데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그냥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러던 중 제가 신청했던 링크의 링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분에게서 활동에 대한 진심과 정성이 확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참여를 결심하게 됐어요. 너무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2019년 세청넷에 참여한 화선님의 모습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느껴서
제가 직접 전시를 열어봤어요. 


이후에 참여한 다른 지역 활동이 있나요? 


청년희망팩토리에서 진행한 ‘2020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에 참여했어요. 덕분에 <시 전시회 세종시(詩)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이 프로젝트는 시를 소재로 만들어졌는데요. 조치원역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 주민들의 시 전시를, 로스트앤파운드라는 공간에서는 ‘일상에서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가세요.’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어요. 조치원 사람들이 수도권 사람들보다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느껴서 제가 직접 전시를 열어봤어요. 



전시회를 기획 · 개최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프로젝트가 제 개인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것이 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라는 그릇에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민들이 직접 쓴 시를 전시했던 거였고요. 참여자분 중에 원래 꿈이 시인이셨다 하시는 할머니도 계셨고 전화로 계속 자신의 시가 잘 제출됐냐고 여쭤보시는 분도 계셨어요. 세종시에도 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구나 싶었고 정말 뭉클했어요. 


또 전시 진행 중에 프린팅 오류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과 이름의 무게를 더 소중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자만감이 있었는데 제작 과정에서 생각이 와장창 깨졌어요. 나 혼자만으로 되는 일은 절대 없으며 함께 한 사람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2020 문화기획학교 중 <시 전시회 세종시(詩) 프로젝트>


감사한 인연 덕분에 
세종시에 대한 저의 마음을 깨달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온 사람으로서 세종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떤 인연이길래 이렇게 멋진 활동을 하시는 분들과 제가 만나게 된 건지 너무 신기해요. 그리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늘 좋은 영향과 자극을 받는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좋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 있다는 걸 아니까 든든하고요. 



지역 활동을 시작하고 생긴 변화가 있다면? 


세종시라는 지역을 더 세심히 보게 됐고 애정의 마음도 갖게 됐어요. 여전히 사람이 있기에 이렇게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활동을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많이 열리더라고요. 지역 활동을 시작한 후 몰랐던 애착을 느끼기도 하고 내적 성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여전히 변화의 과정에 있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못 했을 거예요.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함께하는 사람들’이요. 문화기획학교에서 시 전시회를 준비할 때 기획자 박지은님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중간에 프로젝트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때 함께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조건 없이 희생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마움과 동시에 마음이 저리기도 하지만 제가 어떤 시도를 할 때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게 너무 좋아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동안의 활동을 시작할 수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으로서 세종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꾸준히 발전하기를 바라요. 많은 건물이 지어지고 아파트와 상점이 우수수 들어오면서 산업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 조치원만의 이미지를 가지고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도시화됐다고 다 발전된 게 아니니까 이 지역만의 색깔을 간직하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그 위에 계속 색을 칠할 수 있는 조치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세종시에서 활동하려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여러분들의 활동이 세종시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뭐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곳저곳에서 계속 불을 하나씩 켜 나가고 있으니까 너무 어둡다고 불평하지 말아요. 여러분이 밝히면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력과 색이 다 다르니까 본인의 힘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기죽지 말고 자신의 영향력을 믿고 날개를 펼치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세종시는 [       ]이다 


나에게 세종시는 [ 단짝 친구 ] 다. 

어렸을 때부터 봐온 친구처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 같아서 정해봤어요. 조치원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착이 느껴지거든요. 


[에디터 후기]


세종시를 이야기하는 화선님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스무 살 이전까지는 화선님도 세종시를 떠나고 싶었다. 서울에 자리를 잡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청년들을 보았고 화선님은 참 신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저 사람에게 세종시가 무엇이길래 저렇게 열심히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와 동시에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함께하게 됐다. 


그때부터 화선님은 세종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차츰 알게 되었다. 자신이 생각보다 이 지역에 애정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게 바로 지역 활동의 순기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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