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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Oct 21. 2021

세종이라서 할 수 있었던, 김연의

<잘 될 인터뷰 시즌2> 프로 활동러들의 이야기

선례가 없다는 것.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이전의 예시가 없다는 것은 백지에 스케치도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가장 먼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상황을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앞의 이야기는 결국 백지에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스케치로 그려 놓은 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세종시에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누군가 시도해본 기록이 없어 좋다는 연의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최초’가 된다는 것이 세종시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시도를 했으며 어떤 그림을 그려왔을까?


2021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에 참여 중인 연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학생이자 청년희망팩토리 내 프로젝트의 개발자 김연의라고 합니다.



처음 참여하신 지역 활동은 무엇이며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를 통해 처음으로 지역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학교에 있는 포스터와 공고문을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그때도 학과 건물에 세청넷 모집 포스터가 붙어있길래 봤는데 ‘이게 뭘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신청 페이지에 접속해 봤어요. 당시 사람들 만나는 걸 매우 좋아하는 1 학년이었는데 세청넷에는 교내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는 거예요. 또 다른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하게 되었어요.



당시 세청넷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개인적으로 다수보다 소수를 좋아해요. 당시에 음악 링크라는 소모임에 함께 했는데 사람이 딱 3 명밖에 없었어요. 덕분에 편한 분위기에서 링크원들끼리 소소하게 링크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에게는 음악이라는 게 단순히 취미인데 함께하던 링크원 분들은 그걸 업으로 하는 분들이었거든요. 제 취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들의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어요. 특히 도전은 해보고 싶은데 손을 못 대고 있던 ‘에이블톤’이라는 작업 툴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걸 링크원분들이 사용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링크를 통해 프로그램을 처음 배우게 됐는데 지금까지도 저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서 참 좋아요. 실제로 제가 최근에 했던 미디어 아트 전시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작업했거든요. 단지 모임에서 끝난 게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 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의미가 있죠. 무엇보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매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정보를 나눴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세청넷 음악 링크에 참여 중인 모습


지역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에
감사함을 느꼈죠.

기억에 남는 또 다른 활동이 있을까요?


<물 이야기 – 수담전시>가 기억나요. 학교 수업을 통해 열게 된 전시였는데 그간 제가 해봤던 전시 중에서 제작 자체의 규모와 관람 대상의 규모가 가장 컸거든요. 이전에 했던 전시들은 학교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관람 대상이 학교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었어요. 반면에 <물 이야기 – 수담전시>는 조치원 문화정원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열리다 보니 학교 밖 지역 주민에게도 공개되어 정말 의미가 깊었어요.


전시 관련 에피소드도 있는데, 저희가 전시에 사용하는 프레임을 잠깐 학교 창고 같은 곳에 놓아두었어요. 그런데 학교 경비 선생님은 그게 버리는 건 줄 알고 집으로 가져가신 거예요.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전시 개최를 위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트럭을 빌려 프레임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어요. 그런데 저희가 트럭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제가 근무하던 곳의 팀장님이 지인에게 연락해서 트럭을 빌려주신 거예요. 심지어 페이도 안 받고 운전까지 해 주셨어요. 그래서 되게 따뜻한 마음을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온 지역 사람들의 도움을 다 받은 느낌이 들면서 너무 감사했어요. (웃음)


<물 이야기-수담전시> 에서 선보인 미디어 아트 작품



청년희망팩토리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셨나요?


어느 날 갑자기 주형 PM 님이 홈페이지를 제작·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주변에 마땅한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딱 제 전공 관련 일이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일하게 됐어요.

(웃음) 과정이 후루룩 진행된 것 같아 웃기기는 해도 저를 기억하고 제안을 주셨다는 거 자체가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늘 청년희망팩토리에서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하는 걸 봤는데 저는 조건이 안 맞아서 하고 싶어도 못 했거든요. 그만큼 이번에 함께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끊임없이 참여 제안이 왔고
그 안에서 저는 하고 싶은 걸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연의님만의 원동력이 있나요?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원동력인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참여를 제안해주신다거나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시는 기회라고 할까요? 그런 기회들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찾아오니까 더 원동력이 돼요. 한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또 다른 프로젝트 제안이 오고 매번 참여 기회가 생겨요. 그런 것 때문에 계속 활동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지금 이렇게 일하게 된 것도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이 기회가 어떻게 얻어진 거냐고 하면 지역 내 공동체 활동 덕분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만약 제가 1 학년 때 세청넷을 신청하지 않고 음악링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저는 주형 PM 님을 못 만났을 거예요. 그럼 주형 PM 님이 저에게 작업을 제안할 일도 없었을 거고 청년희망팩토리에서 일을 못 했겠죠. 그래서 저는 지역 공동체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이걸 해보겠다고 한 저의 도전 의식과 ‘재밌을 것 같아. 해보자!’라는 태도가 기회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청년희망팩토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능하다면 세종시에서 계속 일하면서 살고 싶어요.


다양한 지역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도 있어요. 이것저것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있고 남들과 다르게 많은 경험을 해본 사람이 되잖아요. 그게 좋아서 도전을 자꾸 하게 되더라고요. 활동을 하는 게 저에게는 삶의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살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다양한 시도로 부딪히고 깨지다 보면 ‘내가 이래서 도전했지. 내가 이런 거 하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지.’ 하는 순간들이 오더라고요.



5 년이라는 시간을 세종시에서 지내셨는데 지역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있나요?


“없어서 좋다.” 세종시 생각하면 이 말이 딱 떠올라요.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점일 수 있지만, 만들어가는 사람인 저에게는 장점이에요. 여기서는 하고 싶은 걸 하면 최초의 사람이 될 수 있거든요. 없는 게 많은 만큼 만들어낼 것도 많다는 거죠. 무궁무진한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세종시에서 나름 오래 살아왔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겼어요. 가능하다면 여기서 계속 일하면서 살고 싶어요.


<물 이야기-수담전시>를 위한 작업 중



세종시에서 활동하려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만들어보세요. 전례가 있으면 오히려 신경 쓰게 되고 그걸 따라가게 돼요. 그런데 처음이라면 정해진 한계가 없어서 더 많이 도전할 수 있어요. 이곳은 꿈의 도시입니다. (웃음)



나에게 세종시는 [       ]이다.

나에게 세종시는 [ 놀이터 ]다.

놀 수도 있고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쉴 수도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놀이터처럼 세종시도 저에게 그런 공간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놀이터에 가면 처음 보는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놀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잖아요. 이처럼 저도 세종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고 있어서 놀이터라고 말하고 싶어요.



[에디터 후기]


‘필요한 게 없다면 직접 만들어라.’ 인터뷰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연의님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실제로 직접 만들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만들어온 연의님이기 때문에 도전하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신세 한탄만 늘어놓아 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세종시에는 뭐가 없다며 불평하던 과거 필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내가 먼저 시도해보고 내가 먼저 일구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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