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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Nov 04. 2021

보려는 의지와 하려는 의지, 김세현

<잘 될 인터뷰 시즌3> 라이징 활동러들의 이야기

지금은 저질러 버린 일에 대해 후회하지만, 나중에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훗날 우리가 과거에 시도하지 않은 일에 후회한다는 말과도 같다.  번은 쓸데없는  괜히 시작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렇게 생각했던 일도 언젠가 도움이 되고는 했다. 어쨌든 경험은 쌓이는 것이니 도전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보다 도전하고 후회하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생각과 비슷한 결에서 세상에 허투루 쓰이는 경험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다시는 쓸모없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능력이 지역 활동으로 빛을 볼 수 있어 뜻깊었다는 세현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재학생이자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커뮤니티 매니저 김세현입니다.



세종시에 처음 왔을 때 들었던 생각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대학 진학을 위해 이 지역에 처음 왔을 때 학과 관련 활동이나 교외 활동을 많이 해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지역에서 그런 경험을 쌓기가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지역에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할 만한 게 자꾸 보여요



작년부터 지역 활동에 많이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세종시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청년희망팩토리가 주최·주관한 <문화기획학교-성장혁신스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집콕 문화예술공방>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고요. 세청넷 8~9기로 활동했어요. 세청넷에서 2021 마을공동체지원사업으로 심장이 뛰는 정책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여기에 팀장으로 참여하면서 정책 성향 테스트도 제작했어요. 지금은 세청넷 커뮤니티 매니저로 심장이 뛰는 파티도 기획 중입니다.


또, 지난 9월에는 세종시 청년주간 추진기획단으로 활동하면서 ‘청년 모두 ㅋㅋㅋ’라는 청년주간 행사를 준비했고요. 이 외에도 청년희망팩토리 합창곡 제작도 함께했고 세종시 청년정책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가해 대학로 문화거리 조성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저 꽤 많은 활동을 했네요. (웃음)


2020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 성과공유회 중


세종시에 오신 지 이제 겨우 1년 반이 지났는데 정말 많은 활동을 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편입생이라 이 학교에서 2년만 보내면 졸업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남들은 4년 다니는데 저는 2년만 다니니까 스스로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과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해보는 게 제가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대외활동을 많이 찾아보고 참여하고자 했던 자세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계기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하려는 마음을 먹으니까 할 만한 것들이 자꾸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아르바이트할 때 잘하는 사람일수록 일을 더 시키는 것처럼 제가 이것저것 열심히 하니까 새로운 기회도 계속 생겼어요. 작년 한 해 동안은 제안해 오는 모든 것들을 다 수락하고 참여했던 것 같아요. 처음 하는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재밌었거든요. 즐기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경험이 쌓였어요.



덕분에 뒤처진다고 생각했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활동이 재밌었다고 하시니 어떤 일들을 겪으셨는지 더욱 궁금해지네요. <문화기획학교 - 성장혁신스쿨> 통해서 기획하셨다는 <집콕 문화예술공방> 소개 부탁드려요!


<문화기획학교-성장혁신스쿨> 자체가 참여자들이 기획자가 되어 강연을 듣고 실습 과정에서 축제나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는 활동이었어요. 기획 과정에서 방역 수칙 강화로 축제 진행 방식이 비대면으로 변경됐어요. 이후 아이들에게 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자는 기획 의도가 담긴 전통문화 작품 만들기 키트를 배송하게 되었죠. 70명의 신청자를 하루 만에 모집 완료할 만큼 인기가 엄청났어요.


키트도 손수 만들어야 하고 택배도 직접 포장해 부쳐야 하다 보니 손이 정말 많이 간 기획이었어요. 아직도 청년희망팩토리 사무실 바닥에 앉아서 70개의 택배를 하나하나 포장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렇게 힘들었어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과 좋은 말씀들을 후기로 받았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뿌듯했어요. 문화기획학교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만 고민하던 제가 ‘남들도’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거든요. 무엇보다 스스로 뒤처진다고 생각했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에요.


70개의 택배를 포장하던 날


세현님에게 용기를 심어준 프로그램인 거네요. 앞서 청년희망팩토리의 합창곡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셨는데 이 활동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해요.


합창곡은 청년희망팩토리에서 제작했고 제목은 <다시 오지 않을>이었어요. 저는 가이드 녹음과 합창에 참여했고요. 제가 전적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어요. 어느 정도 음악 공부를 해본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이드 녹음 제안을 주셨던 것 같아요. 솔직히 처음 참여 제안받았을 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저는 음악을 다시 시작할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누군가에게 다시 제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게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그래도 제 능력이 청년들의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게 뿌듯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녹음 당시를 떠올려보면 손도 계속 떨고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할 걸 그랬다 싶어요. 한 번 더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작하면서 칭찬 감옥에 갇힌 덕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웃음) 음악은 앞으로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움이 될 거라곤 더욱 상상도 못 했고요. 그런데 이게 지역 활동에 쓰이니까 문득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합창곡 <다시 오지 않을>을 녹음 중인 세현님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말씀이 인상 깊어요. 또 다른 의미 있는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작년과 올해 ‘실패박람회’라는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 행사가 떠오르네요. 실패박람회에서는 세종시에 정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크게 다섯 가지 주제(주거, 일자리, 창업, 문화, 자유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지난해 ‘2020 실패박람회 in세종’ 종합 토론회에 청년팀으로 참가했을 때 토론회 테이블마다 퍼실리테이터분이 사회를 맡아 주시며 패널들의 대화를 끌어내고 정리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21년도 실패박람회 <청년 아고라>의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를 제안받고 고민 없이 함께했어요. 올해 실패박람회에서는 제가 참여자분들의 숙의 토론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죠.



행사 이름이 굉장히 독특하네요. 2021 실패박람회 <청년 아고라>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권역별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사람들 마음 속에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득하구나 싶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이 공통적인 문제를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 수도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의 문제 갭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어요. 이번 실패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지역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더 가져야겠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청년의 목소리가 더 멀리 나아가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요.


퍼실리테이터 세현님 in 2021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


활동하면서 세종시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훗날 큰 영향력을 가진 세현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배운 점이나 깨달은 점도 있나요?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공동체 또는 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제가 조금만 일을 미뤄도 같이 하는 모든 사람의 일정이 밀리더라고요. 그러면서 누군가 ‘이거 준비됐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바로 ‘Yes.’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원래 정말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었는데 활동하면서 많이 바뀐 거예요.


어느 날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대학생 신분으로도 시간을 내고 열정만 가지면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여기서 자리를 잡고 평생 살 생각을 한다면 할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처음에는 안 찾아보니까 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모르면 안 보이는 것처럼. 활동하면서 세종시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세종시는 알면 알수록 없는 것도 많고 만들어져야 하는 것도 많아요. 제가 그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여기에 자리를 잡아도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있어요.



나에게 세종시란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홀로그램 ]이다.

저도 처음에는 세종시 진짜 할 거 없고 놀 거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의지를 갖추고 이 지역을 들여다보니까 생각보다 뭔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세종시는 항상 여러 가지 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건 보려고 하는 사람만 볼 수 있는 거죠. 세종시가 유심히 들여다봐 주는 사람들에게는 참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홀로그램에 비유해봤어요.



[에디터 후기]


‘어디를 가든 하기 나름이다.’ 세현님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신이 어느 상황에 처해있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어느 곳을 가든 결과의 희비 여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락을 경험하기 마련이고 최악의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면 뜻하지 않게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고로 만들 것이냐 최악으로 만들 것이냐는 자기 손에 달린 것이다. 이 세종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세종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이곳에서의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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