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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Aug 18. 2022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 차유정

<잘 될 인터뷰 시즌4> 세종시 청년 대표들의 이야기

스타트업계에서는 창업 3~5 차에 맞이하는 고비를 ‘데스밸리(Death Valley)’라고 한다. 데스밸리는 미국 모하비 사막 북부, 캘리포니아 동부에 있는 사막 계곡으로 극한을 경험할  있는 곳이다. 스타트업이 3 차를 넘어서면 각종 정부  민간의 지원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므로 성장 그래프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 만나본 인터뷰이의 사업체는 데스밸리와 비슷했던 마의 구간을 지나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험난했던 지난해를 보내며 사업체가 나아갈 방향을 다잡을  있었다는 차유정 대표님을 만나 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및 사업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종시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어펙션 하우스’의 대표 차유정입니다. 어펙션 하우스는 평균 나이 27.8세의 청년들이 모여 젊고 트렌디한 감각으로 새롭고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 갑니다. 세종시를 거점으로 전국의 여러 기관 및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홍보영상, 모션그래픽, 방송 CG, 온라인 행사 중계 등 연평균 5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욱 즐겁고 가치 있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미션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대표님은 세종시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저는 한국영상대학교 졸업생인데요. 이전까지는 서울에 쭉 살다가 2015년도에 대학 입학을 위해 세종시에 오게 되었어요.



4년 차라니 꽤 오래 운영을 해오셨군요. 사업체는 어떤 계기로 설립하게 되셨나요?


학부생 때부터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고자 프리랜서로 영상 작업을 해왔어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꾸준히 작업을 하다 보니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고 클라이언트가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사업자 등록을 제안하시는 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죠. 하지만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사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학 마지막 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졸업 후 삶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프리랜서 일만으로도 수입이 꽤 많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취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사업체를 설립해 일의 규모를 키우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죠. ‘프리랜서로도 이렇게 잘되는데, 사업하면 훨씬 더 잘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있지 않았나 싶어요. 게다가 클라이언트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작업했다 보니 어느 곳에서 사업을 시작해도 상관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마음 가는 지역에 자리 잡고 사업체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죠.


이후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사업자를 냈어요. 세종시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거기서 되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하도 많이 듣다 보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모두가 안 된다고 하지만 된다는 걸 보여주고 말겠다는 생각이 사업체 운영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어요.



어펙션 하우스 로고


지리적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음에도 사업체의 기반을 세종시에 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쭉 서울에서 지냈는데,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게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어요. 어디를 가던 사람에 치이면서 살다 보니 조용한 도시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던 중 대학 진학을 위해 세종시에 와보니, 도시가 참 깔끔한 거예요. 사람도 많이 없고 쾌적하고, 치안도 좋은 것 같았어요. 또, 처음 세종시에 왔을 때 신도심에 이제 막 건물이 세워지는 분위기였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는 정말 뭐든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 4년 동안 학교에 다니며 세종시를 지켜보니까 이곳이 저에게 기회의 땅이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성인이 되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에 정착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외부 촬영 현장


그렇다면 그동안 어펙션 하우스가 해온 작업은 무엇이 있나요?


사업자를 내고 정식으로 진행한 첫 프로젝트는 <2019 조치원 Live> 영상 제작이었어요. 조치원 문화공간재생 2차 시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했는데요. 문화정원 테마거리 조성사업을 홍보하고 지역 문화재생 사업을 세종시민들에게 알리는 아카이브 영상을 제작했어요.


또, 세종시가 2014년부터 조치원읍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인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저희가 해당 프로젝트의 2020년, 2021년 홍보영상을 제작했어요. 세종특별자치시청 자원순환과의 환경기초시설 홍보영상 제작하기도 하는 등 관내에 있는 다양한 기관 및 전국 각지의 여러 기업에서 의뢰받아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작년에는 세종애착형성단과 협업해 세종시 청년들의 삶을 주제로 한 웹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팀원들과 지역 내에서 재밌는 웹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꿈이 있었던 터라, 굉장히 즐겁게 진행했던 기억이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웹드라마 제작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청춘조치원 홍보영상 촬영 현장


굵직한 활동들을 많이 해오셨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사업체를 운영해오면서 배운 점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러 기관과 협업 및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세종시에 사람이, 특히 청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매우 많은 청년을 만나게 되는 거예요. 그때, 세종시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또, 세종시 하면 행정복합도시 이미지가 강해서 공무원분들이 주로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잖아요. 오히려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곳에 계속 살던 분들도 계시지만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분들이 매우 많은 지역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세종시야말로 다양성의 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항상 하게 돼요.

세종애착형성단 웹드라마


사업자 설립 이후에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도 느껴요. 과거에는 일을 생계 수단으로만 보았는데요. 사업체를 운영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제 일의 결과물들이 정말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업체 설립 초반과는 다르게 지금은 일을 생계 수단으로만 보지 않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이전보다 더 진심을 다해 작업하게 된 것 같아요.



일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업체를 운영하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으신가요?


사업하는 분들 사이에서 ‘마의 3년’이라는 말이 있어요. 창업하는 이들 중 대다수가 3년을 못 넘기고 포기한다고 해서 생겨난 말인데요. 어펙션 하우스도 작년에 마의 3년을 경험했어요. 직원이 늘어나고 사업 규모가 점점 커지는데 이상하게 적자가 발생하는 거예요. 나름 성공할 거라고 확신을 갖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처참하게 실패하기도 했고요. 큰 타격을 단기간에 여러 번 받게 되면서 저 자신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CEO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의심하며 사업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죠. 딱 하루만, 한 달만, 하면서 악착같이 버티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 해가 다 가고, 연말이 다가왔어요. 저희 회사는 매년 마지막 날에 파티를 여는 문화가 있어서 작년에도 연말 파티를 준비했는데요. 오랜만에 직원들과 밥도 먹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득 제가 지금 힘들어할 때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어펙션 하우스가 마의 3년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를 믿고 함께 버텨준 직원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 거죠. 동시에 직원들에게 한없이 고마워지면서 그동안 저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그리고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대표로서 더 열심히 회사를 이끌어야겠다고 다짐했죠. 구성원들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며 고난 가득했던 지난해를 넘긴 기억이 있네요.



청년희망팩토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언제인가요?


강기훈 이사장님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강기훈 이사장님은 학부생 때 세종시 서포터즈를 하면서 알게 된 분이에요. 당시 접촉이 거의 없었는데 활동이 끝나고 협업을 제안하시더라고요. 아마 최종 작품 발표회 때 제 작업물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함께한 프로젝트가 <한림제지 사랑방 포럼> 아카이빙 영상 제작이었는데요. 폐공장이었던 한림제지를 활용해 문화재생을 시도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어펙션 하우스는 영상에 삽입될 모션 그래픽 작업을 맡아 함께했죠. 이후에도 종종 협업하다 강기훈 이사장님이 청년희망팩토리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셨고, 자연스럽게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으로 이어졌어요.                       

<한림제지 사랑방 포럼> 프로젝트 당시 어펙션 하우스에서 제작한 모션 그래픽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이 대표님에게 혹은 어펙션 하우스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여러모로 많은 영향을 준 단체인데요. 처음에 사업체를 설립한 것도 강기훈 이사장님의 추천 때문이었어요. 프리랜서로 한림제지 프로젝트를 함께할 때 하는 일을 바탕으로 사업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전환점을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졸업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가장 처음으로 사업이라는 길을 알려주신 분이니까요.


한편으로는 청년희망팩토리가 어펙션 하우스의 긍정적인 자극제이기도 해요. 청년희망팩토리는 세종시에서 청년들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큰 사례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펙션 하우스와 사업 분야나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배울 점이 분명 많은 곳이거든요. 청년희망팩토리는 지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일을 만들어가는 법도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요. 이름 그대로 ‘희망’적인 롤모델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멘토 같아요.



청년희망팩토리는 어펙션 하우스에
긍정적인 자극제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의 사업체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해요.


어펙션 하우스를 설립할 때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는데요. 그게 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해 왔어요. 무엇이든 해볼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오히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꾸준히 영상 작업을 하며 어펙션 하우스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펙션 하우스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일, 저희만의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고, 개발하고, 구현해 내는 것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을 꾸준하게 잘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고 꾸준히 브랜드를 구축할 예정이에요. 영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할 수 있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중계 업무 현장


나에게 세종시는 [    ]이다.


나에게 세종시는 [ 로또 ]다.

로또에 당첨되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잖아요. 제가 세종시를 볼 때도 똑같았던 것 같아요. 이 지역에서 꾸준히 제 인생을 걸어보다 보면 언젠간 달콤한 성공을 맛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지만, 세종시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저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 당첨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요. 세종시에서의 삶이 제 인생에 있어서 로또 당첨금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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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펙션 하우스(Affection House)'

어펙션 하우스는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단순한 제품(Product)을 넘어,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과 소비하는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셜벤처를 추구합니다.


대표  차 유 정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PqxbIxj / (메일) affection_house@naver.com



[에디터 후기]


과거 한 연구소에서 한국인의 근로관을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국인들의 근로관은 ‘생계수단형’이었다. 이는 돈과 일을 가장 중시하고 일에 대한 만족이나 흥미보다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근로관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의 변화가 생겼으면 한다. 일이 단순히 생계수단이 되기보다,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고 나아가 자아실현을 도모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많은 이들이 차유정 대표님처럼 자신이 하는 일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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