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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Dec 08. 2022

세종에서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이진형

<잘 될 인터뷰 시즌5> 세종시 청년 스타터들의 이야기

세종시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보면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 떠오른다. 2015년, 아타카마 사막에는 엄청난 폭우로 인해 7년간 내릴 비가 12시간 만에 쏟아졌고, 그 결과 사막에 화려한 꽃밭이 생겨났다. 지역 곳곳에서 빚어지는 끊임없는 시도들을 사막에서 피어난 한송이의 꽃에 비유하고 싶다. 척박한 사막에서 절대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꽃이 피어난 것처럼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세종시가 청년들의 멋진 시도들로 뒤덮이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오늘의 인터뷰이 또한 세종시를 꽃밭으로 만드는 데 열심히 이바지하는 중이다. 세종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사례가 되고 싶다는 이진형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재학생이자 세종시 청년 활동가, 예비 창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형입니다. 2018년에 고려대학교 진학을 위해 세종시에 왔는데요. 입학 전부터 미래의 핵심 전략 수도, 가장 젊은 도시 세종이라라는 점에서 지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세종시에 처음 오셨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아무래도 세종시 조치원읍은 서울 같은 지역이 아니다 보니 시골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래서 더욱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역의 발전 가능성이 커 보였고 그 발전을 제가 도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이 많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만약 지역에서 창업을 한다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겠다 싶었어요.


<청년아고라> 청년 의제 정책전달식에 참여 중인 진형님의 모습


처음 지역에 왔을 때부터 남다른 생각을 하셨던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지역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가요?


세종시 내 가장 큰 IT 및 창업 공동체인 ‘언더독 레볼루션’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언더독 레볼루션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MVP(Minimum Viable Product*) 구현이 가능한 CEO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세종시의 창업가를 양성함으로써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중이에요.

* 창업자의 아이디어 작동이 가능한 최소한의 핵심 기능만을 탑재한 웹사이트 또는 스마트폰 앱


지난 6월부터 8월까지는 2022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의제발굴 숙의토론부터 정책실험실, 청년 의제 정책전달식까지 참여했죠. 특히 정책실험실 프로그램에서는 조치원 철교 활성화 사업을 제안했어요. 조치원 원도심과 대학가 사이에 조치원역 철도 보행 육교(이하 ‘철교’)가 위치하고 있잖아요. 다리라는 것은 한쪽과 다른 한쪽을 이어주고 서로 통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데, 조치원역 철교는 정말 단순 통로로만 이용되고 있더라고요. 만약 철교를 리디자인하여 문화행사도 개최하고 다리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철교 중심으로 나뉘어있는 조치원이 조금 더 하나가 되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 주민 간의 연결감과 유대감도 증진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청년아고라> 정책 실험실 현장


청년희망팩토리에서 주관한 <성장혁신스쿨-문화기획학교>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올해 5월에 시작해 입문 과정과 실습 과정을 거쳐 수료까지 마쳤죠. 문화기획학교는 청년들에게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저는 팀 NINE으로 활동하며 조치원읍 신흥리 설화 ‘아홉거리’ 재정립 프로젝트를 기획 및 실행했어요. 설화를 각색하여 등장인물 캐릭터 4종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굿즈를 제작한 뒤, 제2회 조치원문화제에서 굿즈를 판매했고요. 발생한 수익금은 지역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에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 조치원에서 오래 살아오신 분들도 설화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지역의 설화를 알릴 수 있어 정말 뿌듯한 시간이었죠. 오랫동안 전해져 온 설화인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기억되었으면 좋겠고, 아홉거리 설화가 ‘조치원’하면 떠오르는 이야기로 자리잡기를 바라요.


제2회 조치원문화제 행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진형님의 모습


지역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조치원의 분위기를 보면 많은 이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이 지역을 떠나려고 하더라고요. 제 주변 지인들도 수도권으로 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요.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여기서 기회가 많겠다고 생각했던 제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분위기와 태도가 썩 달갑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여기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오기가 생기기도 했어요. 제가 여기서 끝내주게 멋진 걸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불 지필 때를 생각해보면 먼저 하나의 장작에 불이 붙어야 점차 다른 장작에도 불이 붙잖아요. 제가 그 첫 번째 장작이 되고 싶었어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길 바랐던 마음이 가장 큰 계기인 것 같아요.



여기서도 되니까,
마음껏 시도해보세요.



활동을 통해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지 궁금한데요?


‘여기서도 된다.’라는 가능성이요. 여기서도 되니까, 마음껏 시도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또, 된다는 걸 보여주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싶고요. ‘이런 것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끌어내는 거죠. 세종시가 사람들에게 그저 거쳐가는 곳,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변화를 청년들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해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세종시, 특히 조치원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지금과 다르기를 바라요.


<성장혁신스쿨 – 문화기획학교> 입문 과정 중


활동을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8월에 세종시 청년정책 토론대회 <발칙한 여정>에 참여했어요. 언더독 레볼루션 구성원들과 함께 IT 기반 청년 공동체 지원 및 양성을 주제로 정책을 제안했는데요. 감사하게도 해당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어요. 토론대회에 참여하면서 시민 제안 정책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토론대회처럼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귀하다는 것도 더욱 느꼈던 것 같아요.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편으로는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게 많은 만큼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서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잘 다져 놓아야겠다 싶었어요.


세종시 청년정책 토론대회 <발칙한 여정> 참여 모습


기회를 잘 활용할 줄 아시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공식적인 계기는 문화기획학교예요. 올해 5월에 학교 근처 카페에 갔는데 문화기획학교 참여자 모집 포스터가 붙어있는 거예요. 거기에 커리큘럼도 같이 나와있길래 유심히 봤어요. 그런데 한눈에 봐도 정말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하고 봐야 하는 사람이라 그날 바로 신청했어요.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죠.


그런데 강기훈 이사장님은 제가 세종시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학교 수시 신입생 설명회 때 강연을 하셨거든요. 그때는 청년희망팩토리가 아닌 ‘라쿤미디어웍스’ 대표님으로 오셔서 창업과 관련된 강연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사실 그게 제가 창업의 꿈을 가지는 데에 꽤 큰 영향을 끼쳤어요. 저에게는 강기훈 이사장님이 하나의 사례이고 장작이었죠. 그 이후로는 뵐 일이 없었는데 문화기획학교 OT에 가니까 이사장님으로 계시는 거예요. 설마 같은 분일까 싶어서 여쭤봤는데 맞더라고요. 다시 뵙게 되었을 때 되게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함께 활동할 사람들, 힘을 합쳐 지역을
재밌게 만들어나갈 사람들을 얻었어요.



재미있는 인연이네요.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네트워크를 얻은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청년희망팩토리에서 마련해주는 네트워킹 행사들을 통해 새롭게 만난 인연이 많았어요. 청년희망팩토리 자체가 저에게 소중한 네트워크이기도 하고요. 또, 문화기획학교에 참여하면서 지역 콘텐츠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어요. 공공 예산 활용 방법이나 예산 집행 방법 등 실무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는 지역 활동 의지를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학교 동기들과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재미있고 흥미로운 정보들이 더 많이 오가는 것 같아요. 함께 활동하며 지역을 재밌게 만들어나갈 사람들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성장혁신스쿨-문화기획학교> 프로젝트 발현 당일 팀 NINE 단체사진


앞으로 진형님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 지도 궁금해요.


세종시를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그래도 세종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창업가 지원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생각보다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더라고요. 공급 대비 수요가 적은 느낌?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역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잘 없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우선 세종시를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사람들이 이곳에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고 싶어요. 이후에는 자기만의 아이템을 구현할 수 있는 창업가들을 양성해서 세종시를 창업가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나에게 세종시란 [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프리즘 ] 이다.

세종시에 오는 청년들은 유입 채널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들어오는 경로가 대부분 대학이니까요. 반면, 뻗어나가는 길은 다 달라요. 지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거죠. 이 모습이 마치 빛이 프리즘을 거치는 과정 같아요. 지역 청년들에게서 하나의 통로로 들어왔다가 제각각의 색깔로 펼쳐지는 빛의 모습이 보여요. 앞으로도 많은 청년들이 세종시라는 프리즘을 통해 각자의 꿈을 펼쳐 나갔으면 좋겠어요.






진형님과의 대화에서는 장작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장작에 불이 붙으면 그 옆의 장작에도 서서히 불이 붙는다. 청년들의 다양한 시도에 불을 지필 첫 번째 장작이 되고 싶다.’ 어쩌면 진형님은 이미 불을 지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결국 창업 도시 세종을 만들기 위한 장작인 듯하다. 경험으로 짜인 크고 작은 장작으로 세종시에 거대한 불꽃을 일굴 진형님. 그 불꽃의 화력은 어떠할지 기대하게 된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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