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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Dec 01. 2022

사람을 만나 기회를 얻다, 한민지

<잘 될 인터뷰 시즌5> 세종시 청년 스타터들의 이야기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삶은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계획했던 미래는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두려울 때가 있는데, 때때로 이것은 내딛던 발을 뒷걸음질 치게 하고 열심히 휘젓던 노를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명확히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오늘 만난 인터뷰이는 세종시가 예측불허의 지역이라며 그래서 더욱 앞으로의 삶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미래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한민지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재학 중인 한민지라고 합니다. 세종시에는 대학 진학을 위해 오게 되었어요. 외조부모님이 조치원읍 출신이셔서 지역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발을 들인 건 입학할 때가 처음이었어요.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처음 지역에 오셨을 때 느꼈던 것들은 무엇인가요?


본래 살던 지역이 경기도 평택이에요. 세종시와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죠. 본가와 멀지 않았던 탓인지 세종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데 거부감이 없었어요. 외조부모님의 출신 지역이라는 점에서 친근한 느낌도 있었고요. 또, 조치원읍과 살던 동네가 너무나도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서 처음 지역에 오자마자 곧바로 적응했던 것 같아요.



지역 활동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작년까지는 교내 활동만 꾸준히 해왔어요. 그런데 고학년이 되고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니 학교 밖에서 활동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교내에는 제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들이 대부분 졸업하고 없었거든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사람이 필요했고 그런 사람을 학교 밖에서 찾고 싶었던 거죠. 또, 학교 다니면서 느꼈던 게 저는 이 동네가 참 좋았어요. 가능하다면 세종시 내에 취업도 하고 싶고, 어느 정도 꾸준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욱 이곳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까 찾아보았던 것 같아요.



민지님이 찾아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지난 5월에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성장혁신스쿨-문화기획학교>(이하 ‘문화기획학교’)가 저의 첫 지역 활동이에요. ‘세종시 대외활동’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이 프로그램을 발견했어요. 문화기획자를 꿈꿔오던 저에게 정말 딱 맞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느껴져 신청을 안 할 수 없었어요. 연초에 생각했던 2022년은 학업에 집중하며 졸업과 취업을 준비하는 해였어요. 지난해 많은 교내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열심히 달려온 탓인지 약간은 지쳐 있었거든요. 그런데 문화기획학교를 시작하면서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대외 활동과 학업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매일을 알차게 보내게 되었죠.


<성장혁신스쿨-문화기획학교> 입문 과정에 참여 중인 민지님


문화기획학교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셨는지 설명해주세요!


문화기획학교는 문화기획과 도시재생을 바탕으로 지역 내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입문 과정 10주, 실습 과정 8주로 진행되었어요. 저는 팀 유령도시에서 <On魂(온혼): 영혼을 밝혀줘>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제2회 조치원문화제 진행 일자에 맞춰 내창천에서 유등 행사를 개최했고요.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세종시를 ‘유령도시’라고 부르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했어요. ‘유령도시 세종’은 집은 많고 인프라는 좋아지는데 정작 지역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나온 말인데요. 저희는 이런 말들로 인해 세종시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이 단어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조교님이 ‘유령’이라는 단어를 ‘흐를 류’와 ‘빛날 영’으로 바꿔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어요. 이후 유령도시를 ‘반짝이는 것들이 흐르는 도시’로 해석하고, 이를 시각화해 보여주고자 유등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궁극적으로는 세종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했고요. 한편으로는 빛나는 청년들이 흐르는 도시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답니다.



‘조치원에서 이런 것도 하네.’라는
참여자 분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멋지게 발현된 프로젝트로 기억하고 있어요. 문화기획학교를 통해 느낀 것들은 무엇이 있나요?


프로젝트 기획 당시 조치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요. 행사 당일에 참여자 분들이 ‘조치원에서 이런 것도 하네.’라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마음이 되게 따뜻해지면서 정말 뿌듯했어요. 행사 전에는 사전 예약자 분들만 다 오셔도 성공한 거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현장 참여자 분들이 많이 오시더라고요. 전체 참여 인원이 약 160명 정도였어요. 행사 종료 후에는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기도 했는데, 행사를 찾아주신 참여자 분들을 생각하니까 그게 다 잊혀지더라고요.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또, 문화기획학교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어가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청년희망팩토리 구성원 분들이 다들 밝고 긍정적이시더라고요. 청년'희망'팩토리여서 그런지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다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특히 프로젝트 피드백을 주실 때 허점을 지적하시기보다 더 나은 방향과 돌파구를 제시해 주셨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성장혁신스쿨-문화기획학교> 프로젝트 발현 당일


문화기획학교 외에 참여하신 지역 활동이 더 있을까요?


지난 7월, 2022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의 정책실험실 프로그램에 참여해 정책을 제안했어요. 문화기획학교에서 만난 세종시 토박이 이화선님의 제안으로 하게 된 활동이에요. 화선님과 종종 지역 애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저를 좋게 보셨는지 정책실험실의 같은 팀 팀원으로 참여 제안을 주시더라고요. 저희 팀은 ‘원도심 청년 열린 공간, 조청아지트 조성’이라는 정책을 제안했어요. 핵심은 보다 많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이었는데요. 원주민 청년, 유입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하지 않고 떠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애착 형성을 도모하자는 의견을 바탕으로 만든 정책이에요.


9월부터는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11기 메이커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매주 화요일 저녁, 지역 청년들이 각자의 취미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어요. 이 활동은 문화기획학교에서 만난 김세현 조교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청년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세청넷 또한 지역 애착을 형성시키는 활동인 것 같아요.



지역 애착을 주제로 정책을 제안하시기까지 깊은 연구가 필요하셨을 것 같아요. 정책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우선 현장 탐방을 많이 다녔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에는 선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지역의 청년 센터를 많이 방문했어요. 그러면서 기존의 청년 센터와 청년 거점 공간의 문제점, 팀에서 제안하는 ‘조청 아지트’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었어요. 직접 현장을 찾아 몸으로 경험하니까 글이나 인터넷으로 조사할 때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더라고요.


또, 이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조사 방식도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FGI(Focus Group Interview)라고 하나의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을 한 데 모아 인터뷰하는 방법의 조사 방식을 활용했어요. 한 그룹은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애착을 가지게 된 사람들, 다른 그룹은 지역 활동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지역에 애착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해서 조사를 진행했어요. 대화를 통해 직장에서 일을 하든 지역 활동을 하든, 그 과정에서 개인이 느끼는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이 지역 정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화선님과 나누셨던 지역 애착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약 4년간 세종시에 거주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이 지역이 좋아졌고,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취업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변의 동기나 학교 선배들을 보면 다들 세종시를 떠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는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려고 할까? 떠나지 않게 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화선님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지 않는 이유와 지역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 등이요. 그에 대한 결론은 청년들이 지역에 애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지역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야 이곳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도전할 수 있고, 그 도전이 결국 정착을 이끌어낸다고 생각했죠.


2022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 정책실험실 프로그램 참여 중


모르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가 생겼죠.



문화기획학교를 시작으로 또 다른 활동들을 경험하게 되신 것 같은데요.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모르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분들이 생겼다는 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물어볼 사람이 정말 절실했거든요. 지역에서 먼저 활동해오신 분들이고 문화기획 분야를 더 많이 경험해보신 분들인 만큼 배울 점이 많아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문화기획학교에 참여한 후로 계속 새로운 경험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한번 물꼬가 트이니 계속 무언가 저에게 찾아오더라고요. 다양한 길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 소중한 인연도 만났고요. 문화기획학교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주변의 사람들이 많이 없다 보니 외로울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해요.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그동안은 문화기획 분야가 저와 맞는 길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는데요. 문화기획학교를 통해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해보면서 제가 기획을 할 때 정말 행복하고 가치를 느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On魂(온혼): 영혼을 밝혀줘> 프로젝트 현장


쉬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모습에 훗날의 멋진 민지님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앞으로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문화기획학교를 통해 기획했던 유등 행사를 지역에서 꾸준히 개최해보고 싶어요.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고 연례행사처럼 개최해 세종시의 대표 축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또, 제가 졸업을 앞두고 있다 보니 지금의 가장 큰 목표는 취업인 것 같아요. (웃음) 졸업한 뒤 세종시에서 취업을 먼저 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복합 문화 공간이나 문화 기획 기반의 창업도 꿈꾸고 있어요.


세종청년네트워크 11기로 활동 중인 민지님


나에게 세종시란 [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랜덤 채팅방 ] 이다.

랜덤 채팅방은 새로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잖아요. 어쩌면 그 속에서 저와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세종시는 저에게 그런 곳이에요.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궁금해져요. 그들을 만나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저는 문화기획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줄 몰랐고, 이후 저에게 다양한 기회가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예측할 수 없는 곳,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랜덤 채팅방 같아요. 그래서 더욱 앞으로의 이곳에서의 삶이 기대돼요.






관심 분야와 똑 떨어지는 활동을 찾은 뒤,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난 민지님. 다가올 미래에 두려움이 없는 민지님은 어떤 길을 가든 거침없이 나아갈 것만 같다. 학교라는 문턱을 넘어 세상으로 나온 그를 보면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떠오른다. 다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 병아리와는 다르다. 민지님은 알 속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와, 성장할 일만을 남겨둔 비장한 병아리 같다. 올해를 시작으로 지역에서 더 많은 활동을 경험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민지님을 응원한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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