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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Nov 24. 2022

지역 활동을 통한 변화와 성장, 문희연

기획은 연결이다.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해서 기획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획은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든, 사람과 세상과의 연결이든 말이다. 게임 기획만 보아도 그렇다. 기가 막힌 게임을 하나 만들었다고 한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상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래서 몰입감을 주지 못한다면, 그 게임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인터뷰이는 지역을 소재로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청년 기획자다. 자신의 기획으로 하여금 사람들과 지역이 연결되기를 바라는 문희연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내가 여는 문이 곧 길이다. 문희연입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재학생으로,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로컬 콘텐츠 프로젝트와 도시재생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세종시에 처음 오셨을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2018년에 대학 입학을 위해 세종시에 처음 오게 되었어요. 이전까지는 울산 남창 지역에서 자랐는데, 그곳은 도심에서 멀어진 시골이었어요. 주변은 온통 논이고 학교에 가려면 산을 타야 됐거든요. 그런데 세종시에 오니까 인프라가 너무 좋은 거예요.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햄버거 집도 있더라고요. 워낙 시골에서 살다 왔다 보니 저에게는 이 지역이 번화가처럼 느껴졌고,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지역에 대한 생각에 변함이 없나요?


예나 지금이나 여기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지역에서 여러 활동들을 해오면서 오히려 좋은 마음이 더 커졌죠. 아무래도 활동을 하다 보니 점차 지역에 애정을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많은 인연을 만난 것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지역에서 도시 재생 활동을 전개하는 모습


그동안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것이 가장 첫 번째 지역 활동이에요. 대학교 3학년 때 교내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희망팩토리에서 3개월간 근무했어요. 당시 ‘로스트 앤 파운드’라는 콘텐츠 스토어의 마케터를 맡았어요. 오프라인에서는 스토어 공간을 활용해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하고, 온라인에서는 로스트 앤 파운드 굿즈 및 LP판을 판매해보기도 했죠. 인턴이었던 걸 감안하면 매우 큰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청년희망팩토리 인턴 시절 촬영한 영상 속 희연님


이후 2021년에는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에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인턴 때 맺은 인연을 유지해 오던 중 청년희망팩토리에서 먼저 퍼실리테이터 활동 제안을 주셨어요. 퍼실리테이터는 회의나 교육 등의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끔 돕는 역할을 하는데요. 2021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는 전국 6개 권역의 시민 분들이 모여 비대면 숙의토론을 진행하는 형태였어요. 각자 지역살이를 하며 느끼는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개선 방안을 찾아 제안했죠. 저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숙의토론을 진행하며,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제시를 도왔어요. 초반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능숙해지면서 부담도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 숙의토론 때는 긴장도 안 하고 그저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마무리했어요.


또, 세종시 게임 기반 생활문화 공동체인 ‘또다른모험’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청년희망팩토리에서 인턴으로 생활하며 만난 서경돈 사무국장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활동이에요. 제가 TRPG를 좋아하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해왔던 것을 알게 된 사무국장님이 또다른모험의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하셨거든요. 관심 분야인 TRPG를 주제로 저만의 프로젝트와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다니 얼마나 값진 기회예요.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게임, 인터뷰, 전시, 클래스, 캠프 등 정말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해볼 수 있었죠.



최근에는 문화유산 활용 기업 PAL문화유산센터에서 PM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얼마 전 제주 로컬 크리에이터 분들이 세종시를 방문하셨는데, 그분들이 조치원읍을 탐방하기 위한 게임형 투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이렇듯 지역문화사업 및  문화유산 활용 콘텐츠 기획 업무를 맡고 있어요.



지역 활동은 제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했어요.


지역 내 인턴을 시작으로 정말 알차게 활동해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2021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 퍼실리테이터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활동은 저에게 의미가 큰데요. 과거의 저는 처음 보는 타인과 오래 이야기 나누는 걸 어려워했어요.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토론을 진행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죠. 그런데 <청년아고라> 퍼실리테이터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처음 보는 이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거든요. 제 자신을 변화시킨 활동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아요.


한편으로는 세상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매일같이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것들, 제가 인지하지 못했던 지역의 문제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도 알았죠. 그래서 <청년아고라>와 같이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분명 문제 해결을 희망하지만, 실제로 어느 곳에 해결을 요구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청년아고라>는 지역과 시민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행사였던 것 같아요. 그런 행사를 진행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2021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 퍼실리테이터 활동 중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인턴 활동이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 학기가 모두 끝나고 방학을 앞둔 상황이었는데요. 방학 때도 학교 근처에 있으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발견한 게 청년희망팩토리 인턴이었어요. 보통 인턴이라고 하면 큰 일을 맡기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청년희망팩토리는 달랐어요.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마음껏 이야기하라고 하시고, 이야기를 하면 실제로 실행해볼 기회도 주셨죠. 그런 점에서 좀 남다른 근무지였던 것 같아요.


'지역에서 이런 것도 해볼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죠.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활동 기회를 많이 얻었죠. 인턴 이후 <청년아고라> 행사, 정책 토론회, 문화 포럼 등 공식적인 자리에 참여할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이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면서 지역을 가꿔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또, 새로운 시도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신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대부분의 활동은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일이에요. 콘텐츠를 발굴해야 하죠. 저는 이런 일을 할 때면 정말 즐거운데, 이렇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 데는 청년희망팩토리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많은 경험의 기회를 주셨고, 그 과정에서 제 스스로 제가 어떤 것을 재미있어하고 흥미롭게 느끼는지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지역에서 이런 것도 해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청년희망팩토리 사무실 근무 사진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인턴이 끝난 이후에도 청년희망팩토리 구성원 분들과 사적으로 종종 뵈었어요. 이따금 전화가 오셔서는 저녁 먹자고, 밥 사주신다고 불러 주셨거든요. 그런 게 좋았어요. 같이 밥 먹을 사람, 재미있는 이야기 나눌 사람이 생긴 거니까요. 지역이 좋아진 데에는 그런 인연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세종시를 좋은 사람들이 있는 따뜻한 곳으로 느끼게 해 주거든요. 마지막으로는 세종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제 자신이 보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활동하며 많은 성장을 이뤄내고 싶더라고요. 만약 청년희망팩토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가 활발한 지역 활동을 할 일도 없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지금까지 세종시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하나밖에 못 만들어봤어요. 연기 향나무를 소재로 TRPG 시나리오를 만들어놓은 것 외에는 아직 없거든요. 앞으로는 지역을 소재로 게임은 물론 축제 및 행사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조금 더 장기적인 목표는 조치원읍의 관광지화예요. 계획 도시인 신도심과는 달리 조치원읍에는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들이 많잖아요. 잘 가꾼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것들이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기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작한 뒤 결합시키면, 하나의 관광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 외에도 조치원읍이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보고 싶어요.


지역 활동 중 촬영한 사진


나에게 세종시란 [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파도 ] 이다.

다양한 도전이 생겨나는 넓고 자유로운 환경이 파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다는 파도가 없으면 그저 잔잔한데 파도가 오면 물결도 생기잖아요. 지역에서의 새로운 시도라는 물결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게 하는 곳. 그게 세종시인 것 같아요.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가 강물의 세기를 안다는 말이 있듯이, 지역 활동을 해본 이들이 지역의 매력을 안다. 희연님은 청년희망팩토리 인턴을 시작으로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꾸준히 경험을 쌓아온 그는 지역을 소재로 콘텐츠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소재에 대한 깊은 탐구가 없다면 그저 그런 콘텐츠를 제작해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지역을 향한 애정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희연님이 또 어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지 더욱 궁금해졌다. 쌓아온 경험을 발판 삼아 무궁무진하게 꿈을 펼칠 희연님을 묵묵히 응원해본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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