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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Feb 18. 2020

지역 축제, 축제로 바로서는

Coldcase

 문체부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2019년 지역 축제 개최 계획'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이틀 이상 진행되는 지역 축제는 총 884개이다. 이는 지역주민, 지역단체, 지방정부가 개최하여 불특정 다수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관광예술축제(문화관광축제, 특산물축제, 문화예술제, 일반축제)의 숫자다. 이는 특정계층만 참여하는 행사들, 주민 위안 행사나 순수예술행사를 제외한 숫자다.

 이렇듯 많은 지역 축제가 있지만, 시민의 시선에서 보면 축제의 이미지가 엇비슷하게 각인되는 듯하다. 일례로 이순신 장군과 연관해 만들어진 지역 축제만 전국에 12개에 이른다. 이순신 장군 관련 축제의 개최지 또한, 전국을 망라한다. 축제 자체의 발전과 지역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위인의 이미지에 기대어 관광객 유치를 노리는 모습이다. 지역 축제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주로 나오는 비판점이 축제마다 특색이나 특징이 없고,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평이다.


1. 시선이 더해진다. 청년.

 '지역 대표 축제 청년 10% 할당제'라는 것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행사, 축제 중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선정해서 축제위원회 구성은 물론, 예산 배정에서도 청년에게 10%를 할당해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협약이다. 2017년 기준으로, 109개의 지자체와 협약이 맺어져 있으며 여기서 청년의 기준은 만 34세까지다.

 '지역 축제'라는 수단을 활용해 청년 집단에 실행력을 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식에서 어떤 형태로 진행이 될지는 각각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청년들의 몫이겠지만, 일단은 이런 시도가 발생한다는 점 자체는 현재 상황에서 희망을 품게 만든다. 청년의 위치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몫으로 도전의 장이 열렸다는 정도의 의의로.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겠지만, 우려가 되는 부분은 이미 세부적인 파트까지 모두 기획된 축제에 서포터즈같은 형태의 축제 홍보만 전담하는 식으로 청년을 소모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축제 일부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게 그 무대를 열어두고,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도전을 통해 경험치를 쌓게 만드는 일이 '지역 대표 축제 청년 10% 할당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사회초년생인 청년 개인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렵다 보니 현실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년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 역할이 있고 그렇기에 기대하는 바 또한 분명하게 있다. 협력체계를 통해 각자의 몫과 역할을 다할 때에 비로소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지역진흥재단에서 2014년도에 발간한 ‘지역 축제를 통한 지역진흥 및 미래전략’ 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축제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축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구조 또한 고려해야한다. 순환보직 형태로 업무의 지속성이 부족해서 담당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담당자가 바뀐다. 자체적인 전문역량을 키우거나, 전담팀이 있다면 축제 기획과 피드백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개선될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이벤트가 아닌 연속성을 지닌 ‘지역 축제’로써 존재하기 위해서는 구조의 논의가 필요하다. 지역 축제는 더 생산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전문가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의견을 낼 수도 있고, 청년의 시선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각자 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그룹들이 한데 모여 말할 수 있게끔 만들면 지역 축제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지역성을 창의적으로 발휘할 기회를 막아서면 안 된다.


2. 문화콘텐츠 '서비스'로써 매력을 갖는 지역 축제

 축제의 특별함은 확고한 정체성의 유무로 판가름해볼 수 있다. 컨셉과 방식, 축제로써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해야 비로소 축제로써 '특별함'을 갖는다. 지역에서는 축제를 통해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한 번의 큰 이벤트로 해소하고자 한다. 그러면 당연히 무난하고, 일반적인 형식과 모습을 가진 축제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어필하고 싶다는 생각에 개성을 죽이고, 일반적인 구성을 따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장기적인 목표와 목적을 가진 흐름 속에 지역 축제가 놓일 수 있을까. 굳이 이 지역이라 올 만한 개성이 사라진다면, 시민들은 당연히 더 큰 규모의 축제를 찾아가게 된다. 좋은 콘텐츠를 찾기 위한 당연한 선택의 과정이다.


  아무리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축제가 기획되고, 운영되더라도 지역 축제 자체가 가진 콘텐츠의 힘을 고민하지 않으면 축제의 기시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명한 축제거나, 큰 규모의 축제가 아닐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아예 달라지는 것이다. 매력적인 문화콘텐츠로써 먼저 지역 축제가 기능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그 축제 때문에 지역을 찾게 된다. 애써 지역을 홍보하려고 축제 곳곳에 그 지역을 상기시키는 표어나 슬로건을 내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과정이다. 가령 특산물축제는 항상 그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것처럼 사방에 홍보한다. 우스운 예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기후 변화 속에서 그 조차도 영원하지 않을테니 생각을 좀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3. '지역 계급장' 떼고 붙어도 이길 축제

 축제를 위해서는 공간을 빌려야 한다. 주민의 양해와 배려 속에서 일상 속의 공간들을 비일상의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다. 당연한 조건들이라 쉽게 무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잊어버리는 순간 축제는 단지 이벤트로만 남는다. 지역 축제는 언제나 천천히 공을 들여 지역을 고찰하고, 발굴하고, 연계해야 한다. 지역 축제가 많아졌다고 한들 각각의 지역 입장에서 보면 한 번 한 번이 무척 귀한 시도다. 그런 시도를 불명확한 기획으로 잃어버린다면 굉장히 아쉽지 않을까.


 지역이라는 계급장은 어떤 무게로 지역의 어깨 위에 달려있는가. 운이 좋아서, 혹은 자격 없이 얻어낸 계급장일지도 모르고 거져 얻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축제라는 이벤트가 아니라면 지역을 평생 들어보지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오히려 더 차분하게 발전 방향을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지역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붙었을 때, 지역 축제는 얼마나 축제의 본질에 다가서 있는가.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시간으로 얼마나 강렬하게 기억에 각인되어 있는가. 사람들은 단지 돈을 쓰기 위해 축제에 오는 게 아니다. 일상을 떠나 비일상의 뒤풀이로, 기억 속에 특별함을 얹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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