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듣다
전북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청년층의 지속적인 이탈은 전북 사회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전북대학교는 2만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전북 최대 규모의 대학이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전북대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은 여느 대학가와 다르지 않았다.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술집들이 즐비했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쁘게 오갔다.
이곳에서 전북대 중앙 창업동아리 '해시태그'의 회장 이민경 씨를 만났다. 회장으로서 전대인(전북대 학생)의 창업/취업 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는 민경 씨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Q. 민경 씨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전북대학교 무역학과 21학번 이민경입니다. 바닷가, 짜장면, 그리고 이성당으로 유명한 군산 출신이에요. 해시태그에서 2년째 활동 중입니다.
Q. 동아리 해시태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해시태그는 전북대 유일의 중앙 창업동아리입니다. 창업 분과에 소속돼 있으며, 전북대 학생들의 창업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주요 활동으로는 전북대 창업 교육센터에서 주관하는 창업동아리 팀빌딩, 각종 공모전 참여, 그리고 플리마켓 운영 등이 있습니다.
Q. 해시태그에서 창업을 시작해 사업을 확장한 선배님의 사례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해시태그의 창립자로 전주에서 ‘아크컴퍼니’를 운영하고 계신 박현수 대표님이 계세요. 아크컴퍼니는 전북 최초의 공유 주방이에요.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일종의 부동산 임대업입니다. 보통 가게에서 주방을 차리고 사업을 시작하려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아크컴퍼니는 이런 부담을 줄여서 월세만 내고 배달업 같은 요식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B2B(Business-to-Business) 사업이에요.
Q. 군산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계시니, 전북에서 쭉 사신 것 같아요. 민경 씨가 생각하는 전북만의 장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전북에서 살면서 느낀 장점은 사람이 북적이지 않고 평화롭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 특징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해요. 평온한 환경 때문에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 열정 넘치는 청년들에게는 아쉬운 곳이죠.
전북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20년간 전북을 떠난 인구의 대부분이 청년층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전북을 떠난 전체 인구 중 90% 이상이 청년이며, 그 주된 원인으로 열악한 산업구조로 인한 청년층 일자리 부족이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청년 인구 유출 문제에 대한 대학생의 생각을 듣고자 민경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최근 20년간 전북을 떠난 인구의 90% 이상이 청년층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청년으로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북 사람으로서 저는 이 문제에 크게 공감하고 있어요. 전북은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지 않고, 소위 유니콘 기업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이 때문에 지역 내에서 청년들이 희망하는 수준의 취업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대학 동기들이나 동아리 친구 중에도 전북을 떠나려는 친구들이 많나요?
많죠. 주된 이유는 취업할 만한 기업들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는 전북 현대자동차 정도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소기업입니다. 친구들은 보통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유명 기업을 가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로 가고 싶어해요.
Q. 취업을 준비하고, 취업 동아리를 하면서 대학생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건가요?
사실 준비 과정에서 지역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전북대에는 장학금이나 자기소개서 멘토링과 같은 취업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준비를 잘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이용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학생들이 도시를 떠나는 상황이에요.
Q. 전북에서 원하는 직종이나 업계의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다고 보시나요?
전북에서도 취업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지망하는 마케팅 직무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대기업에서 더 인정받기 쉬운 분야라서 고민이 큽니다. 현재로서는 큰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 중이에요.
Q. 졸업 후에는 전북에 남으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졸업 후에는 일단 수도권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저는 콘텐츠 마케터를 꿈꾸는데, 특히 뷰티와 패션 업계로 진출하고 싶어요. 이 업계는 서울에 모여 있어서, 경력을 쌓기 위해선 서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경력을 쌓고 나면 다시 전북으로 돌아오는 게 목표입니다.
Q. 다시 전북으로 돌아오고 싶으신 이유는 전북이 민경씨의 고향이기 때문인가요?
꼭 고향이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창업에는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서울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너무 커요. 창업 초기에는 제 콘텐츠 자체에 투자하고 싶은데, 비용 문제 때문에 서울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임대료 부담이 적은 전북에 내려와서 꿈을 키워가고자 합니다.
Q. 창업을 고려하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 정책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창업과 일반 사업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업은 돈을 버는 데 집중한다면, 창업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죠.
게임 회사 스마일게이트에서 후원하는 ‘오렌지 플래닛’이라는 창업 재단이 있어요. 이곳에서는 창업자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고 사무실을 무상으로 지원해요.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기회도 주죠. 이런 방식으로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전북이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어떤 점이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도 청년 유치가 시급해요. 전북은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청년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고, 특히 유니콘 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전북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보다 유니콘 기업 유치, 청년 일자리 확보가 전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하지만 전북은 청년 일자리보다는 노령층 일자리와 관광·농업·스포츠 산업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동네마다 수영장이 있을 정도로 생활, 스포츠 편의시설에는 공을 들이고 있죠. 하지만 청년 일자리 확대와 지역 발전 전략은 아직 미흡한 것 같아 이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민경 씨는 학교 앞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인 전주페스타에 꼭 들러보라고 권했다. 그의 말 속엔 전주의 활기찬 모습을 타지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전북이 열정 넘치는 청년들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북> 생활팀 강윤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