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이야,
여기서 살라고 한다면 살 수 있겠어?
처음 가 보는 곳을 찾아갈 때마다 옆에 있는 이들이 종종 묻는다. 팔도 방방곡곡을 수없이 누비기에 익숙한 질문이다. 답변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고민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교통은 편리할까? 아플 때 병원을 쉽게 갈 수 있을까? 집값은 어느 정도일까? 여기서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거지? 아, 친구들은 자주 만날 수 있으려나?
대답은 늘 어렵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일단, 그곳의 삶을 알 길이 없다. 방문객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발을 붙이고 수 해의 시간을 보낸 이와 그저 ‘객(客)’인 자의 시야는 같을 수 없다. 그곳에서 살 수 있는지를 보려면, 하루 이틀 안에는 알아챌 수 없는 지역의 색깔과 어두운 면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둘째, 두려움이다. 수도권 생활양식에 완전히 스며든 자에게 ‘지방행(行)’은 수영을 배우지 않은 상태로 물에 뛰어드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미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이 가진 문화적 헤게모니(hegemony)는 막강하다. 그 헤게모니로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암담한 세상이다. 주류 안에서 단단한 안정감을 느끼다가 비주류에 내던져진 이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선 위의 사람’이 된다. 지방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다. 근원적 불안감이 해소된 후에야 그곳에서 살 수 있는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테다.
로컬키트는 ‘삶’을 보는 매거진이다. 지역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발굴해 그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비전 아래서 로컬키트의 서사는 시작된다. 객이 갖지 못한 눈으로 그곳에서의 삶을 바라보는 사람, ‘서울 헤게모니’가 일으키는 불안감을 넘어선 사람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후일담이 이 원고지에 담는 이야기의 재료다.
그래서 지난가을, 로컬키트가 전주, 익산, 군산에서 그들을 만났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두려움의 골짜기를 넘어선 그들의 무용담을 새겼다.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지방 도시의 삶을 종잇장 넘기며 충분히 음미하길 바란다.
살 생(生), 살 활(活). 여기, 그들의 삶을 전한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북> 생활팀 정회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