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시작: 군산시 청년뜰에서
필자를 로컬키트로, 또 산업팀으로 이끈 헤드라인이다.
사라져가는 로컬의 삶을 재조명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근본적으로 로컬은 왜 사라져가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로컬은 왜 사라지고 지방은 왜 소멸하는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노동력’에 집중한다.
노동력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에 소요되는 인간의 정신적·육체적인 모든 능력이다. 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알맞은 자원과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지역을 떠나 필요한 자원을 찾아 나서거나, 노동 자체를 포기하거나. 소멸위험 지역의 청년층은 전자를 택한다.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역을 점차 떠난다. 고장 내에 머무르지만 노동력에 기여하지 못하는 노년층은 노동을 포기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산업을 주도하는 거대도시였던 군산시는 현재 완전 소멸까지 약 70년이 남았다고 한다.
군산시의 청년과 노년의 현 위치는 어디인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12년간 끝없이 자기를 증명해야만 하는 학창 시절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수동적으로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만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는 순간 ‘진짜 세상’으로 내던져진다. 더 이상 정해진 문제만을 풀지 않아도 되고,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공부를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명확한 답이 없는 문제들을 마주하고, 그 누구도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동시에 이제는 당당한 성인으로서, 그리고 노동자로서, 사회에 기여할 것을 요구받는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화창한 앞날이 펼쳐질 것이라는 어린 날의 소망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라진다.
‘내가 가진 노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이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내 가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내 자신에 대한 기존의 정의가 흔들린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여기는 어떤 곳인지, 인생은 무엇인지. 스물한 살, 대학교 2학년. 성인이지만 어른은 아닌, 가르침을 받지만 단순한 학생만은 아닌 나이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기꺼이 함께 고민하는 곳이 군산에 있다. 바로 ‘군산시 청년뜰’이다.
올해로 설립 6년 차를 맞은 군산시 청년뜰은 청년 교육, 문화 활동 지원, 청년정책 발굴부터 창업·취업 지원까지 ‘청년’을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다.
청년뜰은 크게 청년센터와 창업센터로 나뉜다. 군산시가 고용 위기 지역으로 선정된 후 고용노동부 재원으로 설립된 청년센터는, 청년의 진로 고민 상담부터 지역 정책 참여까지 지역 내 청년의 모든 애로사항을 살핀다. 창업센터는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원스톱 창업컨설팅부터 지식재산권 출원, 박람회 출전, 창업가 네트워킹까지 청년창업의 모든 단계를 감독한다. ‘청년’뜰이지만 청년 창업자에 대한 연령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 군산시 청년뜰에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년 창업자가 속해 있는 이유다.
이곳에서 오원환 센터장, 김진아 청년지원팀 팀장을 만났다.
군산시 청년뜰은 청년들이 자신의 삶에 자긍심을 갖게 하고 지역에서 하고 싶은 것을 발굴해 주는 곳이에요. 군산시 내부에서 청년들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실행하게 해 주며 살고 싶은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요. 청년들이 가진 엄청난 가능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요.
군산시 청년 유출 문제는 분명 심각합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청년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대다수의 청년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죠.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직업 안정성이나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우리 지역만의 매력도 분명 존재하고, 그것을 발굴해내는 게 우리 센터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층이 충분히 지방의 매력을 느끼고, 군산을 머물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지역이 불만족스러우니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직접 고쳐볼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실제 청년의 의견이 법안으로 반영되는 청년 정책 아카데미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서요.
저도 이방인으로서 군산에 살면서 느낀 점이, 군산에는 텃세가 없다는 거예요. 군산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들고나는 인구가 참 많았던 도시예요. 수출입의 중심지로서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또 떠나기를 반복한 지역이죠. 그래서 군산은 예로부터 외부인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기 쉬운 지역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군산을 자유로운 공간, 누구든 환영하고 자리 잡기를 도와주는 공간으로 브랜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구 유치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산 내부의 청년 유치를 넘어서 타 지역의 청년을 군산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한 목표니까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데에는 청년들에게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를 주려는 의도도 있어요. 수도권에서는 각자도생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만, 지방에서는 혼자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아요. 네트워킹을 통해 비슷한 고충을 겪는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면,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죠.
현실의 벽에 끝없이 고민하는 청년들에 오원환 센터장과 김진아 팀장은 조언한다.
대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입학과 동시에 16번의 미칠 기회가 주어집니다. 8번의 학기와 8번의 방학, 총 16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잔뜩 몰입해 미칠 기회가 주어져요. 그 시간 안에 공부든 연애든 술이든 여행이든, 끝까지 파고들며 다양하게 세상을 탐험해 봐야 해요. 적당히 간만 봐서는 몰입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제가 어릴 때를 돌아보면 당장 내게 필요한 공부, 필요한 경험만을 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불필요한 경험"이라는 건 없어요. 오히려 딱 필요한 것만 하려고 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을 놓치고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요. 정말 너무 싫은 것이 아니라면 일단 해 보세요. 그러면 어떻게든 자신의 삶에 연결되고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엄청난 가능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여러 경험을 해보면 좋겠어요.
저희 청년뜰처럼 전국적으로 청년들이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를 돌아보기만 해도 군산시 청년뜰처럼 제게 도움을 주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요즘 취업, 창업을 떠나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이 지역기관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군산시 청년뜰은 청년들이 마음껏 자신의 노동력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터뷰의 마지막 순간까지 “저희 센터 자랑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라며 필자를 붙잡는 오원환 센터장의 모습에서 청년뜰에 대한 자부심과 군산의 청년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인생의 황금기’로 비춰지는 대학 생활 속 홀로 회의와 부담을 삼키는 청년들은 묻는다. 진정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아니, 타인에게의 의지라는 것을 기대해도 되는 것인지.
이때 군산시 청년뜰은 큰 목소리로 “Yes”를 외친다. “젊음 그 자체로 가치있다”라며. 조급하지 않아도, 더 이상 세상에 나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나는 존재만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되새겨 주는 이곳, 군산시 청년뜰이다.
어쩌면 청년들이 원하는 건 모든 걸 홀로 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나에겐 기댈 곳이 있다는, 그 따스한 확신 하나가 아닐까. 진정한 균형된 발전은, 전국 각지에서 치열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청년 모두가 자신만의 ‘군산시 청년뜰’을 찾을 때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