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학생 인터뷰
부산의 산업을 알아보기 위해서 로컬키트가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부산대였다. ‘청년이 미래다’라는 진부한 표현들에 이미 청년세대는 질렸을지도 몰라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기도 하다. 결국 미래의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청년들이기에, 청년들이 느끼는 부산의 산업과 일자리는 어떠한지 의견을 듣고 싶었다. 또한 비슷한 또래의 대학생들을 만나며 ‘지역의 삶’과 ‘균형 발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부산대 인근 카페를 방문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직접 살아보고 치열하게 고민해본 ‘부산 청년들’만의 생각과 시야를 얻을 수 있었다.
로컬키트는 먼저 부산대 경영학과 재학생을 만났다. 3대 산업으로 금융을 밀고 있는 부산에서 가장 밀접하게 시의 지원을 체감할 수 있는 경영학과만의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배와의 대화나 커리어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들이 많이 마련되어 확실히 학교의 지원과 투자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진주에서 살다 대학에 진학하며 부산에 오게 되었는데 확실히 인프라나 기회들이 진주보다 훨씬 많이 제공되어 부산이라는 도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로서 잠재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풍부한 지원과 매력에도 부산이 가진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을까?
선배나 동기들의 진로를 보았을 때, 대부분은 공기업에 취업하거나 부산 내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얻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렇기에 창업이나 다른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해도 선배들 중 다양한 진로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조언을 얻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셨다. 마침 공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지역할당제와 같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들의 실질적인 효과가 체감되는지 궁금해 관련 내용을 물어보았다. 이에 얻게 된 답변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는데, 입사 시에는 지역할당제가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만 지역할당제로 입사한 직원들은 승진에 제약이 있어 어느정도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균형 발전에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지역할당제가 또다른 차별과 갈등의 요소가 된다는 것을 체감한 사례였다. 이렇듯 금융 공기업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충분한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고 그나마 남아있는 자리마저 경쟁과 지역할당제의 차별 등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공기업의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학생분은 부산에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라고 언급했다. 중소기업들 자체에 취업하는 것이 부정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보수적인 부산의 문화와 열정을 강요하며 착취하는 중소기업들의 환경 때문에 청년들이 양질의 환경에서 일하지 못해 큰 아쉬움과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학우분이 언급한 기사의 내용도 흥미로웠는데, 부산 청년들의 월급이 전국 도시들 중 2번째로 작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제 2의 도시인 부산의 청년들은 정작 다른 도시들보다 터무니 없이 적은 월급을 받으며 주어진 몇 안되는 선택지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합리한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단순히 부산만의 문제일까?
학생분께서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청년정책기자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실제로 정책 입안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자료를 조사하는 활동을 진행했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기자단까지 활동하다니. 관련해서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청년정책기자단은 실제로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정부 담당자들과 공유하고 이에 대해 SNS등을 이용해 정책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는 단체였다. 특히 경영학과 학생분은 중소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인터뷰 내용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말씀을 하셨다.
경영학과 학우분: 실제로 다들 대기업을 가고 싶어하지만 모두가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원하는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대기업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다보니 남은 사람들은 중소기업에 가야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의 인식이 좋지 않잖아요.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자신이 실패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돼요. 다수가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그렇기에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하게 되는 중소기업의 환경을 개선하는게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산 내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을 개선하는게 우선과제라고 느껴 청년정책 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주, 통영, 제주, 서울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서열화되고 등급이 나눠져있는 우리사회에서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선택지를 택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이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른 선택이 아닌 틀린 선택이었다. 어찌보면 지역 격차 문제 또한 이렇게 다른 것을 용인하지 못하고 서열화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우분께서는 청년기자단의 일원으로서 탄력근무제 악용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요구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부산 청년들의 요구는 두 번째 인터뷰이였던 학우분에게서도 이어졌다.
두 번째 학생분은 부산대 철학과에 재학중이신 학우분이셨다. 학생분은 사단법인 '부산청년들'이라는 단체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셨고, 에디터들은 단체에 흥미를 느껴 무슨 활동을 하는 곳인지 물어봤다.
부산청년들은 청년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부산의 환경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이때 마찬가지로 철학과 학우분도 부산의 보수적인 문화를 주요한 문제점으로 뽑았는데, 여전히 청년들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부산 정치에서 만연하다고 했다. 실제로 부산 시에서 청년복지과를 없애려는 시도를 부산청년들에서 저지한 사례도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부산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아보였다. 인터뷰 중 한 가지 독특했던 점은 철학과 학우분은 학교에서 취업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주냐는 질문에 앞선 경영학과 학우분과 달리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답한 것이었다. 경영학과는 어느 정도 간판 학과로 지원을 해주지만 철학과와 같은 문과대에는 확실히 체감되는 도움을 얻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지원과 공급에 대한 얘기는 단순히 취업시장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철학과 학우분: 경제학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고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문화적인 차원에 대한 공급이 있어야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그에 따라 공급이 끊기게 되면 사람들이 요구를 적극적으로 할텐데 그러한 공급조차 없어 경험을 하지 못하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확실히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되는데 부산대 학생들은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요구하려면 자신이 부족한게 무엇인지 알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공급과 인프라가 부족하면, 주어진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학우분께서는 한 가지 또 생각해볼만한, 어쩌면 지역균형발전을 관통하는 내용이기도 한 이야기를 꺼냈다.
철학과 학우분: 저희끼리 흔히 ‘안분지족’이러면서 자조적으로 얘기하거든요. 우리가 지방에도 이런저런 정책을 해달라 요구하면 본인의 지역에 만족하면서 살아라. 이런 얘기를 듣게 되는데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좋아하고 삶을 만족하라는 그런 얘기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럼 너희는 서울의 인프라를 부러워하지 말고 부산에서 만족하는데 그쳐라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때문에 안분지족이라는 말을 우스겟소리로 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지방만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그것을 향유하라는 말이 누군가한테는 더 많은 기회와 선택지를 포기하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니.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인터뷰를 하면서 나온 얘기가 핵심이었다. “LA에 사는 사람들은 뉴욕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다른 도시의 다른 환경이기에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인프라의 부족이었다. 자신들의 재능이나 능력을 발휘하고 풍부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 자신이 사는 지역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데, 인프라와 기회가 다 서울에 몰려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산이이 제2의 도시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부산에 인프라를 구축해도 어쩔 수 없이 제2의 서울처럼 양산형 도시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제 2의 도시인 부산도 이런데 다른 지방도시들은 오죽할까. 철학과 학우분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장한 것은 결국 정치였다.
정치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대대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지역 격차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단순히 기업 몇 개 이전하고 정책을 제안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지 못한다면 그 지역은 청년들이 살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될 것이고,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이 없다면 ‘노인과 바다’라는 부산의 별명은 앞으로도 지워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으려했던 인터뷰에서 도리여 로컬키트팀이 질문을 받았다. 이상적인 지방 라이프 스타일이란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노력은 무엇인지. 지방에 기관과 시설들이 생기고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면 결국 이전보다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렴풋한 생각들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결국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배제한다면, 투자와 지원도 일회성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부산에서 만난 학생들은 누구보다 부산을 좋아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개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포기하면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그들은 누구보다 부산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원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 것이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청년으로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에 따라 환경을 바꾸려는 그들의 노력이 더 대단해보였던 것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로컬키트 또한 한 발짝을 내딛어 본다.
글·사진: <local.kit in 부산> 산업팀 차태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