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도시, 영도 (3) - 도다리 비쥬얼랩

불이 붙어 달려가면 흔들리겠죠. 조금 느려도 주도적인 삶을 살 거예요

by 로컬키트 localkit

산지가 많고 바다가 유명한 부산. 지형부터가 운동하는 인생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운동하기 좋은 지형이라는 것은 실내가 아닌 외부 자연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고, 자연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클라이밍, 테니스, 필라테스 등등 생활권 내에 분포하는 실내운동시설들이 다양해지면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분명 도시가 건강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이들에게는 어쩐지 아쉬움이 따른다. 그러나 자연에서 하는 운동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비용 없이 몇 날 몇 시간이고 마음껏 운동하며 건강해질 수 있다.


운동이 가능한 자연여건이 갖추어진 것만 해도 어디겠냐마는, 여기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자연환경에 약간의 공공인프라가 더해지는 순간 더욱 풍부한 자연 속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부산 수영강에서는 지역별 특화 해양레포츠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카약과 드래곤보트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송도 해수욕장에는 다이빙대가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설치되어 지역의 명물이 되었던 다이빙대는 80년대 태풍의 영향으로 파손된 뒤 철거되었다가 2013년에 복원되었는데, 해수욕장 개장 시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해운대에서는 부산 시민에게 무료 서핑 강습도 제공하고 있다. 시설물로든 프로그램으로든, 이와 같은 자연 스포츠에의 공공투자는 사람들의 운동 접근성을 높여준다. 현재, 부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공공인프라를 적절히 조화시켜 운동인들에게 행복을 주는 도시가 되었으니, 이는 부산에 거주하는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여기, 서울에서 주어진 삶의 속도에 건강을 잃고 부산으로 내려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부산영도에서 도다리 비쥬얼랩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원씨이다. 정원씨는 부산에서 운동인이 되어 건강을 회복했다. 건강한 몸이 되자 건강한 정신이 따라왔다. 점차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구축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삶을 선사해준 아웃도어 활동을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아웃도어 그래픽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나아가 자연을 벗삼아 운동하는 운동인으로서 친환경에 힘쓰고 있다. 아래의 인터뷰를 읽으며 한 사람이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의 가치, 나아가 세상의 가치를 아끼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리고 작품에 그만의 확고한 가치를 담아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지, 현재 나의 삶의 속도는 적절한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박정원 디자이너 (@dodarivlab)

도다리 비쥬얼랩 | 부산 영도구 태종로105번길 37-3 ARE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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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도다리 비쥬얼랩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라서, 개인 작업실이자 오픈 스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오픈하게 되었어요. 디자인 사무소인데 아웃도어 쪽으로 주로 브랜딩하고 있어요. 제가 기획한 제품에 다른 작가님 작업물, 기성품도 있고. 섞어서 판매하고 있어요.


이 공간을 여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매출에 압박을 받지 않고 작업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주로 디자인 용역을 받아 일을 하고, 지금 이 스토어는 제가 하는 일의 연장선으로 운영하고 있어서요. 다행히 매출이 조금 나와주고 있고, 또 홍보하는 데에 플러스 요인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혼자 일을 하면 사람이 계속 나가게 되잖아요. 뭔가 내 오피스가 있으면 제일 좋은데 계속 노마드처럼 일을 하다보니까 제 개인적인 생활이 조금 칙칙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도 알리고 작업하는 방향 같은 것들을 사람들이랑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좀 더 발전적이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생각하셨던 방향대로 되어가고 있나요?

되고 있는데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잖아요. 지금도 보이시겠지만 비어 있는 데가 많아요. 여기가 아무래도 아케이드식으로 되어있어서, 옆에 공간들이 좀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그리고 영도에 들어와서 보니까 여기 놀러 오는 사람의 시점이랑 여기 사는 사람의 시점이 좀 다르거든요. 그거에 대해서도 조금 놀라고 있습니다.


부산 전체가 어르신이 많은데 제가 사는 광안리쪽 지역은 어르신이 그래도 뭔가 커먼센스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여기는 좀 달라요. 여기가 시장이 엄청 크잖아요. 그래서 가끔 한 번 놀러 오면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라든가 로컬의 느낌, 분위기가 되게 좋은데, 산다고 하면 부딪히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예요. 사소한 생활 문제라든가. 여자가 여기 혼자 와서 뭐 하는 거냐 이런 것들이. 21세기에 생각지도 못한 고충들이 조금씩 튀어나오는 게 있어요.


저희가 잠시 방문한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로컬의 느낌이 좋기만 해서 그런 고충이 있으실 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맞죠. 이렇게 놀러 가서 보면 너무 좋잖아요. 딱 로컬 느낌 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옛날에 그런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근처 흰여울마을을 보면 사실은 거기가 직접적인 해일 피해가 있는 지역이라서 다 허물어야 되는데 너무 관광 특구가 돼 있으니까 그걸 개발도 안 하고 정지해둔 상태예요. 어쨌든 골목으로 사람들이 막 지나다니면서 관광을 한단 말이죠. 그럼 거기가 다 진짜 사람들이 사는 집이에요. 그런데 어떤 젊은 친구들이 관광을 하면서 쓰레기를 버린 거예요. 뒤에서 보시던 분이 하필 또 도시재생 관련된 일을 하시던 분이셨어요. 그분이 “이봐, 젊은이. 당신 집에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면 기분이 좋겠나.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지.” 이렇게 얘기를 하셨대요. 그랬더니 젊은 친구들이 “저는 이런 데 안 살 건데요.”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도시재생이라는 명목 하에 뭔가를 많이 하고는 있는데 그게 과연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드는 재생인가에 대한 일침을 꽂는 소리였어요. 이 지역에 그런 게 조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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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A6 건물 내에 입주해 계시잖아요. 건물을 소유한 삼진이음에서 봉래시장과 AREA6를 연결해 사람이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거기에 대해 가지고 계신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직까지는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삼진이음이 가지고 있는 사업 계획 목표인 것 같긴 한데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고, 저는 사실 RTBP 대표님이랑 많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조언도 많이 주시고. 저는 원래 디자인 일만 용역을 받아서 하다가 제가 주도적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서요. 디자이너라는 영역이 재화를 버는 가치 추구랑 어떤 예술적인 가치 추구의 중간 접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해도 많이 해주시고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작품에 주로 담고자 하시는 가치가 있나요?

작년부터 브랜드를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아웃도어 느낌의 콘셉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보시면 캠핑 용품으로 많이 꾸며놨거든요. 제가 이제 아웃도어 컨셉을 잡다 보니까, 아마 다들 공감을 하실 건데 자연을 벗삼아서 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친환경이라는 개념으로 생각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자연이 없어지면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그래서 제가 굿즈나 가방 제작한 것들은 다 웬만하면 리사이클 원단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 보시면 지구 생활이라고 프로젝트 상품이 하나 있는데요. 인천에 있는 업체 사장님이 폐플라스틱 원사로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세요. 그 분이랑 협업해서, 제가 발달장애인분들이랑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한 게 있거든요. 그 그림을 플라스틱 원사로 만든 시장 바구니에 넣어서 판매하고 있어요. 장바구니가 시작이고 이제 제품군이 좀 더 나올 거예요.


아까 보니까 클라이밍 스티커도 판매하고 계셔서 반가웠어요. 제가 클라이밍을 하거든요. (웃음)

클라이밍 하세요? 원래 이게 클라이밍 컨셉인데 대중적이지 않아서 클라이밍이라고 말은 하진 않거든요.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 많은 변화를 준 운동이라서요. 제가 서울에서 일하다가 내려왔는데, 제 의지로 내려온 게 아니거든요. 서울에서 괜찮게 있었는데 몸이 안 좋아져서 내려왔어요. 근데 다시 올라가지를 못하겠는 거에요. 너무 바쁘고 근무 환경이 좋지가 않아서. 술에 쩔어 살았어요. 근데 부산 내려와서 클라이밍을 하다보니까 7kg가 빠진 거에요. 제가 일부러 뺀 게 아니라 하다보니까 어느날 옷을 입는데 품이 남는 거에요. 이상해서 몸무게를 재봤는데 몸무게는 그대로인 거예요. 근데 바지도 헐렁해. 그래서 인바디를 재보니까 체지방만 7kg이 빠져있는 거에요. 너무 놀랐어요.

또 움직이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있다보면 클라이밍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하게 되더라구요. 또 옆에 바다가 있으니까. 저는 어릴 때 수영을 좀 해서 물을 좋아하거든요. 여름에 서핑도 하고 시즌되면 바위 타러 가고 그래요.

사실은 웨이브락이라고 부산에서 제일 큰 클라이밍장이 있는데, 로고는 다른 클라이밍사랑 서울 작가분이 하셨는데 배리에이션을 제가 했거든요. 그게 전국적으로 터졌어요. 티셔츠도 많이 팔리고. 흐름을 타고 좀 잘했으면 좋겠는데, 인생을 살다 보니까, 제가 사실은 나이가 좀 많거든요. 적은 나이는 아닌데 그러다 보니까 소중한 것들의 순위라든지, 신념이 생기다보니까 조금 천천히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불이 붙었다고 해서 거기에 따라가거나 이러면, 제가 제 자신을 아니까, 분명 흔들리고 중심이 안 잡힐 게 뻔하거든요.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서 옳다고 생각하고 내가 확실하게 잘 할 수 있는 걸 하려다 보니까 막 달려가지는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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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ocal.kit in 부산> 공간팀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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