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꾸메문고 두번째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실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문화 불모지’라고 여겨지던 세종, 그중에서도 ‘공실률’ 문제가 유독 심각한 대평동. 이곳에 동네 책방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예상치 못했던 풍경을 마주하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의식 중에 떠올리고 있던 ‘동네 책방’의 고즈넉하고 아담한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넓은 도로와 회색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점이 있다면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방 앞에 다다라서 올려다본 간판에는 ‘꾸메문고 두번째이야기’라고 적혀 있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로컬키트는 설레는 마음으로 꾸메문고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책방지기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꾸메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이호연입니다. 아직도 길을 찾고 있기는 하지만, 그냥 재미있는 서점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꾸메문고’는 무슨 뜻인가요?
되게 심플해요. ‘꿈의’,‘꿈에’를 소리 나는 대로 쓴 거죠.
반곡동의 ‘꾸메문고’와 지금 이곳 대평동에서의 ‘꾸메문고 두번째이야기’는 무엇이 다른가요?
원래 꾸메문고를 처음 시작할 때는, ‘BOK’라는 회사에서 세종의 문화 활동을 위해 서점과 공연장을 같이 오픈했었어요. 공연장은 아직 반곡동에서 계속하고 있지만, 서점은 대평동 쪽으로 합치고 있어요. 반곡동 서점은 규모가 굉장히 컸는데, 그러니까 매출에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서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 차리게 된 것이 ‘꾸메문고 두번째이야기’ 예요. 두 공간의 차이점이라면, 예를 들어 북토크를 진행한다고 할 때 넓은 공간에 10명이 오면 사람이 너무 없어 보여서 망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대평동은 공간의 크기가 좀 더 작아지니까 똑같은 10명이어도 더 좋아요.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꾸메문고 두번째이야기’만의 책 큐레이션 방식이 있나요?
자유로워요. 1층에는 주로 제가 좋아하는 피규어와 프라모델 위주로 진열되어 있고, 책은 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배치가 완전히 바뀌어요. 제가 담당해서 할 때는 그냥 제 취향대로의 책을 주문해요. 신간을 자동으로 받기보다는 그림책과 소설책 위주로 주문하고, 소설책 중에서도 제 취향 소설들이 많이 들어오죠.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김청귤의 <해저도시 타코야끼> 요. 만화적인 상상력을 주면서도 문장과 세계가 잘 짜인 책이에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이긴 하지만, 우울함 속에서도 결국에는 희망이 남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다른 분께 추천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제목만 보고 재밌게 들고 가셨다가 우울한 내용 때문에 힘겹게 돌아오셨던 기억이 나네요.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꾸메문고 달달지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달달지기의 뜻은 무엇인지, 달달지기들이 진행하는 구체적인 활동에는 무엇이 있는지 들려주세요!
달달지기는 말 그대로 그냥 동네 주민, 단골손님, 혹은 책방을 차리고 싶은 분들이 몇 달 정도 책방지기가 되어 보는 것이에요. 제 생각보다 책방을 차려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책방 차리는 법을 다 알려드리기도 했고, 달달지기님들이 직접 내신 아이디어로 행사도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다들 똑같은 일을 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하고 싶은 게 다 다르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서점을 꾸미고 싶어 하셨고, 또 어떤 분은 그냥 잡다한 일을 도와주고 싶어 하셨어요. 저희가 진행했던 영화나 캠핑 관련된 행사도 달달지기님들이 시작해 주셨죠.
동네 사람들의 취향이 실현되는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방금 말씀해 주신 것들 중 캠핑 행사가 신선하게 다가오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책이 빛나는 밤에>라는 행사는 책방 앞의 거리에서 책과 시원한 바람, 맥주를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예요. 서울 가면 항상 큰 축제도 많고, 작은 놀 거리들도 많이 있던데 여기는 그런 게 없어요. 그런데 마침 달달지기 한 분이 캠핑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책, 캠핑, 맥주를 같이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얘기를 하다가, 앞에 있는 거리에서 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 그대로 길거리에 캠핑 의자를 두고, 같이 노래도 듣고 북토크도 하고 그랬죠. 맥주도 세종에서 만드는 맥주를 가져왔고요. 자리 설치할 때는 엄청 힘들기는 한데, 하면서는 정말 재밌어요. 도시 한복판에 있지만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재미가 힘든 걸 다 이기는 느낌인 건가요?
네. 저는 제가 재미있다고 느껴야지 뭐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실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외에도 꾸메문고가 진행하고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서 모임을 소소하게 하고 있어요. 꾸준히 참여하시는 분들과 수다 떠는 게 제 일상의 힐링 포인트가 되었어요. 또 좋아하는 책의 작가님을 모시거나, 영화 잡지 ‘인덱스’를 읽으면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정말 재밌고요. 이번에는 클래식 기타도 연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행사 하나하나가 다 너무 재밌습니다.
어쩌다 세종에 오게 되신 거예요?
저는 대전 사람인데, 그냥 부모님 따라서 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세종에 와 있네요.
흔히들 세종은 정 없는 곳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도시 특징인 것 같아요. 신도시이다 보니까 다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요. 네트워크가 약하죠. 저만 하더라도 제 친구들이 세종으로 넘어온 경우가 거의 없어요. 다 대전에 남아 있거나 서울로 갔죠.
아무래도 아직 세종은 문화적으로 불모지라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사실 공주나 대전 같은 지역에는 책방이 꽤 있는 편이에요. 대전에는 인기 있는 책방들도 많고, 아직 계룡문고 같은 큰 서점이 남아있기도 해요. 공주는 최근에 지역 살리는 일환으로 무언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세종은… 잘 되겠죠? 아직 신생 도시니까요. (웃음)
오히려 신도시의 느낌이 강한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 더 빛나는 거 같기도 한데요!
감사합니다. 사실 시대를 살짝 역행하고 있어요. 독립 서점이 요즘 트렌드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는데 신도시에서는 독립서점을 잘 안 하거든요. 왜냐하면 매출이 안 돼요. 문제집이 없으면 매출이 더 안 되는데, 저희는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으로 문제집을 다 뺐어요. 그리고 1층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규어나 프라 모델이 제 취미여서 그런 것도 두고, 문구도 제가 어디서 구해온 독립 문구를 많이 갖다 놓으면서 저 재미있는 대로 꾸리고 있습니다. 컨셉이 그냥 ‘나 재밌게’가 됐어요.
책방과 이 동네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나요?
사실 요즘 출판업계의 위기라고들 하잖아요. 책을 많이 읽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책은 사람들 간의 연결점이 돼요. 특히 세종 같은 경우는 도서관이 엄청 많아요. 각 동마다 커뮤니티 센터에 도서관이 있어요. 시립도서관도 있고 국립도서관도 있고, 또 조만간 어린이 도서관도 생겨요. 심지어 싱싱장터라고 장터에도 도서관이 들어가 있어요. 이런 다양한 공간이 동네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꾸메문고도 그중 하나이고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사라질 때 “없어져서 아쉬워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여기서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꾸메문고 두번째이야기’의 책방지기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대평동 사람들이 다른 동네에 갔을 때 “우리 동네에는 이런 서점도 있다!” 이렇게 자랑하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주변의 무언가를 추천해 주세요. 할 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모두 좋습니다!
(1) 조금만 걸어가면 ‘대평시장’이라고 아주 오래된 시장이 있어요. 드르륵 열고 들어가면 반겨주는 식당들이 구석구석에 있어서 좋아요. (2) 또, 최근에 대평동사무소를 주축으로 미 건축 상가 부지에 해바라기를 심어서 해바라기 정원을 만들기도 했어요. (3) 그리고 뒤쪽으로 가면 바로 금강이 나오는데, 자전거를 빌리서 금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다리 건너가는 길에 보이는 야경이 되게 예뻐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꾸메문고에게 세종이란 무엇인가요?
산소 같은 곳이요. 이곳의 주민분들과 같이 살아가려고 이것저것 하고 있는 거니까, 꾸메문고에게 세종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공기 같은 존재죠.
철저한 계획으로 형성되는 신도시에서 ‘자연스러움’의 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메문고 두번째이야기’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꾸밈없는 공간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이 모이고 겹쳐지며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남으려 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꾸메문고의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윤동주의 <서시>가 쓰여있다. 문득,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며 대평동의 등대 같은 존재가 되어줄 꾸메문고의 미래와도 닮아 있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local.kit in 충청> 문화팀 김현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