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방문했을 때 처음 느꼈던 것은 ‘깨끗함’이었다. 이상한치만큼 깨끗했다. 잘 닦인 도로, 도로 옆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 교과서에서 봐왔던 신생 도시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했다. 일행들이 모여 시티텔러 님을 따라나섰다. 시티텔러 님은 우리를 세종호수공원으로 이끌었다. 이쪽에는 높은 건물, 저쪽에는 낮은 건물, 여기에는 종교 시설. 설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시여서 그런지 휑한 느낌이 있었지만 시티텔러 님은 연거푸 그래도 세종시는 좋은 도시라고 말씀해 주셨다.
시티텔러님의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밥을 먹으러 나섰다. 여기저기 보이는 식당들은 문을 닫았다. 서울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휴일인 주말에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분주한 광경이 아닌, 어차피 안 오니 문 안 연다는 안일한 태도였다. 어렵게 찾은 식당을 마지막으로 BRT를 타고 세종시를 빠져나갔다.
세종시를 한 번 훑어보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을까?
수도권 면적, 전 국토 면적의 11.8%.
수도권 인구, 전체 인구의 1/2.
수도권 경제력, 전체 경제력의 2/3.
서울공화국
우리나라 지방 문제를 가장 잘 설명하는 수치와 단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지방자치제를 거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 심각한 불균형을 겪으며, 한 공간으로 인구가 밀집되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겪었다. 결국 해당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정부에서는 행정수도를 만들어 수도권 밀집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수도를 서울특별시에서 세종시로 천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이때 헌법재판소에서는 수도를 ‘헌법 기관의 소재지,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지’로 정의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헌이라는 판결과 함께 세종시는 자연스레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지위가 격하되어 계획이 세워졌다.
2012년 7월 1일, 세종시는 새롭게 태어났다.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써 세종특별자치시라는 명칭도 갖게 되었다. 세종시는 엄중한 임무를 받았다. 행복도시는 그동안의 국토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 발전’을 해결하는 대한민국의 선도도시가 되어야 했다.
정부는 세종시를 통해 국토 공간의 불균형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자 했다. 세종시는 선도 도시였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지역 간 발전의 기회균등을 촉진하고 지역의 자립적 발전역량을 증진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여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
그렇다면 세종시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도시일까? 혹은 충청도의 “균형발전” 조차도 도모할 수 없는 도시일까?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세종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의 기본 도시계획 방향을 기존의 ‘복합형 행정, 자족 도시’에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는 세종시 내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도시 중심부에 국가 기관이 들어서는 상징 공간을 조성하고, 주택 용지도 기존 계획보다 높이며 중고밀 주거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세종시의 행복도시에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기로 확정 지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넘어가기 전에 행복도시 내에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 과연 잘 만들어지고 있을까?
세종시는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도시이다. 세종의 핵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2030년 완공되기 때문에 세종시가 내는 결과 자체를 속단하고, 지적하기는 이르다. 다만 결과가 아닌, 세종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첫째, 세종시와 충청권 사이의 지역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종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중앙행정기관 42개, 국책연구기관 19개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인구 28만 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구 증가가 과연 바람직한 과정에 의해 일어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세종시가 주변 지역의 주요 기능과 인구를 흡수하는 빨대 효과(Straw effect)에 의해 증가한 인구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조성한 취지인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보다 충청권 인구를 빨아들이는 빨대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 분석의 결과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세종시로 전입한 27만 명 중 전출지가 수도권인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충청권에서 세종시로 이주한 비율은 60%로, 그중 대전이 37.4% 충남 11.6%, 충북 11.0%가량을 차지했다. 수도권보다 충청권에서 2배 이상 많은 인구가 세종시로 흡수된 것이다.
처음 세종시를 설계할 당시 정부는 세종시와 세종 인근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며 성장하고자 했다. 이렇듯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출범했지만 오히려 충청권 상생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속에서 세종은 허덕이고 있다.
둘째, 행복도시와 읍면 지역 간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세종시 내부의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세종시는 총 14개 법정동으로, 1읍 9면 3개의 행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종시 중심에 위치한 행복도시는 3개의 행정동 지역을 토대로 건설되어 중요 시설들이 입지 하며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반면 행복도시를 둘러싼 조치원권, 연기권, 전의권은 행복도시와 달리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없어 성장이 멈춘 침체지역으로, 행복도시와는 상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로 인해 세종시 내에서 지역 간 생활 격차, 인프라 격차가 발생하며 지역 내 환경적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기존 원주민들이 주거하고 있는 읍면 지역과 이주민 중심의 행복 도시 간 잠재적인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또한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2030 세종시 도시 계획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시는 북부권, 남부권을 각각 경제 중심축, 행정 중심축으로 나누어 세종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밝혔다. 또한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를 통해 구도심 방지를 넘어 북부권에 위치한 조치원읍을 세종시의 경제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한 포부를 내비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세종시와 관련된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과연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도시가 맞는 지부터 기본 목적을 달성했는 지까지 세종시의 모든 발자국은 ‘물음표’다.
『2019 대한민국 생활만족도』 설문을 살펴보자. 전국 17개 광역 시 · 도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는 시민들의 생활만족도에 대하여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세종시를 떠나 다른 시도로 가고 싶어 하는 세종시 인구의 66.1%로 전국 2위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세종시는 기본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입주민들을 행복하게도 만들지 못한 실패한 도시 같기도 하다.
다시금 말하지만 지금 모든 것을 속단하기 힘들다. 세종시가 성공한 도시인지 실패한 도시인지 말이다. 도시 설계 측면에서 잘 영근 도시일 수도 있지만, 행복도시에 사는, 세종시에 사는, 충청권에 사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는 없다. 결과가 좋으니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어리숙한 표현이 국가 정책에 어울리지 않은 만큼 말이다.
그 모순 속에서 우리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모순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결국 본질로 다가가야 한다.
그대는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글·사진: <local.kit in 충청> 행정팀 장다경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