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어패류처리조합 금봉달 본부장님
부산의 향토적인 이미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숱하게 비춰져 왔다. 앙칼진 사투리, 비릿한 바다내음,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현지인들의 매력적인 인심 등은 부산과 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은 장소는 단연 부산의 전통시장이다. 국제시장, 깡통시장 등 전통시장은,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가고자 하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부산의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서민문화의 출발점이기도 한 전통시장은, 부산의 정체성의 구심점이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20세기 초반부터 항구도시 부산에 자리잡아 현재까지 굳건히 명맥을 이어 온 부산의 전통시장은, 수십 만 관광객을 유인하는 관광의 메카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의 열쇠이자 부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부산인들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이다.
그 중 대표격인 자갈치시장이 관광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보적인데, 2023년 기준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약 42%는 자갈치시장을 찾았다. 전체 관광지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관광지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부산 지역 내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비록 단순 매출액을 대형 프랜차이즈 마트와 비교했을 때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부산의 재래시장의 경제적/문화적 가치는 오로지 소비량만을 기준으로 매길 수 없다.
또한, 자갈치시장은 자타공인 가장 역사적 유서가 깊고 상징성이 큰 부산의 전통시장이기도 하다. 자갈치시장은, 1922년 부산어업협동조합이 남포동에 자리를 잡고 위탁 판매 사업을 시작한 데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수많은 피난민들이 자갈치시장 일대에서 값싼 꼼장어를 양념해 팔면서 서민들에게 한층 더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 남포동 일대에 분포해 있었던 어시장들이 통합되어 자갈치시장이라 불리게 된 것은 1972년 2월 이후부터이다. 이후 자갈치시장은 부산시의 ‘10대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선정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관광특구 활성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 ‘자갈치 관광특구’라는 명칭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매년 10월 부산자갈치축제의 개최지가 되어,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관광객 유치에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자갈치 시장의 캐치프레이즈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를 모르는 부산 시민은 드물 정도로, 자갈치 시장은 현재 부산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이다.
자갈치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청각, 시각, 후각 등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이 느껴진다다. 눈 앞에는 광활한 바다, 길게 죽 늘어선 어시장, 그리고 그 정경을 지켜보듯이 우뚝 서 있는 자갈치시장현대화건물이 있다. 시장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갈수록 각종 어패류의 오묘한 내음과 바닷가의 비릿한 향이 코를 찌르며, 방문자로 하여금 어시장에 왔음을 체감하게 해준다. 하지만 단연 가장 강렬한 자극은, 귓가에 울리는 각종 소리이다. “한번 보이소!” 조금이라도 흥미를 보이는 행인에게 상인들은 우렁차게 외친다. 점심 무렵의 시장은 가격을 묻고, 가격을 부르는 이들의 말소리로 가득하다.
주차장에 막 도착한 관광버스의 문이 열리자마자, 장바구니와 선글라스로 무장한 수십 명의 중년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시장으로 서둘러 향한다.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있을 때마다 상인들은 더욱 분주히 움직이게 된다. 이 곳 자갈치시장은, 수많은 부산인들의 삶의 터전임이 분명하다. 문득 자갈치시장의 활기찬 풍경의 구성원에게 직접 자갈치시장이 지닌 의미를 묻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장보기를 마치고 여유롭게 햇빛 아래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한 부산 시민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보았다.
부산에 사신지는 몇 년 되셨나요?
한…65년?
여기(자갈치시장)은 보통 어떤 이유로 오시나요?
남포동에 올때면 주로 오는데, 이 근처에는 사람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으니 구경하러도 오고, 해물도 사고…이 근처에서는 여기 해물이 제일 다양하고 좋다보니 주로 여기로 오게 되는거지. 옛날부터 자주 왔던 곳이니까 이제는 여기에 습관처럼 오는 거야.
예전에 비해 자갈치시장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 예전에는 노점상처럼 건물 없이 가게만 죽 늘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현대화된 건물도 있고…좀 깔끔해지다 보니 확실히 이용자로서는 편하지.
이 곳은 얼마나 자주 방문하시나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것 같네. 좀 시끌벅적한 곳이 오고 싶거나, 싼값에 좋은 횟감을 사고 싶을 때 와. 정겹고, 익숙한 곳이니까 그래도 꽤 자주 오게 되네. 언뜻 보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예전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아.
익명의 시민과의 대화에서, 유독 ‘정’과 ‘익숙함’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갖가지 고급화된 형태의 대형 프랜차이즈 마트라는 최고의 대체재가 산포해있는 대한민국 제2의 대도시 부산광역시에서, 이러한 전통시장이 여전히 선점하고 있는 강점은, 바로 전통시장 고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체성이다. 많은 부산인들의 유년기 시절부터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을 전통시장에 익숙함과 정겨움을 느끼는 부산인들은, 시간이 흐르고 시장의 대안이 생겨나도 이따금씩 습관처럼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의 수요층을 확보한 자갈치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익숙함이라는 강점을 무기삼아 방문객들을 포근히 반겨주면 되는 것일까?
도도하게 시장을 내려다보는 6층짜리 자갈치시장 현대화 건물의 존재는 이러한 인식을 완연히 거부한다. 특히 해당 건물의 1, 2층에 위치해있는 자갈치현대화시장은 최근 약 10억 원을 투자한 정비공사에 나서 1층 바닥철거(미끄럼방지)·재포장, 노후 배관 교체, 계단 정비를 완료한 상태로 새로이 4월 초부터 고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흥미로운 소식은 해당 공사를 전두지휘했던 어패류조합(자갈치 상인회)의 금봉달 본부장님과의 인터뷰 섭외가 이루어진 계기가 되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부산에서 얼마나 오래 사셨는지, 그리고 자갈치시장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산 어패류처리조합에 근무하고 있는 금봉달 본부장입니다. 자갈치시장에 온지는 16년이 되었고, 부산에 산지는 40년이 되었네요. 우리 자갈치시장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인데, 연혁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자리가 예전의 남빈 해수욕장이었는데, 그게 자갈이 많았어요. 한국 전쟁이 지나고 피난민들이 위에서 물 밀듯이 남부로 내려왔죠. 그런데 여기서 이제 그 피난민들이 이쪽에서 이제 생선을 팔기 시작했죠. 그때는 양식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칼치, 꽁치, 멸치, 이런 걸 팔다 보니까 자갈치 시장이 다섯 개 정도가 형성이 됐고, 1970년에 이제 이 앞에 건물을 지었다가 그 건물이 좀 노화돼서 2003년도에 현대화 사업을 해서 2006년도에 이 건물을 짓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동북아에서 최고이자 최대의 수산물 시장이라 자랑합니다. 또, 우리는 해수가 부산 남항에서 직접 들어옵니다. 위치가 [바닷가에 근접해 좋다] 보니까 그렇게 물이 깨끗하고 좋지요. 물이 안 좋으면 또 생선이 스트레스 받아요. 그리고 우리는 물을 트럭에 담아서 해수를 공급하는 게 아니고 바다에서 직접 들어오니까 생선들도 싱싱하고 저렴합니다. 그리고 수산시장으로서는 유일하게 부산 10대 관광 명소 중에 하나입니다. 공식적으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우리 부산에서는 자갈치시장은 부산을 자랑하는 관광 10대 명소 중 한 곳에 분명히 들어간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해왔습니다.
자갈치시장이 부산에서는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부산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닌 장소일까요? 그리고, 부산의 경제에는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요?
부산 시민들한테는 좀 정겹죠. 정겹고, 그리고 옛날에 부모 세대들부터 이용을 했다보니까 자갈치치시장이라고 하면 뭔가 모르게 좀 저렴하고 싱싱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거지요. 자갈치라는는 이름, 다시 말해 브랜드 자체가 정겹잖아요. 그리고 또 [상인]들이 좀 투박하지만 인정스럽고 그래서 부산 시민들이 여전히 자갈치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요근래는 전통시장이 경제적으로는 수익이 잘 나지는 않는 구조이죠. 그중에서도 마트나 대형 백화점 때문에 어려워요. 그래도 우리는 산지에서, 여수나 제주도 등 산지에서 직접 해산물을 일로 공급을 받아서 팔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또 우리 자갈치 온 사람들이 인근에 국제시장이라든지 또 부평 깡통 시장에도 함께 방문하다 보니까 지역 경제를 간접적으로 활성화하는 데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10월에는 자갈치시장에 큰 축제가 열리는데요, 이 축제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상당히 많이 유인해서, 방문객 수가 굉장히 크게 느는 시기입니다. 앞으로도 똑같이 이런 형태로 인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 봅니다.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 등의 활성화로 많이 힘들어지시지는 않았나요? 그래도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만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그럼에도, 전통시장이 앞으로는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려움을 많이 겪긴 했죠. 자갈치 시장의 주요 고객인 분들은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까 인터넷을 잘 못 쓰셔서, 그 분들이야 [예전과 비슷하게] 오시죠. 근데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서 최근에 우리 상인들도 온라인 쇼핑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물론 상인들이 나이가 좀 있으니까 기계 조작을 잘 못 하니까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요. 전통시장의 장점이라 함은 물건이 독보적으로 굵고 싱싱하고…그리고 상인들이랑 고객들이 좀 직접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지요. 대형마트 같은 경우에는, 얼마 나왔습니다, 적립하시겠어요? 같은 형식적인 대화를 계산대에서만 주고받는 게 다잖아요. 근데 전통시장에서는 생선 싱싱해요? 부터 시작해서 얼마로 깎아주세요, 하며 흥정도 하고, 사는 얘기도 좀 하면서 친밀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잖아요. 대형마트에 비해서는 정겹고 인간미 있는거죠. 전통시장이 개선할 점이라면…우선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죠. 그게 전통시장의 매력인데. 자동화를 한다거나 백화점처럼 정형화된 시스템을 따로 마련하진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상인들의 의식이 바뀔 필요는 있습니다.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는 전문적인 서비스정신을 길러야 하고, 전통시장이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우리도 이 두 가지 단점은 확실히 잡아야 앞으로 더 많은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 본부장님을 모시게 된 계기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자갈치현대시장이 전체적인 새단장공사를 진행했는데요, 계기, 과정, 결과 등 이번 공사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또, 이번 공사를 통해 기대하시는 효과가 있으신가요?
자갈치현대시장은 부산 시에 소속되어있는 건물이다보니 일이 여러모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긴 했어요. 우리 새로운 조합장님이 2021년에 당선되고 난 뒤에 우리 조합이 부산 시장님을 찾아가서 지금 자갈치시장에 어떤 시설이 보수가 필요한지 말씀드리면서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죠. 특히 배관이 많이 낡았고, 1층 바닥도 마찬가지로 낡아서 우리가 생각하기엔 사람들이 다니기가 불안한 상태가 되었어요. 그래서 한 10 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시장님께 말씀드렸고요, 작년에 부산시 의회 통과돼서 올해 2월 1일부터 하게 됐죠. 공사 진행은 지금(4월 1일) 거의 95% 정도 됐어요. 불안해 보이는 바닥을 정비했고 그다음에 계단도 교체했고 그다음에 이층 바닥도 타일을 깔끔하게 교체했고… 그다음에, 배관 터지면 장사 못 하잖아요, 그래서 배관도 싹 교체했죠. 물론 영업 손실이 좀 있었어요. 공사 기간에는 장사를 못 하니까 상인들도 두 달 동안이나 놀았으니 경제적인 타격이 굉장히 컸지요. 또 우리 조합도 조합비를 못 받았으니까 그것 나름대로의 희생이 있었고. 처음에 공사를 하는 거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분들이 좀 있었죠. 아무래도 공사하는 동안에는 장사를 못 하니까. 근데 그래도 설득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고객들이 올텐데,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언젠가는 그 고통을 감내해야 되는거니까요. 안 그러면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환경에서 장사를 계속 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대가를 치르더라도 필요할 때는 전면적으로 고치는 것이 고객을 위한 봉사이자 감사를 표현하는거라고 설득해서 결국 이렇게 공사를 하게 된거죠. 단순히 시설만 새단장을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새단장을 하면 고객도 더 많이 오게 될테니까, 상인들의 서비스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위생, 친절도, 원산지 표기처럼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교육을 시행할 생각입니다. 더 멀리 내다보아서, 2030 부산 엑스포가 성사된다면, 외국인 고객층의 유입이 또 있을텐데, 우리 시장이 이런 수요층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해야 부산 관광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길거고, 더 많은 분들이 자갈치시장뿐만 아니라 부산을 찾아오고 싶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하겠죠.
자갈치시장의 미래가 궁금하네요. 최근 부산은 청년 인구의 대거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자갈치시장에도 이런 문제가 있나요?
아니죠. 자갈치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이미 2대, 3대째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 자식분들도 여전히 여기 남아서 가업을 물려받을 거예요.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 수산시장에서서 가게를 하시는 분들은 계속 이 자리에 머무를 생각이기 때문에 시장이 축소될 일은 없다고 봅니다. 수요가 늘면서 계속 이 자리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상인들이 늘어나면 몰라도.
부산의 고유한 문화를 모두 품어, 어느새 부산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게 된 곳이 바로 자갈치시장이다. 한 세기가 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굳건히 부산 시민의 생활을 책임진 곳이이 수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부산 시민의 삶의 터전 역할을 맡아왔다. 수만 상인들의 삶을 책임지는 생계수단이 되었고, 소비자들에게는 서로 정을 나누는 장소이자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정겨운 장소가 되었다.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부산 시민과의 대화에서는, 자갈치시장 특유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은 대체불가한 매력으로 부산 시민들의 마음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았음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성과 정겨움만으로는 자갈치시장이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통시장으로 자리잡은 까닭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한다. 자갈치시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듬뿍 담긴 금봉달 본부장의 자갈치시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소개를 통해, 자갈치시장이 그간 겪어온 아픔에 공감하고 부산 10대 명소가 되기까지의 자갈치시장이 이룩한 성공 신화를 자세히 음미할 수 있었다. 또한 자갈치시장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면서, 자갈치시장은 부산의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든든한 “정체성”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통시장과 같은 관광지에 있어 역사성이라는 가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고평가되는, 관광지를 가장 매력적이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관광지들은 이 가치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한다는 명목 하에, 발전을 멈추는 “정체” 라는 노선을 택하기 마련이다. 고유의 역사성이 부여하는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게 된다는 착각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수요의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예컨대,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신세대에게 있어 전통시장의 과도한 정감과 역사성만이 돋보이는 운영은, 그들이 대형 마트로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갈치시장은 이 점을 십분인지하고, 가장 매력적인 상품성이자 정체성인 유구한 역사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역사성으로부터 기인한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광지가 갖춰야 할 모든 매력적인 요소를 갖췄다는 오만함과, 적절히 구색만 갖추어도 관광객들이 제 발로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매너리즘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세대의 수요에 맞춰 자세를 낮출 줄 아는 자갈치시장의 우수사례는, 부산 지역사회의 향후 발전을 위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사진: <local.kit in 부산> 문화팀 박수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