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라는 도시는 자연스레 순천만 습지, 순천만 국가 정원이 생각나며 생태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순천시는 단순히 자연환경이 생태적인 것을 넘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생태적인, ‘생태 도시’이다. 순천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 중 거주 공간에서 생태적 전환을 불러일으킨 시인 공간 건축사무소 박병열 대표님을 만나 뵈어 패시브하우스를 중심으로 순천시의 생태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순천은 順 따를 순, 天 하늘 천.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도시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천’이 들어간 지역들은 川 내 천 자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순천은 하늘 천을 쓴다는 것이 특이한 부분이죠. 지역명에 담긴 뜻대로 순천이란 도시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자 하는 면이 있어요.”
박병열 대표님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도시인 순천에서 사람들의 거주 공간을 생태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다.
무엇이 자연을 위한 집인가?
“집을 콘크리트로 지었냐, 흙으로 지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위험한 발상이에요. 집의 재료가 뭔지에 따라 생태성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집의 수명에 따라 결정되는 거예요. 수명이 길면 생태적이라 얘기할 수 있어요. 수명과 에너지 사용은 깊은 관련이 있죠“
박병열 대표님은 생태적 거주 공간으로써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한국에 이를 도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계셨다. 패시브 하우스는 집안 내부의 온도를 잘 유지하여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집이다. 창문과 벽의 단열을 철저히 하여 난방 장치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도록 하고, 집안 내부의 전기 70%는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한다.
Passive house for All
“예전에 한 컨퍼런스에 가서 ‘Passive house for All’이라는 슬로건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All을 지칭하는 것이 단순히 인간과 자연환경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제는 All이 모든 사회 분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봐요. 패시브 하우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건축이에요. 예를 들어 맥주, 와인 등 주류를 발효할 때 온도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패시브하우스는 큰 이점을 제공해요. 박물관의 수장고 또한 온도 유지가 중요하죠. 이렇듯 단순히 인간과 자연환경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패시브하우스는 큰 도움이 돼요.”
건축사님은 패시브하우스를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며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하셨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에서 40%를 넘어섰어요. 이러한 통계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큰 집의 수요가 점차 떨어질 텐데, 이미 우리 사회에 공급되어 있는 대부분의 주택은 30평대, 40평대 즉 4인 가족 기준으로 되어있어요. 나 혼자서 큰 집에 사는 건 비용도 그렇고 여러 방면에서 부담스럽기 때문에 작은 집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날 텐데 말이죠.”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건축사님은 15평 이내의 작은 집인 스몰 패시브 하우스를 개발하셨다. 이뿐만 아니라 고령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노인을 위한 패시브하우스도 고안하셨다.
“지금의 청년들, 중장년층들에게 요양원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에요. 그렇다고 그냥 집에서 살자니 혼자선 힘들 것 같고, 자식한테 얹혀산다는 것은 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죠. 그럼 ‘나는 노인이 되어 어떠한 집에서 살아야 될까?’ 고민을 했을 때 혼자 산다는 것의 외로움, 고독사에 대한 불안감만 간직한 채로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요. 그래서 저는 8명 정도의 노인이 한 집에 살면서 식사와 빨래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집을 생각해 보았어요. 패시브하우스로 에너지는 태양에너지를 통해 공급받고, 노인 8명이 함께 살며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한 명의 도우미를 고용하여 운영한다면 적은 금액으로도 유지가 될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실버타운들은 수도권 변두리에 크게 건물을 지어 운영하며 한 달에 600만 원 가까이 되는 큰돈을 요구한다. 건축사님은 이러한 금액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언급하시며 지방 도심에 노인형 패시브하우스를 짓는 것이 효과적이라 말씀하셨다. 지방 도심에 의료 인프라와 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노인을 위한 패시브하우스는 상당히 메리트 있는 집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제 조건이 보장되어야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는 도시가 될 것이다.
“순천도 그렇고 다양한 지방 도시들이 맨날 청년 청년 하고 있는데 정작 청년은 오지 않아요. 청년 오게 하는 방법 딴 거 없어요. 좋은 일자리만 있다면 청년들은 지방으로 와요. 따라서 노인을 많이 오게 하면 엄청난 좋은 일자리가 나오고 청년들도 자연스레 유입이 되는 거죠.”
박병열 대표님이 노인을 위한 패시브하우스를 고안한 이유는 궁극적으로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였다. 지방 도시의 청년 정책 문제를 꼬집으며 청년만 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방 도시에 머물러 있는 노인들이 계속해서 거주하도록 하고, 추가적으로 새로운 도시의 노인들이 자신의 도시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죽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
“순천은 죽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해요. 60대 즈음 퇴직을 하고 이제 내 마지막 삶을 어디에서 보낼 것인지 사람들이 고민할 때, 자신의 도시를 어필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지방은 서울보다 노인이 살기 훨씬 좋은 환경이에요. 서울은 노인들이 살기에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디지털화되어 있는 곳이기에 그들이 살기 힘들 수 있어요. 지방은 아직도 오프라인,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존재하는데 서울은 모든 게 급변하기 마련이죠. 지방은 빨리빨리 전환되지 않는 느린 도시이거든요. 그래서 지방이 오히려 노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라 생각해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당연하게도 많은 것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바뀌어가는 서울이 누구에게나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인에게는 그러한 서울의 풍경이 불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들에겐 자신의 속도에 맞춰 변화하는 도시가 좋을 지도 모른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생태 도시 순천은 충분히 죽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태 도시 순천
“순천은 그저 소비도시였어요. 대규모 공장 단지가 있어 일자리가 있고 경제 자립도가 높은 광양, 여수에 비해서 순천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오히려 지역 입장에서 소외되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오히려 기회가 되어 아무것도 안 해놓은 게 생태 도시 이미지를 갖추기에 탁월한 환경이 된 거죠.”
순천은 순천만 국가 정원, 습지 등 자연적인 요소가 잘 되어 있다는 것으로 ‘생태 도시’라고 자신의 도시를 브랜드화했다. 왜냐하면 대규모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여수, 포스코 제철소가 있는 광양에 비해 큰 공장이랄 것이 없었기에 주변 도시와 대조되며 순천은 생태 도시 이미지를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정원, 습지와 같이 몇 가지 아이템만을 밀다 보면 결국 언젠가 타 지역에 생태 도시라는 이미지가 밀릴 수 있어요. 자연환경이 풍부한 강원도, 제주도가 더 생태 도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전환해야 할 점은 외관상 비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이에요.”
순천은 단순히 ‘자연 생태’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생태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에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기에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생태적이어야 한다. 교통적인 측면, 주거적인 측면, 식생활에서의 측면과 같이 말이다.
“삶은 의식주부터 시작하는데, 그중에 ‘주’. 어떠한 집에 사느냐,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집에 사느냐, 에너지를 정말 쓰지 않는 집에 사느냐, 그러니까 집에서 가진 생태성은 바로 에너지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요.”
순천시는 2015년도 에너지 자립 도시 선포식을 한 기점으로 태양광, 태양열 등의 신재생 에너지 주택 보급 사업을 추진하며 전기 자립률이 다른 도시에 비해 2배 높은 쾌거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순천은 패시브하우스 지원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 패시브하우스가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람들의 거주에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경제적으로 싸게 지으려면 기후 조건이 좋아야 해요. 서울에 짓는 것과 순천에 짓는 것의 비용이 다른데, 그 이유가 바로 단열재 때문이죠. 서울보다 온화한 기후인 순천이 단열재가 서울보다 덜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적일 수 있는 거예요. 또한 서울과 같이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패시브하우스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요.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다 보니 결집되기가 어렵죠. 하지만 순천이란 도시는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어떠한 것을 해나갈 때 단결해야 할 사이즈가 작으니 상대적으로 쉽죠. 정책적으로 협조를 구하더라도 수용되기 쉽고요. 그래서 지방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요.”
순천은 자연환경의 이점과 지방의 이점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거주 공간에 생태적 전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순천시가 가진 자연환경뿐 아니라 순천시민의 삶 속에도 하늘의 이치를 따라 자연을 위하는 ‘생태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또 시민들의 삶 속 어떤 부분에서 생태적 전환을 불러일으킬지 순천시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생활팀 권현빈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