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이 만든 지역 브랜드는 어떨까? 우리는 그 답을 엿보기 위해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를 찾았다. ‘두레’란 순우리말로서 “힘을 모아 이루어내다”라는 뜻으로, 관광두레 조성사업에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 관광두레 PD, 주민사업체가 참여한다. 관광두레 조성사업을 통해 주민사업체가 지역 특색이 담긴 자원을 활용하여 관광 콘텐츠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 육성하여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관광두레 PD는 해당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에 기반하여 주민사업체를 발굴하여 밀착 지원한다. 또한, 두레 PD는 총괄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소통을 도와주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한다. 주민사업체는 지역관광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우리가 앞으로 만나볼 관광두레 팀은 순천두레 팀이다. 순천의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인 순솝, 드로잉라이프, 그리고 순천두레 PD와의 만남이 기다린다.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역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비누에 지역을 담는 브랜드, 순솝 이야기
‘생태 도시’, ‘정원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순천, 어떤 제품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순솝은 이에 대한 답을 비누에서 찾았다. 순솝이 생각하는 순천의 정체성은 ‘순천만’에 있었다. 이에 따라 순솝은 비누라는 제품의 친환경성에 정원, 생태 도시 이야기를 덧붙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로써 순솝은 순천의 이야기와 정체성 모두를 담아내는 비누를 만들게 되었다.
“혹시 그거 아세요? 비누나 캔들을 만들어서 선물하는 거는 불법이에요. 그래서 저희도 캠페인을 하려다 보니까 영리를 위한 제조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던 거죠.
그때 마침 이제 한국관광공사에서 하는 그 관광두레라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돼서 기회가 생겼어요. 저희가 이런저런 고민을 할 때쯤 지원을 받아서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할 수 있었죠. 그래서 다른 공방 혹은 비누 제조 업체보다는 저희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저희는 관광두레,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자격만 갖춘다면 3년 4년 정도 지속적으로 이 상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안승희 대표는 현재 순천 주민으로, 여수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순천에서 나왔다. 이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7년 전 다시 순천으로 돌아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다. 서울에서 순천으로 돌아온 그는 순천을 낯설게 볼 수 있었다.
“밖에 나갔다가 다시 오니까 순천이 조금 달라 보였어요.”
그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관광객 등 외지 사람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순천에 대해 풍부하고 다양한 관점을 갖게끔 해주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그는 순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순천은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순천의 ‘순천만’을 순천의 정체성으로 확신할 수 있었고, 이러한 확신의 순솝의 브랜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탄생한 순솝의 제품은 크게 ‘비누 제작 키트’와 ‘디자인 비누’, 두 가지가 있다.
순솝은 키트 안에 순천의 스토리를 담았다. 소비자는 체험을 통해 비누를 제작하며 갈대, 겨울 철새, 수달 등 순천만과 동천에 사는 동식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순솝 비누 제작 키트를 통해 소비자는 순천만의 이야기와 비누를 제작하는 과정 자체의 친환경성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무래도 환경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어요. 순천만 이쪽이 다 절대 보존 지역이거든요. 이게 연령대가 상관이 없는 거예요. 정말 어린이 유치원생부터 해서 연령대 높으신 노인분들까지 체험을 해요. 체험을 통해 단순 비누가 주는 역할, 기능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그 지역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을지에 대한 것까지 같이 풀어가려고 해요. 그러한 가치를 좀 담기 때문에 일반 공방에서의 비누 체험과는 차이는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디자인 비누
디자인 비누는 관광객을 타겟한 제품이다. 디자인 비누는 순천만 습지의 전경, 산, 철새, 갈대 등을 담고 있다. 이 비누는 순천의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하여 순천만의 정체성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안승희 대표는 로컬 크리에이터만이 온전히 지역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강조한다. 이러한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제품의 품질에도 크고작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순솝은 무엇을 바꾸려고 하는가?
최근 들어 순천시는 순천만국가정원 옆 쓰레기 소각장 입지선정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그 상황 속에서 순솝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환경을 위해 당장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순솝은 이러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 환경 관련 소모임, 동아리를 주최하였다. 이를 통해 사소하지만 중요할 수 있는 지역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공론장을 만들 수 있었다.
최근에는 ‘동네 방네 학습 모임’을 통해 마을 공동체 구성원끼리 모여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환경 실천 경험을 공유하는 만남의 장을 열었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순솝이 하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쌓고, 지역을 위하는 건전한 담론을 형성한다면 그것은 분명 지역을 위하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순솝은 이러한 이야기의 장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혼자서는 어렵잖아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장이 필요한 거예요. 먼저 내가 집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부터 이야기를 했어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고 서로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럼 나도 그렇게 조금 해볼까?’ 이게 되니까 저희도 배우고 서로 조금 자극이 되는 관계가 되더라고요.”
순솝은 단순히 비누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곳에는 지역의 정체성,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와 고민이 전부 담겨있다. 순솝이 생각한 순천은 ‘순천만 습지가 있는 순천’이었고, 그것을 비누에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림으로 지역을 잇는 토박이, 드로잉라이프
두 번째로 소개할 순천두레의 주민사업체는 ‘드로잉라이프’다. 이서호 대표는 순천 ‘골목길 스토리텔링 가이드’를 시작으로 현재는 생태 드로잉투어, 정원드로잉키트, 순천을 담은 양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간과 사람을 잇다, 드로잉투어
드로잉 투어는 관광 두레 지원 사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순천의 자연 경관을 거닐며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객은 드로잉투어를 통해 일상 속 사소한 공간의 변화를 마주하거나, 전에는 몰랐던 공간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처음으로 기획된 투어는 ‘골목길 드로잉투어’였다. 골목길 드로잉투어에서는 동네 골목을 그리며 골목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것을 그림에 담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지역 주민들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보며 동네에 대한 깊은 애착심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에 진행된 프로그램으로는 ‘겨울을 위한 드로잉’ 드로잉투어가 있었다. 해당 투어에서는 얼어 있을 것만 같은 겨울 속, 살아 숨 쉬는 것을 포착하여 그림에 담아보는 체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참가자는 지역만의 자연 공간 속 자그마한 변화를 관찰하고 계절감을 느껴볼 수 있다고 한다.
“겨울이라는 이미지는 사실 삭막하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지만 굉장히 살아 숨쉬는 게 많아요. 어린이부터 할머님까지 와서 같이 이 프로그램을 모두 즐겼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무겁지 않게, 진부하지 않게 자연을 나한테 끌어들일 것인가, 그리고 그 감각을 다시 깨워낼 것인가를 고민한 프로젝트예요.”
‘겨울을 위한 드로잉’에 이어 순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2022 하반기 열린정원여행’이 있었다. 순천은 정원 도시답게 개인 정원을 개방한 곳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아보지 못한 청년들은 거주 공간으로서의 정원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다. 청년들은 해당 투어를 통해 정원이 있는 집에서 비어 파티, 티 파티를 즐기고 그림도 그려보며 정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삶을 체험하고 즐기는 것을 투어의 형태로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삶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어요.”
씨앗으로 세대를 잇다
이서호 대표는 토종 씨앗을 보존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었다. 그는 2015년 대학교 1학년 시절, 순천에 토종 씨앗 모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지역 구성원들과 인연을 맺고 토종 씨앗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순천 토종 씨앗 모임’에 참가하여 지역 선생님들과 인연을 맺은 이서호 대표는 순천 토종 씨앗 모임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서호 대표에 따르면 토종 씨앗 보존 사업은 사실상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에 자본적으로 자립이 가능한 도시 농부들이 좀 더 가담해야 한다. 또한, 토종 씨앗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서호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여는 절기장 형태의 나눔장터에 참여했다.
그는 나눔장터에서 수제 팥과 호박으로 만든 양갱을 팔았다. 비교적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디저트 양갱을 팔아 토종 씨앗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현재 나눔장터의 매출은 크지 않지만,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관심을 끄는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에는 절기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장소대관, 물건대여, 홍보 웹자보 제작 등 다양한 부분에서 힘을 보태며 순천토종씨앗 선생님들 활동을 지원했다. 이번에도 5월 25일 ~ 26일 ‘2024년 생물다양성 대탐사’에서 토종씨앗을 알리는 나눔을 자사 부스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이서호 대표는 단순히 양갱을 팔아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다. 드로잉라이프의 나눔장터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다. ‘드로잉라이프’, ‘순천 토종 씨앗 모임’의 노력을 통해 토종 씨앗을 지키고자 했던 선생님들의 바람이 지역 주민의 밥상 위, 아이들의 간식 바구니 안에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생활팀 이근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