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에서 오천까지, 일상 속 순천을 만나다

by 로컬키트 localkit

순천두레 주민사업체인 순솝과 드로잉 라이프에 이어 정희주 순천두레 PD를 만났다. 관광두레 PD는 지역주민이 인정하는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의 색을 담은 대중성 있는 여행콘텐츠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생각하는 순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지 물었다.


일상 속, 순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순천의 일상을 묻는 말에 순천 두레 PD는 동천으로 향했다. 그는 여수 사람이지만 순천에서 대학을 나와 그 이후로 쭉 순천을 배경으로 공부하고 지역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 그에게 순천은 동천에서 오천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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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이 동천을 따라서 뱃길이 있었어요. 순천만 습지가 옛날에 밀물 때는 중앙동까지 물이 올랐어요. 그래서 뱃길이 있었고, 여기가 이제 옛날 조선시대부터 중앙이었다가 지금은 생태적인 중심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동천이 원래 청계천같이 좀 오염됐었던 곳인데 70년대에 하천 정비 사업을 거치면서 정화를 시키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지금은 이 동천이 어찌 보면 순천의 환경 보호, 생태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일번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하천 정비 사업을 겪으면서 환경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생각보다 삶의 질에 좋구나라는 걸 이제 시민들이 느끼게 된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태 이미지로 인식되다가 순천만 습지가 람사르 협약이랑 공개가 되고, 국가정원이 생기면서 생태 도시로 자리매김을 한 거죠.”


정희주 PD는 순천의 생태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 있어 시민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순천 시민 스스로가 순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가 순천의 이미지 구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그러한 이미지는 지역 정체성을 찾기 위한 지방 자치 단체와 지역 주민의 끊임없는 협력과 노력이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는 지방의 특색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지역 주민의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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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천을 둘러본 후, 동천을 차경으로 두고 있는 골목길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순천이 생태 도시로서 친환경을 어떤 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3.png 동천과 동천을 차경으로 두는 조곡동 골목 상권



<청춘창고>


“여기가 청춘창고라고 양곡 창고를 리뉴얼한 곳이에요. 이곳은 순천의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1년 동안 임차료가 21만 원이에요. 그러니까 창업을 시도해보고 도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안에는 요식업에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자재들이 있는데 그건 다 시에 소유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임차를 할 때도 부담 없이 해주고 그러면 처음에 창업을 할 때 부담이 되는 기회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거죠. 기회 비용도 적고 집기류도 최소한으로 투자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으니까 자기 아이템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여기는 전국의 청년몰이 다 사라진다고 하는데도 아직까지 살아있는 청년몰이에요. 2016년에 만들어졌고 제가 1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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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브루웍스>


청춘창고의 맞은 편에는 브루웍스라는 카페가 있었다. 청춘창고와 마찬가지로 낡은 곡물 창고를 핫플레이스로 재탄생 시킨 도시재생 건물이다. 외관은 여전히 창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의 모습은 달랐다. 창고로 이용했던 공간이기에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고, 지난 시절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순천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인 브루웍스는 도시재생을 통해 탄생한만큼 생태 도시로서의 이미지에 잘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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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이 시작된 것은 솔직하게 청춘창고의 역할이 컸어요.청춘창고가 먼저 들어가서 앵커 역할을 해주고, 사람들에게 여기에 생각보다 여행객들이 많이 온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거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상권이 만들어졌고, 그게 행정의 역할인 것 같아요.”



<유익한 상점>


“우리가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좀 뭔가 투박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많이 바뀌었어요. 여기는 제품을 힙하고 트렌디하게 잘 발전시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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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씨>


“비건이라고 하면 뭔가 맛이 없을 것 같고 그러잖아요. 여기는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저는 처음에 여기가 비건 음식점인 줄도 몰랐어요.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러고 한 세 번 더 왔어요. 정말 맛있습니다. 그리고 콩고기로 만든 음식들도 굉장히 잘해주셔서 진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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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슈퍼>


“여기가 밀림 슈퍼, 엔틱 카페예요. 진짜 밀림 슈퍼였는데, 그 간판을 안 떼고 그대로 카페로 만들어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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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카페만이 아니라 유익한 상점의 팬덤분들은 다 저기에 우유팩을 갖다 주고 그걸 모아서 업사이클링 센터에 보내세요. 그러면 업사이클링 통해 탄생한 휴지를 또 유익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거죠.

단순히 국가정원이 있고 습지가 있다고 해서 생태도시가 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시민들이 얼마나 그거에 대해서 공감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은 화두를 준 프로젝트로서 이 프로젝트가 의미가 있죠.”


이처럼 조곡동 골목 상권 가게들은 도시재생, 친환경 프로젝트 등 하나같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브랜딩과 사업에 포함하고 있었다. 순천두레 PD의 설명을 들으며 이 골목길을 걸으니 순천의 생태적 이미지가 골목 사이사이 생생히 새겨져 있는듯했다.



우리는 동천에서 오천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며 정희주 PD에게 순천시의 미래를 물었다.


Q.

“순천시는 국가정원 이후 미래 사업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PD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지역민의 공감이 전제되어야 미래 사업 추진에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순천시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다소 생뚱 맞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왜 애니메이션일까요?”


A.

“근데 저는 그게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애니메이션이나 말 그대로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은 가치관 표현의 수단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유니버셜 디자인이든 시각 디자인이든 애니메이션이든 그러니까 시각화시킨 장르들은 결국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순천이 어떻게 정원이나 생태적 이미지를 가지고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해결책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일 공감하는 말이 ‘문화는 경험재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냥 생태 도시라고 말만 하면 문화로서의 축적성이 사라지는 거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계속 체험하고 누리고 행동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이게 진짜 생태도시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게 문화의 경험적 속성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 경험적 속성에 대해 ‘어떻게 공감하게 할 것이냐’라고 했을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누구나 다 애니메이션을 보잖아요. 아기들은 드라마를 보지는 않잖아요. 근데 어른들도 애니메이션을 보거든요.

그리고 그 내용들을 국가정원을 결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정원에 대한 진입 장벽,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을 해요. 어린 나이 때부터 정원 이미지에 노출되고 친구들이랑 뛰어놀면 쉽게 가까워질 수 있잖아요. 들과 자연이 파괴되고 새롭게 아파트가 인간의 영역으로 만들어졌을 때, 한 번 더 그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게 애니메이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정희주 PD의 의견을 듣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서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자연의 존재와 그 상징성을 한 번이라도 더 떠올려볼 수 있도록 작품에 다양한 숲을 등장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지브리 작품 세계와 그 안에 담긴 성찰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순천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떠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또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순천은 과연 이를 통해 정원 도시, 생태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까? 정희주 PD의 답변을 들을 수록 순천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Q.

“순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A.

“저는 다음 플랜으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공감이 돼요. 지금 유치된 기업은 로커스라는 기업이에요. 로커스가 우리나라 3대 애니메이션 회사로 ‘유미의 세포들’을 애니메이션화 시켰고, 지금은 ‘호랑이 형님’을 애니메이션화 하고 있는 기업이에요. 그래서 로커스라는 회사가 순천으로 기업 본사 이전을 했어요.

그걸 순천시장님이 유치를 했고 그래서 이번에 국가정원에서도 새롭게 만들어진 게 두다하우스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대요. 그걸 유치를 시킨 거예요.

두다하우스에 가보면, 정원에 애들이 막 뛰어놀아요. ‘친근성’, 저는 그게 테마파크의 시작이라고 생각을 해요. 누가 ‘순천의 미래가 왜 애니메이션이야’라고 물었을 때, 이렇게 애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결국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을 믿잖아요.”



오천그린광장 빨간 차


정희주 PD는 오천그린광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홀로 놓인 빨간 외제차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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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2013년 국제 정원박람회 때 포토존으로 핫했던 친구예요. 박람회를 리뉴얼 하면서 이 자동차를 없애기보다는 이곳에 가져와서 이 공간이 원래 도로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여기가 22년도까지 다 도로였는데, 박람회 준비하면서 없애버린 거예요. 저는 이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을 해요. 이 그린아일랜드의 상징성을 보여줘요. 국가정원과 오천그린광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죠 “


정원과 공원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순천시는 이러한 고민을 통해 2023 국제 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래 도로였던 곳에 잔디를 깔아 ‘그린아일랜드’를 만들었다. 이로써 전보다 높아진 접근성으로 방문객은 보다 쉽게 국가정원을 즐길 수 있었고, 푸르른 잔디가 이어져 주변 경관의 생태적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었다.



오천그린광장의 스카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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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그린광장에 오면 왠지 모를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오천그린광장의 스카이라인 때문이다. 오천그린광장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건물의 높이가 주변 산보다 낮다. 이러한 스카이라인은 자연 공간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쭉 이어진 잔디밭 끝에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산이 있어 탁 트인 경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오천그린광장 어싱길


“저는 이 어싱길이 생태 도시로서의 이미지의 화룡점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다 줄 지어서 맨발로 걷고 있는데 다른 데에서는 낯선 풍경이잖아요. 근데 여기는 당연해요. 저도 어싱 하거든요. 진짜 밤에 잠이 너무 잘 와요. 그리고 제가 발목이 안 좋아서 오래 못 걷는데도 어싱을 하면 발목이 안 아파요.”


어싱 : ‘땅(earth)’과 ‘현재진행형(ing)’의 합성어. 맨발로 땅을 밟으며 걷는 행위를 뜻하는데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지구와 우리 몸을 직접 연결하는 ‘접지(接地)’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D3ZQ5PE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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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싱길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정희주순천두레 PD와 헤어졌다. 이후 우리는 어싱길을 걸으며 실제로 맨발로 땅을 밟으며 걸어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주변 다 둘러봐요. 다들 한다니까요.”

“자주 해요. 밥 먹기 전에 한바퀴 돌고 들어가기도 해요.”


어싱을 왜 하냐는 질문에 오히려 당황해 하셨다. 그들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순천은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는 지역이 아니었다. 우리가 목격한 순천 시민의 일상에는 ‘정원 속 생태적 삶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역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결국 지역 안에서 실천하고 행동하는 지역 주민으로부터 완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이 어싱길 위에서 배웠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생활팀 이근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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