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정원
나만의 정원이 있는 집에 산다면 어떨까.
도심과는 사뭇 다른 초록빛 환경이 돋보이는 순천에서는 정원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순천민에게 정원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개방정원과 저전마을을 방문해보았다.
나눔의 미덕, 개방정원
개방정원이란 순천시 관내의 우수한 민간정원 중 일반에 공개하는 정원을 뜻한다. 순천시는 2017년부터 관내 정원들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정원 탐방, 축제 등 다양한 정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개방정원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1] 각 정원마다 고유한 이야기와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든 홈페이지에서 신청 후 방문할 수 있다. 필자가 방문한 두 정원, ‘잔디와 과일나무 정원’ 그리고 ‘옥정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잔디와 과일나무 정원
“2008년부터 정원 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사과, 비파, 앵두 등 다양한 과일나무를 심었으며 텃밭에는 상추, 오이, 호박, 가지 등이 자랍니다. 정원에서 키운 과일로 주스, 과일청, 간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고, 봄이면 꽃씨를 받아 새싹을 키워 방문객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자경 2길에 위치한 잔디와 과일나무 정원은 순천역에서 도보 15분으로 접근성이 우수하다. 무엇보다 가는 길이 인상적이었는데, 한옥식 건물과 빈티지하고 알록달록한 색감이 어우러져 눈이 즐거웠다.
아기자기하게 장식된 대문을 들어서자 귀여운 강아지와 멋진 풍경이 반겨주었다. 마침 정원을 가꾸고 계셨던 정원주 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었다.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며, 이렇게 정성스레 관리된 정원을 무료로 개방한다는 것이 일종의 재능 기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방정원에 지정되면 소정의 정원관리 비용이 지원되지만, 그 외 큰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애정을 가지고 가꾼 정원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쁨을 느낀다는 정원주 님의 말씀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또한, 개방정원으로 등록되기를 희망하지만 요새는 신규 등록자를 잘 뽑지 않아 오히려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듣고 순천에는 정말 “정원 가꾸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와닿았다.
잔디와 과일나무 정원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며 방문객이 의외로 더 늘었다고 한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함께 모이고 놀 곳이 마땅치 않아 정원에 오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정원주 님의 추측이다.
개방정원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여쭤보았다.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견학을 온 날, 마침 클레마티스 모종을 나눔하셨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정원주 님의 집 앞에는 예쁜 꽃이 피었다. 누군가 클레마티스를 집 앞에 몰래 심어두고 간 것이다. 이 낭만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정원주 님의 얼굴에는 수줍은 웃음과 행복이 가득했다.
잔디와 과일나무 정원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여름이면 햇살 속에서 키위 나무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며 탐스러운 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다가오는 여름, 푸르름 속에서 한층 더 아름다울 정원을 상상하며 옥정원으로 향했다.
옥정원
2024년도에 신규 등록된 개방정원인 옥정원은 금옥길에 위치한 곳으로 다음 행선지였던 저전마을과도 가까웠다. 아직 순천시 정원지원센터 웹사이트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화 문의 후 방문 가능하다.
정원주 님이 외출 중이셔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정원 입구를 열어두고 가셔서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앞서 방문했던 잔디와 과일나무 정원과는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공간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강했고, 집과 텃밭, 디딤석, 휴식 공간 등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각각의 특색이 뚜렷한 두 곳의 개방정원을 방문하며 정원주 님의 개성과 발자취가 풍경에 드러나는 듯해 흥미로웠다. 이러한 정원의 모습들은 여러 해 동안 정성을 담아 가꾸어진 결과일 터인데, 그 과정에서 정원주님이 꿈꿨던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필자는 꽃말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자체로 예쁜 꽃이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한층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방정원을 다녀온 후, 정원을 가꾼다면 꼭 빨갛고 노란 튤립을 심어야지, 하고 즐거운 상상에 빠져있던 중 내 정원이 있다면 반드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을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잘 관리된 정원은 아름답다. 그 정원의 미(美)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 때 그 아름다움과 행복은 배가 된다. 개방정원은 공유와 나눔의 미덕에서 꽃피우는 것이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생활팀 김민주 에디터
[1] 순천만정원지원센터 (https://scbay.suncheon.go.kr/gdcenter/0001/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