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마을
순천의 저전동에 위치한 저전(楮田)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정원 마을이다. 이 마을은 국가교통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성공사례로 ‘비타민 저전골’이라는 슬로건 아래 5년간의 (2018~2022) 사업기간을 거쳐 더욱 깔끔하고 활기찬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민이 함께 가꾸어 나가는 정원은 저전마을의 가장 큰 자랑이자 특징이다. 제각각 개성이 돋보이는 몇십 개의 정원은 마을을 방문하는 누구나 구경할 수 있도록 열려있다. 비타민센터, 마을호텔, 청년셰어하우스, 저전나눔터, 저전마실터 등 남녀노소 함께 모일 수 있는 공유 시설들도 인상적이다.
저전마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INTERVIEW
: 비타민 저전동 마을관리 사회협동조합 사무국장 이강철
Q 안녕하세요, 사무국장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만나서 반갑습니다. 비타민 저전동 마을관리 사회협동조합(일명 저전 마을조합)에서 사무국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강철입니다.
Q 저전동 마을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A 기본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시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 센터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활용하는 공간입니다. 그 안에 개방 주방, 당구장, 음악실, 밴드실 등 여러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 주민 강사가 텃밭 수업, 정원 수업, 요리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마을 호텔, 청년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공간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우리 마을에 만들어진 정원이 스무 개가 넘거든요. 일반적으로는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마을 조합 차원에서는 방역을 진행한다든지 주민들이 필요하신 꽃이나 나무가 있으면 저희가 구매해서 나눠드리는 식으로 함께 가꾸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재생의 과정을 지속화하고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업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Q 저전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 정원 마을이잖아요. 순천 그리고 저전마을의 주민으로서 정원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정원이 공동의 소재거리가 된다는 게 참 중요한 거 같아요. 남자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축구 그리고 군대 이야기잖아요. 왜 그러냐 하면, 같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런거에요. 우리 마을에선 현재 정원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 자격증이라고 우리 조합에서 만든거긴 하지만, 자격증 가지신 분이 우리 동네에 50분이 넘어요. 그래서 정원 가지치기 할 때 약간의 소동이 좀 있습니다. 이렇게 잘라야 된다, 저렇게 잘라야 된다… (웃음) 근데 그것마저도 즐거운 다툼이니까요.
정원이 단순히 보기에 예쁜 것보다도 공동체 회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크다고 느낍니다.
Q 저전마을은 도시재생사업의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업 시행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A 앞서 말했듯이 정원이라는 공동의 화제가 생긴 이후로 마을이 훨씬 밝아지고 활성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우리 마을에 정년 퇴임하신 공무원, 선생님들이 많이 생활하고 계세요. 이러한 분들이 마을 내에서 사회 활동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의지가 많은데, 사실상 이전에는 그러한 기회가 많지 않았죠. 그런데 사업 시행 후 마을 조합이 생기면서부터 다양한 소통 공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또, 정원을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있는데 그 자긍심이 대단해요. 바쁜 일이 생기면 주민들끼리 서로 정원을 돌봐준다든지, 나무 나눔을 한다든지, 이런 자연적인 교류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저전 마을조합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A 지금 저전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게,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이 조금 더 행복한 노후를 즐기실 수 있게끔 하는 거죠. 그 예시로 비타민 센터에 주민분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탁구장이랑 당구장을 설치하고,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주말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요리 수업을 열기도 했어요.
올해 여름에는 텐트를 설치해서 영화 상영 캠프를 진행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이처럼 거창한 것보다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발전시켜 가는 것이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또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Q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을조합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A 두 가지 정도 생각나네요. 비타민 정원이라고 한 70평 정도 되는 곳이 있어요. 근데 그 정원에 나무 여러 그루가 죽은거에요.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 어머님 한 분이 한 5시 30분에 일어나셔서 물을 줘요. 그리고 제 또래의 주부가 출근하기 전 8시 정도에 물을 줍니다. 또 근처에 사시는 남성 분이 한 12시 정도에 물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까 물이 너무 많아져서 뿌리가 썩은거에요. 그런데 이게 아깝지 않더라고요. 그만큼 주민분들이 정원을 가꾸는 걸 습관화하고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요…
다음으로는 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저전 히어로즈’라고 모임을 만들어서 4년 전 동네 골목을 리모델링 한 적이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벽화를 그리고, 가로등 설치하고, 정원을 만들었지요. 이 친구들이 지금 고등학생이 됐어요. 그래서 요즘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저거 내가 만든 거라고, 우리 동네 예쁘지 않냐고 여러 번 자랑을 하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이 우리 동네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참 좋았던 게 생각이 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마을을 꿈꾸는 사무국장님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모습보다도 정원이 주민들의 삶에 자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전마을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어쩌면 정원을 함께 가꾸어가는 이들의 애정과 노력이 아닐까.
Epilogue: 순천인, 정원을 가꾸다
현대사회의 무관심과 외로움의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옆집 주민을 만나도 인사 없이 지나쳐가고, 지하철에서는 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을 넘어 냉담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 순천 사회 내 정원의 가치는 재인식되며 빛을 발한다.
순천인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정원은 환경 미화와 보존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칭찬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눈여겨볼 만한 또 다른 가치는 바로 사람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정원의 역할이다. 개방정원 그리고 저전마을에서는 공통적으로 나눔과 교류라는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 답사를 통해 만난 순천 주민들은 결코 정원의 아름다움을 독점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즐거움을 찾았다.
정원 아래 관계를 형성하고 추억을 쌓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따뜻하고 강력한 유대가 느껴진다. 결국 공통의 화제, 즉 함께 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언가를 지니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꾸려나가기 위한 핵심이 될 것이다.
모든 사회가 각각의 정원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생활팀 김민주 에디터
[1] 순천만정원지원센터 (https://scbay.suncheon.go.kr/gdcenter/0001/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