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국가정원, 낙안읍성 등등 여러 관광지를 생각하겠지만 필자는 제일 먼저 순천만이 떠올랐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만큼 자연적 가치와 인지도가 높은 순천만은 외부인들에게는 흔히 “갯벌”로 인식되지만 이 지역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새벽 일찍 일어나 순천만 갯벌을 찾아가면 꽤 아름답지만 낯선 풍경이 펼쳐져있다. 소설 <무진기행>의 모티브이자 배경으로 알려져 있는 안개의 도시 순천. 이곳의 바다는 굉장히 오묘하면서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위압감을 가져다 준다. 바다 건너 있는 여수의 섬들, 마치 방금 조업을 끝낸 것 같은 배 한척, 그리고 갯벌 중간 중간에 꽂아져 있는 나무 막대기들을 볼 수 있다.
이 나무 막대기들은 사실 어업에 종사하는 지역 어민들이 물빠짐을 계산하여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드는걸 유도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이다. 밀물이 지나 썰물이 오면, 직접 뻘배를 타고 갯벌에 나가 그물을 확인하는데, 썩 반갑지 않은 괴상한 생명체가 한번씩 걸려든다고 한다. 흔히 물고기나 게를 기대하고 나가지만, 수확이 마땅치 않은 경우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어 이 생명체라도 가지고 육지로 돌아오게 된다.
그 생명체의 이름은 “대갱이”이다. “운구지” “게소갱” 등 여러 이름이 존재하지만 보편적으로 대갱이라고 불러진다.
대갱이는 눈이 퇴화되어 존재하지 않고, 괴상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 못생김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다. 잡게 되면 몇주간 햇빛에 말려서 포 형태로 만들고, 찢어서 먹거나 추어탕처럼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예전에는 목포, 벌교 등등 서해안에서도 나오다가 요즘에는 수확량이 줄어들어 순천만에서만 소량 잡히는 어종인데, 순천 주민들 중에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지도가 높지 않아 흔히 “맛의 방주”로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갱이는 지역 특산물이라는 브랜드와 확실한 특징과 생김새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다. 대갱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도 많지 않을 뿐더러, 판매하는 업체도 찾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어렵게 순천만에서 대갱이를 판매하는 한 업체 사장님과 연락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고 순천에서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시면서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시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Q: 먼저 자기소개와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현재 농가어가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양희철 대표입니다. 대학교에서 전공은 경영학을 전공 했고, 처음에는 1인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시리얼 회사를 했다가 잘 안 됐어요. 고민을 하던 찰나에 대갱이와 칠게라는 게 순천의 특산품이다 보니 거기에 메리트를 느껴서 해수부 사업이라든지 국토부 사업 관광 등등 여러 사업에 같이 연계되어 상품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Q :사실 순천에 또 다른 특산물들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대갱이의 대표적인 특징은 무엇이 있나요?
A: 대갱이는 예전부터 목포부터 해서 서해안 이런 데서 나오다가 지금은 환경적인 부분과 기후 변화 때문인지 이제는 순천만에서만 나와요. 다만 아직까지도 대갱이는 상품화가 안 되다 보니까 안 팔려요. 소비자들의 니즈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그렇게 많이는 잡지 않아요. 그 이유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징그럽게 생겼어요. 생으로 보시면 아마 못만지실 수도 있는데, 영화 에일리언의 외계 괴물과 굉장히 닮은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손으로 말린 대갱이를 만지시면 향이 많이 나서 꼭 손을 씻어야 해요. 다만 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천연 조미료로 사용하시면 되게 좋고, 또 육수로 내리면 굉장히 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주로 6~70대 나이 드신 분들께서 어렸을 때 먹던 밑반찬의 추억으로 많이 드시는 것 같아요.
Q: 말씀해주신 것처럼 주로 고령층에서 대갱이를 소비하고 찾지만, 젊은층에게도 생소하지만 매력있는 대갱이를 홍보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하시나요?
A: 가장 중요한 점은 젊은 층이 편하게 찾는 메뉴에 접목을 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향이 굉장히 강하다 보니까 북어 같은 천연 조미료를 많이 쓰면 그 국물 향이 확 달라지듯이 실제로 여러 가지 제품을 제가 만들어보면서 실험을 해봤을 때 오히려 대갱이 북어보다 냄새는 더 나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대갱이를 어떻게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라고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라면이라든가 해장 관련된 제품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아무래도 지방 소도시들은 수도권에 비해 지역경제나 인프라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에서 사업을 하시면서 아쉬운 점들이 있으신가요
A: 제일 큰 게 사실 인력이에요. 사람 구하기가 힘들고 여기 동네에서 제일 젊으신 분이 70대에요. 그래서 단순 노동력도 부족하고 또 가장 아쉬운 부분은 마케팅적 부분에서 수준이 많이 떨어져요. 수도권은 능력있는 인재들도 많고 얼마든지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만 지방에서는 현실적으로 인재들이 적기 때문에 직접 대면해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적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경영적인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지자체나 관공서 차원에서 조금 지원을 해주거나 방향성을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은 조금 있을까요?
A: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공동적인 수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수매라는 것은 국가에서 정해진 가격에 구입을 해서 소비자들한테 또 정해진 가격에 판매를 하는 시스템인데, 수매를 통해 생산자도 물건의 가격이 고가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대갱이 같은 경우 인터넷이나 TV에 한번씩 나가게 되면 가격이 3~4배 가까이 뛰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처럼 재가공을 해서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자꾸 원가가 불안정하니까 포기를 하게되고, 그렇다면 결국 시장에서 사장되기 때문에, 수매를 통해 조금 더 안정적인 체계가 갖추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대표님께서 가지고 계신 최종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사회적 기업을 롤 모델로 가지고 비슷한 식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저 혼자서 대갱이를 다 손질하고 소매하고 장터 가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어업권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서 대갱이를 구매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더욱 기업화해서 수매를 통해 지역경제를 조금이나마 활성화 시키려는 목표가 있습니다. 또한, 대갱이 순천의 지역 특산품으로 더욱 확고히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제주도 가면 감귤 초콜릿을 꼭 사는 것처럼 지역마다 특산품이 있지만, 사실 순천에는 딱히 뭐라고 할 만한 특산품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희소성이 있어야 되는데 다 있잖아요. 순천 매실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다른지역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갱이는 진짜 유일하게 순천에서만 잡히는 거니까 순천의 특산품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pilogue: 인터뷰를 마치며>
매년마다 지역 특산물 홍보, 지역 알리기 등등을 명목으로 굉장히 많은 아이템들과 사업들이 출시되었다가 몇년 후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곤 한다. 단순히 일회성에 지나칠 수 있는 이벤트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선순환의 경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위해서는 대갱이 같은 지역 특산물들이 우선 활성화 되는게 좋지 않을까. 너무 상업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는 비판도 존재할 수 있는 만큼 분명 그 방향성과 정도에 대해서 여러 의견을 청취한 후 조율해야할 필요는 있다. 대갱이를 직접 소매하시는 양희철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갱이가 지니는 가치와 그 스토리를 알 수 있었고, 지역 특산물을 살리는 노력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오늘도 누군가는 호기심에 인터넷을 통해 대갱이를 구매하고, 누구는 어릴적 먹었던 반찬의 기억에 취해 대갱이를 직접 말려서 먹는다.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지역 사회와 문화를 지탱하면서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삶을 연결짓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순천만에서 다시 순천시내로 차를 타고 오던 중, 우연히 길가에 말려져 있는 대갱이를 보게 되었다. 자연과 전통의 방식대로 말려지고 있는 대갱이는 소금기를 머금고 있는 짭조름한 바다냄새를 약 2~3주간 품고 지역 주민들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 대갱이를 알지 못했다면 단순히 그저 하나의 말린 생선으로만 인식했겠지만, 배경을 알게되니 지역 주민들에게 대갱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새벽에 보았던 순천만의 낯설고 어색한 풍경이 그제서야 낯설지 않고 자연스러운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되는 순간이었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생활팀 최성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