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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예술이 만나는 섬, 장도 (2)

by 로컬키트 localkit

2. 예술의 섬, 장도

장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진섬다리’라는 다리를 꼭 거쳐야 한다. 이 다리는 차량이 지나갈 수도 없을뿐더러 밀물과 썰물에 따라 다리가 잠길 때도 있기에 ‘물때시간’을 확인하고, 다리가 물에 잠겨 있지 않을 때에만 섬에 들어갈 수 있다. 언제든지 통행이 가능한 다리를 놓아 섬을 육지화할 수도 있었지만, 자연이 허락한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게 설계함으로써 장도라는 섬 원래의 모습과 방식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시간에는 운이 좋게도 진섬다리 출입이 가능한 시간이었음에도, 물이 완전히 빠지지는 않아 바닥에 얕게 깔린 바닷물을 밟으며 섬으로 들어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진섬다리와 장도에서 바라본 예울마루

장도는 원래 5 가구 정도가 살고 있던 아주 작은 섬이었다. GS칼텍스에서 이곳에서 사업을 하게 됨으로써 더 이상 장도에 거주하고 주민은 없어졌지만,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러, 그리고 또 산책을 하러 장도와 근처 일대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Q. 처음 이곳에서 사회사업을 진행할 때 장도에 원래 살고 계시던 분들이나 주변 주민분들의 반응은 어떠하였나요?

여수에는 섬이 총 365개 있는데요. 그중에 약 40개 정도 섬이 유인도라고 합니다. 예술의 섬 장도 또한 원래 유인도였고, 5 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나 GS칼텍스 예울마루와 장도 건립에 대해 주민분들에게 진정성 있게 설명하였고 다행히도 주민분들께서 그 마음을 잘 헤아려주셨습니다. 물론 이주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충분하게 보상을 해드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장도에는 입주 작가 스튜디오와 장도 전시관이 있다. 매 해 장도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펼칠 입주작가를 모집하고, 입주 작가분들께서 만드신 작품을 전시한다. 장도는 섬 안에서 예술의 창작부터 소비까지 모두 이루어지는, ‘예술의 섬’이었다.


Q. 장도의 공간을 조성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은 어떠한 부분일까요?

장도는 예술의 섬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도에 오시면 4개 동에서 상주하시면서 작업하시는 창작스튜디오 작가님들을 항상 만날 수 있고, 장도전시관 작품을 통해 충분한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장도아트카페에서는 매일 15시에 남해 바다를 풍경으로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찾아주시는 방문객들이 온전히 만끽할 수 있도록 나무 한그루에도 정성을 담아 예술 숲을 조성하고 사이니지를 독창적으로 디자인하였습니다. 그중 가장 핵심은 장도 주민들이 그간 살았던 5 가구의 집터 위에 그대로 안내센터/작가숙소 1동과 창작스튜디오 4동의 건물을 올려 장도 주민들의 역사와 전통을 작가들이 예술적 혼으로 승화시켜 이어가겠다는 철학을 담고, 하루에 2번 물에 잠기던 노둣다리와 우물쉼터 등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공간들을 개발하거나 해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였습니다. 또한 주민들의 어업활동 공간을 분리/보장하여 생업의 공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입주작가 스튜디오 건물의 모습
입주작가 스튜디오 내부
장도아트카페 내부

뿐만 아니라 장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바다와 함께 조용한 숲 속을 걸어가다 보면 전망대에 갈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주변 여수의 섬들의 풍경과 함께 선박, 바다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망대가 정남향을 향해 있어 일출과 일몰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3. 글을 마치며


Q. 예술과 같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요즘, 장도의 사회사업이 전라도 거주민들에게 예술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GS칼텍스 예울마루 개관 이전 여수시는 문화예술의 불모지였습니다. 간단한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최소 광주까지 가야 하는 물리적 거리와 비용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문예회관의 시설은 너무 노후화되어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아울러 여수 국가산단에 많은 청년들이 취업하여 여수에 거주하게 되었지만 문화예술 시설의 부재로 인해 이직하여 지역을 이탈하는 현상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GS칼텍스 예울마루가 개관함에 따라 가장 먼저 여수 지역민들에게 고품격 공연, 전시, 예술교육 콘텐츠를 제공하여 문화예술의 높은 장벽을 허물고 접근성을 높인 점, 예술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여수라는 낯선 곳에 취업한 많은 청년층의 정주여건을 높인 점은 저희 기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울마루와 장도는 여수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화와 예술은 의식주(衣食住)의 영역에서는 벗어난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여유와 꿈을 불어넣어 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사람들에 삶에 방식에 있어서 훨씬 더 대단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며, 더 나아가 그 도시를 정의하는 특성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점에서 여수의 예울마루와 장도의 개발은 여수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문화와 예술을 더욱 손쉽게 즐기고, ‘사색하며 쉬어가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여수 사람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예술팀 박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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