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이 만드는 문화, 가치커피

by 로컬키트 local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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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보다 사소한 것에 매료된다. 마주 앉은 상대방의 말투 하나에 사랑을 시작하고, 좋아하는 음식점 때문에 살던 동네를 떠나기 아쉬워하기도 한다. 한 지역이 갖는 다양한 매력 중에서도 그런 사소한 것을 찾고 싶었다.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은 문화에서 시작되고, 문화는 사소한 행동 양식의 누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여수 가치커피에 방문하여 가게를 유심히 둘러보고, 대표님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눴다. 대표님의 말과 눈빛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믿음’이었다. 내가 만드는 커피 맛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믿음까지.

가치커피는 커피 한 잔이 줄 수 있는 효용,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인터뷰를 모두 마친 뒤, 가치커피가 정말 대박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터전이 꼭 여수였으면 좋겠다고.



[아래는 인터뷰 본문입니다.]

로컬키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지형 대표: 안녕하세요. 전라남도 여수에서 가치커피라는 작은 커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한지형입니다.


로컬키트: 대표님의 삶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퍼센트%’로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대표님의의 일과도 궁금합니다.

한지형 대표: 한 80%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나머지 20% 정도는 저의 취미로(웃음). 하루 일과를 말씀드리자면, 보통 9시 30분 정도에 일어납니다. 조금 늦죠? 그리고 가게 오픈이 12시라서 11시쯤까지 출근을 해요. 요즘은 출근 후 로스팅 룸에 가서 그날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고, 서류 업무를 주로 봅니다. 퇴근은 밤 9시쯤 하는 것 같네요.


로컬키트: 카페의 판촉물 디자인과 인스타그램 운영도 사장님이 다 하시는 건가요?

한지형 대표: 네 맞습니다.



로컬키트: 아주 바쁘실 것 같은데요. 원두를 따로 판매하는 것도 처음부터 하셨나요?

한지형 대표: 아니요. 처음에는 신기동의 골목에서 12평 가게를 운영했는데, 그때는 로스팅을 안 했어요. 2020년에 여기(여수 안산동)로 이전하면서 로스팅을 시작했어요.


로컬키트: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행복이 있으실 것 같은데, 역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존재할 것 같아요.

한지형 대표: 물론 있죠. 우선 스페셜티 커피라는 게 우리에게 바로 와닿는 단어는 아니잖아요. 저는 스페셜티 커피가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소비자가 알 수 있는 훌륭한 품질을 가진 커피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특히 ‘맛’이 가장 난관이었죠.


로컬키트: 신맛 때문인가요?

한지형 대표: 맞아요. 우리가 만약에 ‘신맛이 나는 설탕’을 처음에 접했더라면 ‘단맛이 나는 설탕’이 이상했을 거예요. 그런 것처럼 커피도 신맛이 있는 커피를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산미 있는 커피를 마실 때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손님들이 “커피가 왜 셔요?”라고 물어보면 저는 “커피는 원래 셔요.”라고 대답했는데, 이걸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제가 왜 커피가 신맛이 나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해 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죠.


로컬키트: 여수에는 스페셜티 커피 취급점이 많지 않으니 그게 더 어려웠을 수도 있겠네요.

한지형 대표: 맞아요. 그래서 원두를 설명하는 커핑 노트도 직접 만들고, 커피도 직접 가져다드리거든요. 가져다드리면서 커피에 대해서 몇 마디 더 설명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과정을 통해 경험의 레이어를 한 겹 더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이 커피를 기억하게 되고, 커피 소비에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고, 커피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로컬키트: 제가 여수 시민이라면 가치커피의 단골이 될 것 같아요. 입소문도 많이 났나요?

한지형 대표: 아직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팬분들이 있으셔서 다행입니다. 저희는 아직도 종이 쿠폰을 사용하는데, 아날로그 방식의 감성이 있잖아요. 쿠폰을 다 모아서 다시 오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볼 때, 저희 매장 재방문율이 꽤 높다고 생각해요.


로컬키트: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기 위해 차별화를 둔 지점이 있으신가요?

한지형 대표: 저희 가게는 싱글 오리진 커피 구성을 매주 바꿔요. 지금 드신 이 커피가 다음 주에 오시면 없을 거예요. 똑같은 커피여도 로스팅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로스팅 생산 일정에 맞춰서 로스팅하고 커핑노트도 새로 만들죠. 이렇게 해야 저희 가게에 오는 고객들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계속 오더라도 “이 양반이 보여줄 게 더 있네” 하는 생각을 하시게끔요.

로컬키트: 말로만 들어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인 것 같은데요.

한지형 대표: 일관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뭐든지 꾸준히 하는 게 참 어렵죠. 예를 들어 저희는 항상 직접 커피를 가져다드린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손님이 많으면 직접 드리는 게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 방법을 고수하는 게 저희 가치커피만의 차별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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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키트: 메뉴명이 직관적이라 정감 있고 좋았어요. 말차라떼는 가루녹차우유, 스카치라떼는 달콤한 크림 커피. 이렇게요. 대표님의 아이디어인가요?

한지형 대표: 네 맞아요. 아무래도 여수가 지방이다 보니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그런 분들께 커피를 설명하는 것,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설명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모두가 알 수 있을 만한 직관적인 표현으로 메뉴명을 쓰고, 그 옆에 보조적으로 저희가 익히 알고 있는 메뉴명을 써둡니다.


로컬키트: 실제로 여수에 고령층이 많다고 느끼시나요?

한지형 대표: 꼭 그렇지는 않아요. 여수에는 국가산업단지(이하 산단)가 있는데, 산단에 근무하는 젊은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산단이 이렇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젊은 층도 많고 결혼 비율, 출산율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조금 높은 거로 알고 있어요.


로컬키트: 대표님은 언제부터 여수에 계셨나요?

한지형 대표: 저는 고향이 목포인데, 제가 대학을 전남대학교 수산해양대학으로 왔거든요. 그때가 2007년이었죠.


로컬키트: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여수에서 보내시면서 여수의 여러 매력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직접 느낀 여수의 장점 하나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지형 대표: 일단 어디를 가든 다 경치가 좋다. 그리고 부산만큼 오르막길이 많지 않다. 음식이 어디를 가든 맛있다는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아, 근데 제 고향 목포가 더 맛있기는 한데(웃음)…


로컬키트: 아까 2007년부터 여수에 계셨다고 했는데, 여수 엑스포도 직접 경험하셨나요?

한지형 대표: 그렇죠. 직접 느꼈고 너무 좋았어요. 나라별로 테마를 잡아서 에티오피아관, 독일관 이런 식으로 운영했어요. 그때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독일관에 갔어요. “오리지널 독일 맥주 먹어보자!” 하고요. 컵 하나에 만원 정도라 꽤 비쌌는데, 정말 맛있었거든요. 그래서 엄청 취했어요(웃음). 돌이켜 보니 좋은 기억밖에 없네요. 그 뒤에 엑스포 부지를 아직 잘 활용하지 못해서 그렇지, 참 좋았어요.



로컬키트가 지방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거리를 걷고 글을 쓰는 이유는 지방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서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만지고, 움직이며 이야기를 담아내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30년 뒤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여기 여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수도권과 지방 도시의 균형을 찾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숙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도시의 상생을 꿈꾸기 위한 고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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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키트: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수도권에 인프라와 인구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비수도권 도시가 수도권을 따라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좋을지, 지역만의 색을 살리는 게 좋을지 정답이 없는 문제 같은데요.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지형 대표: 참 광범위하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통계를 보니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지방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지역에서 나름의 사명감을 가져서 행동하고,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지역에 있어야 콘텐츠가 만들어지죠. 그리고 그 콘텐츠를 보고 지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고요. 그렇게 한 명이 오고, 두 명이 오다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여수시 인구가 27만 명이거든요. 순천도 여수랑 비슷하고요. 27만명이 있는 시장에서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2,500만 명이 있는 시장에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건 시작부터 다르다고 생각해요. 직원들하고 농담 삼아서 “우리도 다 털고 서울로 갈까?” 얘기하기도 했는데, 결론은 그냥 여기였어요.

처음에는 작은 행동일지라도 반복해서 이어가면 문화가 될 거고, 한번 여수에 방문했던 경험이 좋게 기억된다면 그 사람이 지방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런 믿음이 제가 계속 가게를 운영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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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생활팀 강혜진 에디터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s)’ 기준으로 향미, 바디, 후미, 밸런스와 같은 총 10가지 항목을 면밀히 검사하여 80점이 넘는 커피를 통칭한다.

** 지난해 말 기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주민등록 인구는 2천601만 명으로 전체의 50.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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