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조직 문화를 위한 첫 번째 실험 <30분 단축근무>
우리는 더 나은 조직 문화를 위한 작은 시도들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조직은 탁월한 성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에, 대외적으로 탁월한 성과 뒤에 소외된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로모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와 '혁신'을 조직 문화에도 적용하고 실행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첫 번째 사례는 바로 장거리 출퇴근자를 대상으로 한 '30분 단축근무'입니다. 2019년 2월부터 로모의 팀원 중 왕복 2시간 이상 통근을 하는 사람은 '30분 단축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에 출근하여 저녁 7시에 퇴근하던 사람이 이제는 저녁 6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게 된 거죠.
과연 이 새로운 실험을 어떻게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제대로 운영되었을까요? 실험을 제안한 사람도, 그 제안을 직접 실천한 사람도, 그것을 지켜본 동료도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였을까요?
각자 다른 위치였던 로모의 세 멤버 주드로, 나무, 라우에게 각각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 실험이 조직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에 되짚어보았습니다.
어떻게 30분 단축근무를 제안하게 되었나?
주드로 올해 로모는 창업한 지 2년 차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조직문화와 근무환경, 그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모두 함께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근무 형태를 보다 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공통된 의견을 확인했어요. 단순한 희망사항을 넘어서서,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야 할 지에 대한 질문이자 답이었죠.
솔직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매우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다른 회사는 쉽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로모는 물리적인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메인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거나 근무 시간을 단축한다면 비용 문제와도 직결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시도가 쉽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다른 형태의 변화도 유효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장거리 출퇴근 문제였죠. 쾌적한 집과 주거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 혹은 비싼 집값 때문에 누구나 서울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노출되고, 자연스레 평균 통근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죠. 실제로 로모의 몇몇 팀원들 역시 매일 일상에서 겪고 있는 문제고요. 이런 문제를 두고 팀원들과 평소에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불안감 대신 자신감과 믿음이 생겼어요.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우리는 각자 자율적으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줄어든 시간만큼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데 각자의 시간을 사용할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 같은 거 말이죠.
'30분 단축근무'는 왕복 2시간 이상 통근 시 적용된다.
왜 하필 왕복 2시간인가? 왕복 1시간도, 왕복 3시간도 아니라.
주드로 이번 '30분 단축근무' 실험의 핵심은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통근시간의 부담을 줄이는 거예요. (물론 근무시간을 줄이는 노력은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그래야 꼭 필요할 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 멀리서 출퇴근을 하며 지쳐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저 역시도 힘들더라고요.
하필 2시간인 건, 글쎄요. 3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재앙이 아닐까요? '30분 단축근무'가 아닌, 그 이상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나중에는 2시간 이하의 시간에도 단축근무를 적용해볼 수도 있겠죠. 로모의 방향성은 계속해서 조금씩 시도를 해본다는 거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하나의 팀으로서 무너지지 않도록, 예측 가능성을 높여가야겠죠. 책임감 없는 무모한 시도는 하고 싶지 않아요.
'30분 단축근무' 실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결과는 무엇이었나?
솔직히 한 달간 실험 결과가 처음에 기대했던 것에 가깝다고 평가하나?
주드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사회 변화와 우리 팀의 조직 문화 간의 간극이 커질수록, 로모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대는 비즈니스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가 조직 내에서도 달성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조율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이번 '30분 단축근무'를 통해 가장 얻고 싶었던 것은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어요. '자유와 책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개인들의 조직을 지향한다' 고 우리가 내세운 가치를 조직 안에서 구현하는 거죠.
사실 원래부터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사무실에 괜히 더 오래 남아있는 문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업무 몰입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지난 2월 한 달간 우리가 해낸 일을 보면, 결코 다른 어느 달에 비해서 적지 않아요.
보다 자세한 건 직접 물어봐야겠어요. '30분 단축근무'를 실제 해봤더니, 어땠어요?
30분 단축근무가 시범적으로 적용되는 장본인이었다.
보통 출퇴근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나?
실제로 한 달 동안 빠짐없이 단축근무를 했는지 궁금하다.
나무 저는 지금 수원에서 회사가 위치한 영등포로 매일 출퇴근하고 있어요. 보통 편도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편이에요. 출근 시간대에는 아주 운 좋게 '급행'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어서 보통 1시간~1시간 10분, 퇴근길에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회사와 집이 멀어서 힘들지만, 저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동네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커서 통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사 근처로 이사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사는 것', 그게 저의 중요한 삶의 조건이자 '로모'가 추구하는 비전이기도 하죠.
'30분 단축근무'가 첫 적용된 2월 한 달 동안 최대한 열심히 기록하려고 했어요. 매일매일 단축근무를 했는지 그리고 그날의 감정은 어땠는지. 단축근무를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솔직히 매일매일 빠짐없이 기록하진 못했지만, 바빴던 1주를 제외하고는 간단한 기록으로 남겼어요.
돌아보니 전체 업무일 중에 60~70% 정도는 '30분 단축근무'에 성공했더라고요. 원래 저는 업무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편이고, 또 일을 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를 듣는 편이라, 외부적 요인으로 일이 너무 몰리는 시기나 갑작스레 회의가 잡히는 날을 제외하고는 '30분 단축근무'를 하는 게 기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어요. '30분 단축근무'를 적용하기 전에도 웬만큼 정시 퇴근을 하는 편이었고요. 특히 집이 멀다 보니 조금만 늦게 퇴근을 하더라도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 출근에 지장을 주다 보니, 최대한 연장 근무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한 달 동안 '30분 단축근무'를 해보니 어땠나?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나?
나무 저는 여러모로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실질적인 변화라고 하기엔 '30분 단축근무'라는 제도가 장거리 출퇴근자에게는 소중하면서도 미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새로운 실험이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출퇴근해야 하는 절대적인 거리는 여전하고, 그 거리감이 주는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도 변함없으니까요.
그래도 '30분'이라는 시간은 저에게 기분 좋은 출근길을 선물해줬어요. 출근하면서 매일 저는 '오늘은 과연 집에 몇 시에나 도착할 수 있을까...'하고 계산하곤 하는데, 그러고 나면 항상 우울해져요. 집에 도착해서 제가 쓸 수 있는 자유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하지만 매일 하던 계산에서 30분이 빠지니, 조금은 덜 우울하게 그리고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오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심리적인 부분이 제일 큰 변화였던 것 같아요. 여전히 출퇴근은 힘들지만, 그래도 조금은 숨 쉴 수 있는 틈이 커졌다는 것?
장거리 출퇴근자에 대한 단축근무 제도를
다른 조직에도 추천하고 싶나?
나무 그럼요,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30분 단축근무'라는 작은 시도와 변화가 저와 같이 적용되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팀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더 나은 조직 문화를 위한 작은 시도를 우리가 시작했다는 것,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말이죠. 우리 조직이 멈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팀이라는 믿음이 더 강해지고, 그걸 토대로 정말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조직을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구체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30분 단축근무'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어떤 심정이었나?
라우 처음에는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근데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데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어요. 그만큼 회사에 머무르면서 필요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왕복 3시간 거리를 출퇴근해본 경험이 있어서, 무엇보다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찬성했어요. 팀원들이 워낙 본인들의 일정과 업무 관리를 자율적으로 잘하는 사람이니, 크게 문제가 없을 거란 믿음도 있었고요.
'30분 단축근무' 이 적용되는 동료와 다르게, 회사 근처에 살고 있다.
회사와 집이 가까운 것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하나씩 이야기해달라.
라우 가장 큰 장점은 삶의 질이 높다는 거죠. 아침에 혹시나 늦잠을 자도 지각하지 않고 금방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고, 저녁에 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집에 금방 도착해서 쉴 수 있으니까요. 통근 거리가 멀다면 출퇴근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흔히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밸’ 등과는 멀어지기 쉽잖아요.
단점은 가끔 행사가 있으면 제일 늦게 가게 된다는 점? 비정기적으로 저녁에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가 있는데, 그럴 때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회사와 가까이 사는 만큼 최대한 제일 마지막까지 행사장을 정리하고 퇴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늦게까지 함께 고생했는데 혼자 먼저 집에 가서 쉬는 것도 의리(!)가 아닌 것 같아서, 어쩌다 보니 늘 항상 제일 마지막에 집에 가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제일 늦게 퇴근해도 저는 항상 집에 먼저 도착하죠..!).
'30분 단축근무' 실험을 간접적으로 지켜보니, 어땠나?
관찰자였지만, '30분 단축근무' 실험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나?
라우 '30분 단축근무'가 크게 기존의 업무의 방식과 내용에 큰 변화를 주진 않은 것 같아요. 평소처럼 다들 자기 할 일을 자율적으로 그리고 또 충실하게 해온 것 같아요. 물론 가끔 일찍 가는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여유가 느껴져서 살짝 부러웠던 적은 있긴 해요(웃음).
'30분 단축근무'라는 소소한 동기 부여가 동료들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을까요? 결국 이 실험은 직원 개인에게도 좋은 것이지만, 크게 보자면 회사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업무에 있어서 보다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첫 실험이었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원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30분 단축근무' 외에도 로모는 2019년 2월부터 작은 실험을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로마드 데이(Romad Day)'라는 이름으로 본인이 원하는 근무지를 선택하여 원격근무를 실시할 수 있으며, 유급 휴가 외에 모든 직원들이 연간 5일의 무급 휴가를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7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월 10만 원의 육아수당이 지급되며, 기존의 오전 8시~10시 유연근무제를 보다 확대하여 오전 7시~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새로운 시도들은 로모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최대한 조직 운영에도 일관되게 반영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보다 자율적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 각자의 삶의 방식이 최대한 존중되고 필요하다면 조직 운영에도 적극 반영되는 조직, 그럼에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책임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실험입니다. 그리고 그 실험 결과가 내부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는지에 따라 더 나은 조직 문화를 위한 실험의 내용과 과정 등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그저 좋아보여서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요. 로모에게 맞는 조직 문화 만들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