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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Park Jan 04. 2022

쇼코의 미소

최은영


쇼코의 미소는 최은영 작가의 중,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쇼코의 미소'로 '작가세계'신인상에 당선, 또한 이 작품으로 다음 해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쇼코의 미소는 출판 당시 베스트셀러가 됐고 현재도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최은영 작가는 최근 첫 장편소설 '밝은 밤'을 출간했다.








주인공 소유의 고등학생 시절, 자매결연 학교의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일본 학생 쇼코는 학교의 주선으로 소유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무뚝뚝한 외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뚝뚝하고 돈벌이를 하느라 지친 엄마와 소유가 사는 집은 생기라곤 없던 집이었다. 그러나 쇼코가 온 뒤로 소유네 집은 한동안 밝고 생기가 흐르게 된다. 일제시절의 잔재로 일본어를 쓸 줄 알았던 할아버지는 쇼코와 일본어로 둘만의 비밀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쇼코의 모델이 되며 엄마도 미소를 보인다. 교환학생 기간이 다 돼 일본으로 돌아간 쇼코는 할아버지에겐 일본어로, 소유에겐 영어로 편지를 보내며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다. 고등학생 시절 찬란한 미래를 꿈꿨던 두 친구는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며 사회에 부딪혀 모서리가 깎이고 깨지는 고통을 겪어낸다. 그런 도중 쇼코로부터 편지도 끊기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쇼코의 친구와 만나게 되며 소유는 쇼코를 직접 보러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생기를 잃고 너무 변해버린 쇼코를 본 뒤 마음속에서 그녀를 점점 지워간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소유는 현실에 부딪혀 열정을 서서히 잃어가고, 느닷없는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할아버지는 한때 쇼코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평생 소중히 보관했고, 그 기억을 특별히 간직해왔다. 소유는 쇼코에게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알리고, 쇼코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를 보여줄 겸 한국에 소유를 보러 오겠노라 전한다. 일전 생기를 잃은 쇼코의 모습과는 달리 쇼코는 많이 변했지만 건강해 보인다. 할아버지는 생전 쇼코를 친구로 생각하며 많은 얘기를 들려줬고, 소유는 자신은 전혀 몰랐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행복감과 슬픔에 잠기지만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다잡아 간다. 소유는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꿈이던 영화를 접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열심히 살아내기로 마음먹는다.




최은영 작가의 작품은 너무 맑고 섬세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단순한 문장들을 좋아한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 중 화려한 미사여구로 문장 문장은 아름다우나 지지부진한 전개로 서사가 없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이런 것이 최근 현대문학의 유행 같기도 하다. 하지만 최은영 작가의 문장은 간결하고 단조롭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문장의 조사 하나, 어미 하나에도 고심한 느낌이 많이 들어 더 마음이 울렸다. 그녀의 문장만큼 좋은 건 세상의 아픈 사건들을 들여다보는 시선에 있다. 노동운동 피해자, 세월호, 베트남 전의 민간인 학살 등 슬픔을 애잔하게 들여다보고 따뜻한 문장을 짓는 시선이 참 좋다.




쇼코는 한국에 왔다가 떠나며 고교시절 소유가 마음에 간직했던 그 미소를 띄워 보인다. 세월이 흐르며 외면은 많이 변했지만 쇼코는 변함없이 쇼코인 것이다. 책에는 한국에 소유를 만나러 온 쇼코의 외면에 대해 짤막히 소개한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 길게 붙인 속눈썹, 분홍색 뺨. 카키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습. 코로나라 잠잠하지만 예전 명동을 지날 때 자주 보던 일본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아마도 덧니가 있는 치아 구조가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



296페이지로 아주 얇은 편인 데다 중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시작해도 좋다. 하지만 분명히 끝까지 스르륵 다 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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