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북경-우루무치-트빌리시(3.20)
20일 아침.
북경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기절하듯 잠들긴 했지만, 전날 하루 종일 긴장했던 탓인지 벌써 몸이 천근만근이다. 픽업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호텔 로비에 내려갔다. 외국말로 시간 설명을 들으면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 의구심이 생겨서 일찌감치 서두르게 된다. 공항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나 포함 두 명. 11시에 오기로 한 공항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전날 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굉장히 멀게 느껴졌었는데, 호텔은 정말 공항 코앞에 있었다. 늦은 밤 으스스하게 느껴진 북경 거리 풍경들도 대낮에 보니 도시 외곽의 고즈넉한 느낌이었다.
2시 비행기인데 11시가 약간 넘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공공장소나 공항과는 달리 대부분의 공항은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북경 공항도 마찬가지였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얼마간 제공하는 자판기가 있었는데 위챗 등으로 인증을 받는 거라 몇 번 시도 끝에 실패했다. 작년에 중국에 다녀왔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쓸 위안화를 좀 가져오긴 했는데, 면세점이건 어딜 돌아다니고 싶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벌써부터 체력 방전으로 배낭이 무겁게 느껴졌으므로 일찌감치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북경 -> 우루무치 (4시간 30분 비행/ 남방항공)
장거리 비행 시작이다. 좀 생소한 이름의 도시 '우루무치'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 있다. 국내선을 타고 이동한다. 기내식으로 그날 첫 끼니를 먹었는데 내가 중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전혀 안 가서인지 중국어로 메뉴를 물어봐왔다. 작년에 중국 여행을 하며 중국어 몇 단어를 외웠었는데 '지로우'가 닭고기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로도 비행기에서 총 세 끼를 먹었는데 매번 나는 '지로우 플리즈'였다. 그렇게 자다 깨다, 우루무치에 도착했다.
내려서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가 항공사 카운터에서 '트빌리시'행 티켓을 발권받고 다시 입국 수속을 거쳐야 했다. 짐을 부친 사람이라면 baggage claim에서 짐을 찾아서 항공사 카운터에서 다시 부쳐야 한다. 나는 짐을 부치지 않고 기내 수하물 기준에 맞춰 배낭만 가지고 갔기 때문에 수하물을 찾는 수고로움은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공항에선 너무 많은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이 배낭을 벗고 메는 게 일이었다. 비단 공항뿐만이 아니라 중국은 어디에도 검색대가 많다. 중국 내 분쟁지역이 다수 존재하는 데다 테러 사건들도 왕왕 있었기 때문에 검색이 더 촘촘해졌다고 들었었다. 도착한 우루무치 공항은 황량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모레 바람이 자욱해 갈색 공기가 꾸무리한 그런 풍경.
우루무치 -> 트빌리시 (5시간 30분 비행/ 남방항공)
드디어 출국의 마지막 비행, 트빌리시행 비행에 올랐다. 국내선인 우루무치행 비행기와 달리 대부분 조지아인이었다. 그들로 가득 찬 비행기는 독특한 체취와 그걸 덮으려는 강한 향수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게 나의 조지아에 대한 첫인상이 됐다. 일본 스모선수들 중 조지아인이 많다더니.. 곰 같은 덩치의 남자들이 많았다. 이 마지막 비행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조지아 인들의 소음으로 퍽이나 괴로웠다. 그런데다 그들의 덩치에 이코노미 좌석은 좁아터졌기 때문에 자꾸 뒤에서 옆에서 내 공간을 침범해왔다.
좌석 세 개가 나란히 붙은 좌석 형태였는데 가운데 빈자리를 두고 중국 여성분과 나는 소음에 괴로워하며 서로 눈빛으로 위로를 교환했다. 하지만 참다못한 나의 소음 피해자 동료는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나버리고 나는 졸지에 빈 세 좌석의 임자가 됐다. 덕분에 나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 바깥도 구경하고 입맛대로 세 자리를 돌아가며 앉아 올 수 있었다. 조금씩 어둠이 내리고, 밤 9시가 넘은 시각, 1박 2일의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했다.